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흥-감성 함께 하니 좋지 아니한가(방탄콘서트)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느낌이 뚝뚝 묻어나는 이들, 그룹 방탄소년단.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 단독 콘서트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on Stage)’가 열렸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21곡의 무대를 통해 약 4000여 명의 팬들과 뜨거운 호흡을 나눴다.
공연장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녔다. 바로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의 이미지에서 등장했던 나비다. '꽃 같은' 방탄소년단의 청춘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대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입체적인 날개짓은 방탄소년단 특유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리프트를 타고 나타났다. 오프닝곡은 ‘잡아줘’ ‘렛 미 노우(Let Me Know)’ ‘데인저(Danger)’였다. 낡은 엽서를 보는 듯한 아련함과 뉴에이지의 피아노 반주가 잘 어울리는 감미로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방탄소년단만의 느낌이 충만했다.
무대를 마친 랩몬스터는 “자, 우리 한 번 소리 질러볼까요?”라며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멤버들은 “오랜만의 한국 콘서트인데 잘 지내셨나요? 보고 싶었어요. 이 함성소리가 그리웠어요”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적극적인 무대 활용이 시작됐다.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과 ‘노(N.O)’로 흥을 달군 멤버들은 스페셜 유닛 무대까지 꾸몄다. 멤버 랩몬스터-진-제이홉은 ‘컨버스 하이(Converse Hhigh)’를 부르며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머지 멤버 지민-슈가-뷔-정국은 ‘24/7 헤븐(24/7 Heaven)’을 열창, 귀여운 멜빵 의상으로 팬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이어진 일곱 명의 ‘미스 라잇(Miss Right)’ 무대에서는 팬들의 힘이 컸다. 2절의 상당한 부분을 멤버들 목소리 없이 팬들이 따라 부른 것. 이에 멤버들은 “이게 얼마 만에 같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미스 라잇’ 부를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함께 따라 해주니 더 좋네요”라며 감동을 드러냈다.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백미는 ‘신곡 최초 공개’였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네 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 pt.2’의 타이틀곡 ‘런(Run)’과 ‘버터플라이(ButterFly)’ ‘네버 마인드(Never Mind)’ ‘마 시티(Ma City)’까지 총 4곡을 선보였다.
타이틀곡 ‘런’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곡이다. ‘힘들어도 끊임 없이 달리며 청춘을 즐기자’는 내용이 담겼다. ‘런’ 무대에서는 달리기를 하듯 몸을 움직이는 안무와 뒤돌아 재킷을 반쯤 벗는 안무가 돋보였다. 그루브하면서도 절도 있는 퍼포먼스였다.
특히 앙코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마 시티’ 무대에서는 기차 간이역을 형상화한 이동 무대가 등장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멤버들은 세트 안에 들어가 바운스를 타,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방탄소년단의 흥에 본격적으로 푹 빠질 시간. 멤버들은 ‘힙합성애자’ ‘2학년’ ‘흥탄소년단’ ‘쩔어’ 등을 부르며 장내를 강렬한 힙합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특히 사이드 리프트를 통해 2, 3층 관객들과 더 가까이 만났는가 하면, 양 사이드로 펼쳐진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들이 객석 라운딩 무대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멤버들은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후회 없이 즐겨야죠. 2, 3층 전부 일어나세요!”라며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스쿨 러브 어페어(Skool Luv Affair)’ ‘호르몬전쟁’ ‘상남자’를 열창했다. 엔딩 무대인 만큼 본무대에서 이뤄져, 앞서 정신없이 뛰놀던 분위기와 달리 멤버들의 칼군무를 볼 수 있는 순서였다.
앙코르 무대에 앞서 멤버 랩몬스터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바로 이어 슈가가 관객을 등지고 뒤돌아 무대에 등장했고, 슈가가 마주보고 있던 벽면이 뒤집어지며 거울 벽면으로 바뀌었다. 거울을 바라보며 폭풍 랩을 하던 슈가의 모습은 앞선 영상과 연결돼, 청춘의 자화상을 상징하는 듯 했다.
무대는 완벽했다. 노래 박자에 맞춰 빵빵 터지는 폭죽과 불꽃, 쉴 새 없이 쏘아대는 현란한 조명은 충분히 화려했다. ‘신인’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방탄소년단만의 흥과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고, 무대 활용 또한 훌륭했다. 특히 이번에는 최초로 풀 밴드 세션으로 꾸며져, 생생한 공연의 열기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칼군무를 보여줄 때면 눈을 뗄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안무 없이 무대를 휘저을 때 마저 숨길 수 없는 끼가 드러났다. 신나게 뛰어 노는 자유로움과 ‘인스타그램’에서 등장할 법한 특유의 감성은 물론이다.
공연 중간 멘트 타임 때마다 멤버들은 별 다른 이야기 없이 “재미있어요?”라는 말로만 호응을 유도해, 진행에 살짝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기 직전, 랩몬스터를 비롯한 멤버들은 새 앨범을 준비하며 겪었던 고민과 슬럼프, 깊은 생각들을 전했다. 특히 랩몬스터가 ‘화양연화’에 대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의 태도만 있다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화양연화’가 청춘일 수도 있고, 거창한 시기일 수도 있어요. 죽을 때까지 ‘화양연화’일 수도 있고, 영원히 모를 수도 있죠. 행복이라는 게, 행복을 잡으러 가는 과정에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연에 이어, 오는 28일과 29일까지 총 3일간 같은 장소에서 단독 콘서트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를 개최한다. 네 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 pt.2’는 오는 30일 정식 발매된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