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소셜포비아' 홍석재 감독 "접점까지 밀어 붙였어요"

2015-03-10     최민지 기자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홍석재(32) 감독이 영화 ‘소셜포비아’(홍석재 감독, KAFA FILMS 제작)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며 화제가됐던 홍석재 감독. 우리 주위에 널린 이야기지만 한 번도 누군가가 시도하지 않았던 SNS를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누리꾼 레나가 악플을 남기면서 시작된다. 레나의 악플이 옮겨지고 또 옮겨지면서 또 다른 악플이 생기고, 어느 날 레나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우리 주위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자극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나는 과연 올바른 누리꾼일까’하는 마음까지 들게 만드는 ‘소셜포비아’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경종을 울릴 것임이 틀림없었다.

- ‘소셜포비아’가 개봉된다니 느낌이 어떤가.
“KAFA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CGV 아트하우스를 통해 개봉이 된다. 그래서 개봉에 대한 어떤 다른 생각은 없었는데 운이 좋게 그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개봉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남다르다.

- SNS라는 소재에 어떻게 접근하게 됐는지.
“사실 흥미로운 소재 아닌가. ‘왜 SNS를 이야기로 다루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어떤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저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다보니 태도를 하나로 정하게 되더라.”

- 컴퓨터그래픽(CG)이 남달랐다. 실제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CG 작업을 한 친구가 아프리카TV 게임 방송 시청자다. 그래서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 중, 대화창에 있는 글들을 다 읽지 못한다. 워낙 많은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래서 읽혔으면 하는 문장들을 구체적으로 작업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을 주기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트위터에도 보면 단 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들이 있지 않나. 리서치를 통해 체크도 해보고 했다.”

- BJ 양게, 도대체 정체가 뭐냐.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들을 보며 연기를 잘하는 분들을 리스트 업 했고 오디션에 와달라고 했다. 류준열 씨 같은 경우는 굴러 들어온 단호박 같은 존재다. 오디션을 보러올 때 이미 아프리카 BJ들을 연구해왔더라. 유명 BJ의 방송을 찾아 만들어 놓은 레퍼런스가 있었다. 캐스팅이 되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류준열 씨가 우연히도 이미 우리가 본 그 방송을 보고 모든 것을 연구해왔더라. 후보 없이 바로 낙점을 했다.”

- 분량은 적었지만 레나도 임팩트가 강했다.
“하윤경 씨는 변요한 씨의 후배다. 변요한 씨가 소개를 해줘서 만나게 됐다. 온라인 세계를 잘 아는 분이었으면 했는데 우연히도 이 분이 SNS를 통해 소통을 하다 염증을 느끼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한창 그 이야기를 했는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때 딱 들었다.”

- 실제 악명 높은 누리꾼들을 좀 만났나.
“2008년~2009년 당시 컴퓨터를 많이 했다. 군대 전역 후에 할 것이 없어서 빈둥거리다가 이글루스라는 걸 알게 됐는데 거기에서도 악명 높은 블로거들이 있었다. 장세민, 민하영, 도더리는 그 때 그 사람들을 모델링했다.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고 거기에 맞춰서 덧대거나 변형을 하는 수준이었다.”

- 트위터 아이디는 실존하는 건가.
“예전에 시사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 관객이 자신의 지인 닉네임이 있다고 해서 바로 수정했다. 정말 놀랐다. 모두 확인을 거친 아이디였는데 그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현피를 뜨는 사람들의 아이디는 실제로 만들어져 있다. 주고받은 대화 내용까지 아직 남아있다.”

- 사실 조금 세게 밀고 가서 놀랐다. 그래서 통쾌했지만.
“아마 상업영화 환경이었으면 투자가 안됐을 것이다. 여성과 남성, 비하 등 자극적인 소재가 들어가 있지만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매일같이 나오는 문제이고, 실제 더 센 댓글도 달리지 않나. 현실이 훨씬 강하다. 사실, 원래는 더 세게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에 감정 이입이 안 될 것 같았다. 관객이 영화 속에 들어가야 이들이 한 행동이, 결말이 궁금해지잖나. 그래서 여과를 했다. 그리고 접점까지 밀어 붙였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