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작아지는 지갑, IT 성장과 지갑 사이즈가 반비례인 이유
[제니스뉴스=여혜란 기자] 오후 12시 반 점심시간, 거리를 활보하는 직장인들의 손은 단출하다.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있다면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이 전부일 때가 많다. 한국은행은 최근 '동전을 없애는' 방향까지 고려 중이니, 사람들의 손은 더 가벼워질 전망이다.
과거를 떠올려 본다. 각종 카드로 빈틈없는 속내, 지폐와 동전으로 두툼한 체격을 자랑하는 장지갑의 과거 말이다. 상당한 무게의 지갑과 역시 상당한 무게였던 휴대폰을 함께 들고 다녔으니 말 다했다. 그것은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2016년, 지갑이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해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가지고 온 혁명이 있다. 지갑은 작아지고 얇아졌으며, 휴대폰 케이스에 흡수가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카드지갑과 머니클립이 업계에서 호황을 이뤘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이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카드지갑과 머니클립 판매량이 장지갑과 반지갑을 넘어섰다. 소형 사이즈의 제품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카드지갑이 29%로 1위를 기록했다.
패션 전문지 어패럴뉴스에 따르면 상당수 명품 브랜드가 '컴팩트형' 지갑을 내놓고 있는데, 그것은 점차 국내 브랜드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현금보다는 카드를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지갑의 원초적 역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간편결제 앱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일상에 고착되고 있는 점 또한 지갑의 기능이 축소된 이유 중 하나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겸비한 카드지갑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핸드메이드 악어백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한 악어가죽 브랜드의 카드지갑은 100개 한정 출시돼 그 가치를 더하며, 또 다른 이그조틱 레더 브랜드 또한 지난해 악어가죽 소재의 클립 카드지갑을 내놓았다. 이 카드지갑은 머니클립으로 활용 가능해 실용성을 더했다.
지갑의 역할을 도맡은 스마트폰 케이스도 보편화됐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인 만큼, 다양한 수납 기능을 갖추고도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폰 지갑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폰 케이스와 패션 지갑을 결합한 스마트폰 지갑은 최근 기종에 관계 없이 모든 휴대폰을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체인 스트랩을 추가한 스마트폰 지갑은 간단한 외출시 미니백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유용함을 어필했다. 제품에서 향기가 나는 '퍼퓸 케이스'의 등장 또한 쏟아지는 동종 제품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두는 방법이다.
수많은 카드 중 단 한장의 카드를 인식한다는 머니클립도 흥미롭다. '스마트 월렛'을 표방한 해당 머니클립은 사용자가 지정한 하나의 카드만을 인식해 대중교통 이용 시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Financial+Technology)'로 모든 것이 간소화되고 있는 지금, 지갑 또한 심플해지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패션 기업들이 미니사이즈 지갑의 높은 판매율을 의식하고 있고, 그것은 제작 수량을 대폭 보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IT의 눈부신 성장에 대중은 단출한 '손'을 원하고 있으며, 기업은 해당 아이템의 구성과 물량을 늘리며 높아진 수요에 응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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