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빅스 엔 "마니악한 콘셉트, 빅스만의 색깔로 인정받길"

2015-11-17     이소희 기자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그룹 빅스가 지난 10일 정규 2집 앨범 ’체인드 업(Chaied Up)’을 발매하고 완전체로 돌아왔다. 빅스의 이번 모습은 ‘사람다운’ 콘셉트다. 늘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콘셉트돌’이라 불린 빅스다. 그래서 '사람다운' 이번 앨범은 남다를 것 같다. 최근 한 음악 프로그램의 대기실에서 빅스 리더 엔을 만나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8개월 만에 컴백을 했어요. 오랜만의 완전체 컴백이어서 그런지,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멤버들 다 긴장하더라고요. 그래도 리허설 할 때 자부심이 생겼어요. 오랜만에 빅스의 멋있는 모습을 들고 나오는 거라 빨리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우리 한 번 봐라, 빅스 나왔다’ 이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빅스는 지난 2월 리메이크곡 ‘이별공식’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빅스가 부른 ‘이별공식’의 활동 점수를 매기자면 적어도 평균 이상이다. 귀엽고 발랄한 곡의 느낌이 빅스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길가 곳곳에서 빅스의 ‘이별공식’이 들렸고 음원 성적 또한 괜찮았다.

그렇지만 엔이 말하는 빅스 고유의 색깔은 좀 달랐다. 그간 저주인형,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등 다른 아이돌이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해 왔다. 즉, 독보적인 빅스만의 콘셉트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만에 나오는 멋있는 앨범이라서 부담 보다 기대가 많이 됐어요. ‘이별공식’은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이제 다시 빅스의 색깔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른 아이돌 그룹 팬들은 가수가 컴백할 때 ‘어떤 콘셉트일까’ 생각하는데, 우리 팬들은 ‘이번에는 어떤 요정일까’ ‘어떤 뱀파이어일까’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고 해요. (웃음)”

빅스의 이번 활동 콘셉트는 ‘사랑의 노예’다. 사랑 앞에서 마치 노예처럼 굴복하고 마는 여섯 남자의 숙명을 그렸다. 이에 멤버들은 초커를 착용해 속박되어 있는 존재임을 표현했다. 또한 깊게 가슴이 패인 슈트를 입어 섹시함을 더했다. 그렇게 ‘체인드 업’은 ‘콘셉트’에 대한 정체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았다. 거기에 한층 더 세련되진 음악까지, 빅스의 성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빅스는 이듬해 데뷔 5년 차가 된다. ‘아이돌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때다. 실제로 이날 음악 프로그램 현장에서도 브라운아이드걸스, 에프엑스(f(x)) 등 소수의 선배 가수를 제외하고 나면, 빅스도 어느덧 선배 가수의 위치에 서있었다.

“(아직 빅스가) 고참 같지 않은데... (웃음)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신인들이 많이 나왔는데 빅스의 옛날 모습이 보이는 그룹들이 많았어요. 보면서 ‘이거는 하면 안 되는데’ 하는 것도 있고, ‘이건 좋다’ 하는 것도 있었죠. 빅스도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생각의 전환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자극을 받을 때도 있고요. 신선한 안무와 음악 퍼포먼스가 많으니 멤버들끼리 서로 ‘이것 좀 봐봐’ 할 때도 있어요.”

빅스가 요즘 관심을 갖고 보는 그룹은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세븐틴이다. 이에 엔은 “우리처럼 다크한 콘셉트는 아니지만, 보는 사람까지도 신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 이런 말이 있어요. ‘혼자 신나면 이류고, 무대를 보는 사람과 함께 신나면 일류’라고 하는데 세븐틴이 그런 것 같아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듣자 마자 저절로 ‘오~’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번 앨범으로 좀 더 많은 걸 이루고 싶고, 많은 무대를 보여드렸으면 해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빅스가 이렇게 멋있는 그룹이었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빅스가 마니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저희만의 색깔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일류가 되고자 노력하는 빅스다. 빅스의 목표는 그동안 차별화된 콘셉트로 팬층을 확보했던 것에서 나아가, 좀 더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와 음악을 꾸미는 것이다. 곧 데뷔 5년 차를 앞두고 있기에 그에 대한 부담과 욕심도 있을 법 한데, 목표를 이야기한 엔의 모습에는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느껴졌다.

“사실 조바심이 날 수도 있고 그런 부담감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특히 저희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거든요. 거기서 정리가 많이 돼요. 생각이 샛길로 새다가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 우린 이걸 지켜야 돼’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다른 길로 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빅스의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빅스는 한층 더 성숙해진 앨범을 내놓기 위해 2015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각자 가수, 연기, 예능 등 다양한 개인 활동을 통해 역량을 키웠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향한 욕심은 멀리 하지 않았고, 꾸준히 빅스의 색깔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올 한해는 빅스에게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해였어요. 그만큼 자극도 많이 받았죠. 또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서로 잘 뭉칠 수 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여섯 명이 모여서 연습할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우리 만나자’ 해서 서로 연락해서 밤 새서 연습하고. 좀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체인드 업’이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드러나는 말이었다. 독보적인 정체성과 함께 서로 똘똘 뭉쳐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빅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 성장할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었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