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올모스트 메인’, 황량한 무대에서 피어나는 오로라를 닮은 아홉 빛깔 사랑이야기(종합)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의 프레스콜이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민준호 연출을 비롯, 배우 성열석 임철수 강기둥 오의식 윤나무 정순원 조풍래 주민진 박성훈 노수산나 강연정 김지현 정연 신의정 정선아 이지해 박민정이 참석했다.
'올모스트 메인'은 미국 TV시리즈 '로앤오더'로 유명한 배우 존 카리아니(John Cariani)가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이다. 오로라가 보이는 메인(Maine) 주 북쪽 오지에 있는 올모스트(Almost)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겨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10주년 퍼레이드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다.
2016년 대학로를 대표하는 18명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올모스트 메인’은 공연 준비 과정에서 배우들과 제작진이 기존의 영어대본을 다시 번역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는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을 보다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미국식 표현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등의 작업들이 진행됐다.
배우 정선아는 "테이블마다 팀을 짜서 영어 대본을 놓고 일주일 동안 번역을 다시 하는 작업을 했다. 하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라며, "특히 다리미판 장면에서는 남자의 섬세한 면이 영어로는 잘 드러나는데 한글로 옮기다보니 잘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리미판 장면의) 여자 같은 경우는 간호학과를 다닌 게 아니라 원래 영어 대본에는 간호사가 될 뻔 했다고 되어 있다. 영어로 하면 의미가 딱 와서 그대로 번역을 했더니 민준호 연출님이 이상하다고 해서 치열한 싸움의 과정이 있었다”고 다시 작품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고충을 밝혔다.
지난 공연보다 더욱 간소화된 무대는 관객들이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됐다. 이에 대해 민준호 연출은 "간결하게 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호화로워 질수록 이야기를 곡해하기 쉬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예쁜 이야기지만 이 친구들(등장인물들)의 아픔을 잘 건드려줘야지만 작품의 진정한 맛이 있다. 그래서 배우들만 볼 수 있는 무대를 디자이너에게 요구했다. 황량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전했다. 더불어 "황량한 곳에서 마음만 존재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으면 해서 무대도 그렇고, 오로라도 아껴뒀다가 한 번만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배우만 보이게 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고 연출 의도에 대해 밝혔다.
또한 황량해진 무대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발음, 발성이 중요할 것 같다는 말에 민준호 연출은 "사실 잘 얘기는 하지 않지만 바란다. 배우들이 객석 쪽으로 프로젝션이 잘 되도록 바라고. 나도 연기자 출신이다 보니까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일단 객석부터 해결하지 말고 상대 배역한테 그것이 진짜 들리도록 하는 거다. 볼륨의 차이가 아니라, 손짓 발짓 다 해서라도 무언가를 알아듣게 하면, 이 정도 (규모의) 극장에서는 다 챙겨서 본다. 오히려 객석을 위해서 하는 연기는 결국 구체적이지 않은 연기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준호 연출은 "오히려 객석을 버림으로써 얻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관객을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좋은 의미로 버리는 거다.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이 그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한다"고 밝혔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서로에게 짜증만 내는 젊은 부부, 11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청혼을 하지 않자 서로에게 준 사랑을 돌려 받고 끝내자고 선언하는 여자 그리고 몇 년동안 친구로 지내온 여자를 몰래 짝사랑해온 남자 등 '올모스트 메인'의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는 마냥 예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도 존재할 법한 그런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실제 겪고 있는 사랑 또한 행복, 기쁨과 같은 아름다운 감정 뿐만 아니라 좌절, 슬픔, 아픔, 고통 등의 다양한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올모스트'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처럼, 아름다운 아홉 빛깔의 '사랑'에 관한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오는 8월까지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사진=Story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