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어디로 가면 될까? 아이유가 내린 답은 '직진'(아이유 콘서트)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가수 아이유가 변함없는 가창력으로 공연장을 채웠다. 지난 21, 22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아이유 단독 콘서트 ‘챗셔(Chat-Shire)’ 서울 공연이 개최됐다. 이번 공연을 통해 아이유는 총 6000여 명의 팬들과 호흡했으며, 최근 발매된 ‘챗셔’의 수록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히트곡을 열창했다.
◆ 아이유의 동화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날 아이유는 “안녕, 오래 기다렸지?”라는 멘트와 함께 등장해 ‘새 신발’을 열창했다. 이 멘트는 실제 음원에도 담겨 있는 내레이션이다. 또한 이 곡은 ‘챗셔’의 1번 트랙이기도 해 공연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곡으로 완벽한 선곡이었다. 이어 아이유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 ‘오블리비아떼(Obliviate)’ ‘레드 퀸(Red Queen)’을 부르며 오프닝을 장식했다.
오프닝을 마친 아이유는 “이번 공연은 그동안의 콘서트보다 댄스 곡의 비중이 많다. 같이 호흡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실제로도 시작부터 신나는 댄스 곡으로 현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동화를 모티브로 한 ‘챗셔’에 걸맞게, 무대 위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배치해 공연의 분위기를 더했다. 투명한 장막을 설치해 다채로운 영상 효과를 넣은 것도 아이유의 감성을 한껏 배가시켰다.
이어 아이유는 ‘분홍신’ ‘푸르던’ ‘무릎’ ‘싫은 날’ ‘있잖아’ ‘하루 끝’ ‘비밀’ 등 총 20여 곡을 열창했다. ‘너랑 나’는 공연 버전으로 특별히 편곡해 흥을 높였다. 또한 몸을 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댄스곡과 더불어 잔잔한 감성 곡을 적절히 배치해 공연의 완급 조절을 했다. 특히 ‘나의 옛날 이야기’를 부를 때는 지붕 위 모습으로 연출된 계단 무대를 통해, 동화적이면서도 아이유 특유의 감성을 살렸다.
◆ ‘스물셋’ 최초 공개+별사탕 위한 특별 무대
이번 공연이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발매한 신곡 ‘스물셋’의 무대가 최초 공개됐단은 것이다. 아이유는 새 앨범 ‘챗셔’의 방송 활동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신곡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어 있던 상황. 이날 아이유는 뮤직비디오 속 보라빛 상의와 검은색 핫팬츠를 그대로 입고 '스물셋'을 열창했다.
무대를 마친 아이유는 “이 의상을 보면서 생각이 든 건데, 전혀 비슷하지는 않지만 나는 세일러문이 생각난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공연에 유난히 여성 팬들이 많이 찾은 것 같다며 “별사탕(여성 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건빵(남성 팬)들도 좋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유가 말한 선물 같은 무대가 펼쳐졌다. 만화 ‘세일러문’ ‘카드캡터 체리’ ‘꿈빛 파티시엘’의 주제곡을 부른 것. 대형 스크린에는 해당 만화가 상영돼 추억을 환기시켰고, 깔끔하면서도 청아한 아이유의 목소리로 재탄생된 만화 주제곡은 모든 팬들의 귓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무대에 팬들은 더 열광적으로 환호성을 보냈다.
◆ 변함없이 가장 사랑하는 곡, ‘제제’
대중들이 이번 아이유의 공연에서 가장 궁금해하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아이유는 긴장한 것 같으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내가 변함없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며 ‘제제’를 불렀다. 이는 최근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어린 주인공을 성적 대상화 시켰다는 이유로 논란이 불거진 곡이다.
아이유는 논란이 된 가사를 개사 없이 그대로, 진지한 표정으로 불렀다. 특히 ‘제제’가 공연의 중반부가 아닌, 초반부에 선곡됐다는 점은 놀랍다. 보통 열기가 고조된 공연 중반부와 뭉클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엔딩은 시련을 겪은 가수가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한 번 흘려줄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유는 '제제'에 대한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며, 변명이나 고충을 토로하지도 않았다.
◆ ‘오늘도 입가에 묻은 말만 덜어내요’
대중은 그간 늘 최고의 수식어만 얻어왔던 아이유를 기억하기에, 최근 그를 둘러싼 논란들은 더욱 크게 번졌다. 이에 아이유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걱정과 우려, 심지어 비난까지 던져졌다. 그렇지만 아이유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예정되어 있던 팬사인회부터 콘서트까지 그대로 진행했다.
아이유는 새 앨범 ‘챗셔’를 통해 갈팡질팡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논란 후에도 어떤 답도 내리지 않았다. 공연 영상 중, 소녀가 “내가 어디로 가면 될까”라고 묻자, 채셔 고양이가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된다”고 답한다. 스물셋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아이유는 자신의 정답을 찾은 듯 하다.
공연이 끝난 뒤 흐른 영상에는 ‘할 말이 계속 쌓여가지만, 오늘도 가만히 입가에 묻은 말만 덜어내요’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중을 위한 설명이 필요한 때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아이유가 놓친 부분임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아이유가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인내하며 버티고 있는 것인지,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아이유는 자신을 둘러싼 소용돌이 속 침묵을 지키며 그저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뿐이다.
사진=로엔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