[Z인터뷰] '그놈이다' 윤준형 감독 ② "동생 바보 장우? 내 모습 투영"

2015-10-28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지난 2003년 한 편의 페이크 다큐가 화제가 됐다. 여관방 몰카에 찍힌 귀신을 쫓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였는데 신선한 소재와 연출, 남다른 공포와 몰입 그리고 반전까지 갖추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목두기 비디오’의 메가폰을 잡은 사람이 바로 윤준형 감독이다. 많은 호평을 받으며 상업 영화 데뷔를 점쳤지만 그가 ‘그놈이다’로 데뷔하기 까지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윤 감독이 이번에 연출한 ‘그놈이다’는 대학 다닐 당시 들었던 지인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한 여대생이 살해를 당했고,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넋건지기 굿을 했더니 바다에 던졌던 놋그릇이 한 남자의 앞에 가서 멈췄다’는 단순하지만 무언가 미심쩍은, 의심해볼 법한 팩트가 ‘그놈이다’의 골자가 됐다. 덕분에 ‘그놈이다’는 토속 샤머니즘부터 ‘귀신을 보는 소녀’라는 오컬트적인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미스터리 스릴러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그놈이다’의 윤준형 감독을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개봉 하루 전에 만났기에 설렘을 가득 안고 있던 감독이지만, 순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이번 영화를 ‘호기로운 도전’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신인 감독의 패기도 느껴졌다.

결국 스릴러는 리얼함이 가장 큰 무기다. 하지만 호러 소재가 들어가면서 그 부분을 풀어내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요소요소마다 집요하게 사실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게 보였다. 이를 테면 영화 초반의 추격씬이다.
그 장소를 찾았을 때 정말 짜릿했다. 부산의 한 지역인데 주변은 아파트 단지인데 그 곳에서만 할머니 15분 정도가 부락을 이루고 있다. 물질 해서 건져온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팔고 계신다. 마치 ‘캐리비안 해적’에 나오는 해적이 사는 마을 같았다. 천막들이 처져 있고, 노끈들이 있고, 빨간 대야들이 있고, 밥도 장작불로 해 드신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곳을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은 형형색색의 아웃도어를 입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마치 시공간이 붕 뜬 공간 같았다. ‘아 여기다. ‘그놈이다’에 어울리는 추격전을 하는 곳은 이런 곳이다’라고 생각했다. 장소를 구하고 나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영화 후반부의 격투 씬도 리얼 그 자체다. 그렇게 험하게 찍었어야 했을까?
고등학교 싸움에 비교해보면 정말 싸움 잘하는 1진과 허우대는 멀쩡한데 꼴찌가 싸워서 1진을 이기는 느낌이다. 20대 청년이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50대의 남자와 싸우는 거다. 끝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끌려 다니더라도 끝에는 넘어뜨려서 이기는 그런 쾌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합 맞추지 말자’라고 했다. 원랜 무술 감독을 섭외해서 합을 짰는데 영화와 안 어울렸다. 이후 디렉션은 “여기서는 민약국이 이겨주시고, 이 부분에선 장우가 펀치를 날렸으면 좋겠다”는 식의 동선만 줬다. 주원 씨는 ‘각시탈’도 해낸 액션에 단련된 사람이고, 유해진 선배는 핏줄이 올라와서 뒷목을 잡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해줬다. 촬영장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솔직히 감독으로서는 너무 좋았다. 사실 그날 주원 씨가 다쳤다. 카메라에 부딪혀서 머리 쪽이 찢어졌다. ‘우리 배우 어쩌지’란 생각이 들긴 들었는데, 한 구석에는 ‘잘 나왔다. 오케이, 됐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이 죽으면 지옥 간다’는 이야기가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웃음)

그런 부분 말고도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관객들에게 진짜처럼 보여줘야 하니까 미술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 또 배우들에게도 “과한 연기 하지 말자. 흐름 속에서 풀어내자. 맥락 속에서 이해 해낼 수 있게 하자. 비록 이해 못하는 관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조금은 쿨하게 가자”고 했다. 

‘민 약국’의 본 이름이 거의 불리지 않는다.
사실 ‘서민호’ 씨라고 부르는 씬이 한 번 있긴 있다. 그리고 삭제가 된 씬이긴 한데 본래 약국 간판이 ‘민호 약국’이었다. 태풍이 불어 ‘호’가 떨어져 나가서 사람들에게 ‘민 약국’으로 인식이 된 거다. 아무도 모르는, 저만 아는 요소다.(웃음)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편집된 부분이 있을까?
시나리오 쓸 때는 모든 캐릭터에 대해 애정이 가니까 세계를 구축했다. ‘시은’이는 대형 교회의 목사 딸이 신기가 생겼다는 설정이다. 집에서 쫓겨난 딸이다. 캐릭터의 구축을 제대로 해서 조금은 지루한 스릴러로 갈 것인가, 아니면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속도감을 살릴 것인가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장우의 시선만 쫓기로 결정한 부분이다. 

해진 선배 경우도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영화의 틀이 장우의 1인칭 시점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른 스릴러처럼 퍼즐 맞추기 식이면 전지적 시점으로 그리면서 다 보여줄 수 있었을 터다. 그래도 태생 자체가 ‘장우 시점으로 가자’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가장 도려내기 아까웠던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생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민 약국’의 감정이 터지는 씬이 있다. 빛나는 장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도려냈다. 유해진 선배님도 정말 아쉬워하셨다. 제작사도 많이 아쉬워했다.

‘장우’와 ‘시은’, “멜로의 느낌도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동생을 대체하는 ‘대안가족’ 느낌이었다. 약간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씬도 다 뺐다. 이를테면 장우가 시은이의 귀를 막아주는 씬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덜어냈다. 아마 유영 씨가 동생의 느낌 보다는 여성적인 매력을 풍기다 보니 그런 느낌을 전달했던 것 같다.(웃음)

장우의 동생 사랑이 끔찍한데, 혹시 실제로 동생이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6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는데 제가 밥을 해서 먹인 적도 많고, 동생이 어디서 맞고 오면 야구 배트를 들고 뛰어나가기도 했다. 제가 싸움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닌데도 동네 사람들에게 일부러 우악스럽게 대하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도 접목시킨 부분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장우는 제가 100% 투영된 캐릭터 같다. 많은 경험들과 감정을 가지고 왔다. 

‘그놈이다’를 개봉하며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저를 믿어주고 이 프로젝트를 믿어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이 프로젝트가 ‘분명 우리 한국 영화계에 색다른 스릴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셨다. ‘포기하지 않게 힘을 주셨던 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결과주의에 매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도 인정을 받아서 다음 영화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도 있다.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시나리오로는 나와있다. 사극 에로 코미디다. 내가 좀 극단적이다.(웃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