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포커스] 신화, 너와 내가 아닌 ‘우리(WE)’의 역사를 쓰다
[제니스뉴스=이소희 인턴기자]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그룹 신화의 데뷔 17주년 기념콘서트 2015 신화 17TH 애니버서리 콘서트-위(SHINHWA 17TH ANNIVERARY CONCERT-WE)가 개최됐다.
‘위(WE)’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공연은 신화가 17년간 함께 해준 팬클럽 신화창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미. 이미 수많은 무대를 보여준 신화는 이번 공연에서 신화창조에게 어떤 새로움을 선사했을까?
◆ 관록의 신화, 그들만의 남성미와 재치
사각형의 구조물에 오른 채 무대의 양 옆에서 등장한 신화는 2집 타이틀곡 ‘T.O.P. (Twinkling Of Paradise)’로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 곡은 신화가 1집 실패 후 겪은 해체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곡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오프닝이었다. 신화는 이어서 ‘퍼펙트 맨(Perfect Man)’과 ‘마네킹’을 열창하며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줬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신화입니다!” 힘찬 인사말과 함께 신화 멤버들이 무대로 올랐다.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가기 전 신화는 좋은 소식을 전했다. 지난 21일 MBC ‘음악중심’에 이어 22일 SBS ‘인기가요’에서도 1위를 차지해 총 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 것. 역대 최다 1위를 기록한 것에 신화는 팬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멤버들은 ‘온 더 로드(On The Road)’와 ‘헐츠(Hurt)’, ‘아는 남자’ 등을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아는 남자’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개사를 하며 재치를 뽐냈다. 김동완은 신혜성이 “욕해도 괜찮아”라는 구절을 부르자 실제로 욕을 해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최장수 그룹다운 여유가 묻어나는 무대였다.
유쾌한 분위기에 이어 신화가 준비한 VCR영상이 상영됐다. 신화는 매년 콘서트마다 유머러스한 VCR 영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콘서트 영상의 주제는 ‘12집 수록곡 메모리(Memory) 파트 바꿔 부르기’. 랩퍼 에릭과 전진은 보컬 신혜성, 김동완과 역할을 맞바꿨다. 압권은 프로듀서 이민우의 역할을 막내 앤디가 맡은 것. 과연 어떤 곡으로 바뀌게 될까?
영상 상영 후에는 ‘화이트 셔츠(White Shirt)’, ‘돈 크라이(Don’t Cry)’, ‘올라잇(Alright)’, ‘아임 인 러브(I’m In Love)’ 등 신화의 12집 수록곡 행진이 이어졌다.
이후 김동완은 ‘이민우가 자다 깬 모습’이라며 기지개를 켜는 흉내를 냈다. 바로 신화의 ‘아이 플레이 포 유(I Pray 4 U)’ 뮤직비디오 속 이민우를 따라한 것. 이를 눈치를 챈 신화창조는 열광했고 곧이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또한 멤버들은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위 아래’ 춤을 선보이며 신화창조를 열광케 했다. 신화가 내건 1위 공약 중 하나를 이행한 것. 이어 멤버들은 “이민우가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가사를 쓴 노래가 있다”고 장난을 치며 이민우 작사 곡 ‘기브 잇 투미(Give It 2 Me)’ 무대를 이어갔다.
◆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우리(WE)'
공연은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잼 넘버원(Jam #1)’과 ‘비너스(Venus)’ 등을 부르자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비너스’는 새로운 편곡을 통해 신화창조가 더욱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지막 VCR 영상 속 멤버들은 오버 액션을 하며 과장된 느낌으로 녹음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지어 김동완은 “네 맘 속의 메모리”의 가사를 “USB 메모리, 16기가 메모리, 생생우동 짭쪼름”이라고, 신혜성은 “이제 그냥 그만 두렴 후렴”이라는 가사를 “후렴 수염 고래”라고 개사해 팬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정신 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공연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부담감 속에서 준비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이번 활동하면서 느꼈는데 그때마다 여러분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니 부담 없이 열심히만 하면 될 것 같다”라며 신화창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민우와 전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 멤버들은 "신혜성은 녹음 도중 녹음부스에서 쓰러지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멤버들의 말에 의하면 신화의 11집 '디스 러브'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신화가 12집을 준비하며 느낀 부담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실제로 신화는 팬들에게 자신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이제 그들은 이번 공연의 슬로건처럼 '우리'가 되어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다.
신화는 ‘메모리(Memory)’,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Once In A Lifetime)’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신화창조는 불이 꺼진 공연장에서 한마음으로 “신화산”을 외쳤고 이내 등장한 멤버들은 다시 무대를 채우며 뜨거운 앵콜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번 콘서트는 신화의 진심이 묻어나는 공연이었다. 신화는 공연 내내 애정이 묻어나는 눈길로 팬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저 멀리 객석까지 눈에 담았다. 이번 공연은 신화와 신화창조가 모두 건재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서로에게 지닌 고마움을 되새기는 공연이었다.
김동완이 말했다.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아요. 하지만 무너지지 않게 해줄게요. 그러면 신화가 무너지지 말아야겠죠? 저희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신화창조가 필요해요”라고. 17년간 함께한 신화와 신화창조는 이제 '하나'와 다름없다. 그들이 앞으로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을 함께하며 어떤 역사를 기록해 나갈지 기대된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