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의 필름시럽] '쿵푸팬더3' 웃음 사망꾼에서 부활한 웃음 사냥꾼 '포'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쿵푸팬더2’는 전형적인 속편의 법칙을 답습했던 작품이었다. 전작보다 화려한 액션과 연출로 관객들의 눈을 홀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포’의 과거를 끄집어 내고, 진지한 고민을 부여했다. 전작의 인기에 볼거리를 더했으니 흥행 성적은 좋았다. 하지만 3편에 대한 기대엔 물음표가 붙었다. 그만큼 ‘쿵푸팬더2’의 평은 좋지 못했다.
드림웍스의 진일보한 기술을 뽐내는 건 좋았으나 너무 현란했다. 여기에 진지한 ‘포’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이너 피스’라며 마음의 평화 보다 뱃속의 평화를 먼저 찾았던 팬더가 고뇌를 시작하고 자아 찾기에 나섰다. 덕분에 전작에서 보여줬던 유머 코드가 줄어들었고, ‘타이그리스’ ‘몽키’ 등 ‘포’의 동료들의 분량도 대폭 감소했다. 즉, 매력이 감소했다.
‘쿵푸팬더3’는 ‘쿵푸팬더’와 ‘쿵푸팬더2’의 중간 즈음에 머물러있다. ‘쿵푸팬더2’의 잘못들을 다소 수정하고 ‘쿵푸팬더’의 장점들을 다시 취했다. 무엇보다 전작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포’의 진지함을 벗어 던졌다. 이런 변신은 ‘포’가 태어나 처음 친아빠와 마주한 신이 대변한다. 진부해도 괜찮을 핵심적인 장면이었지만 두 팬더는 정말 ‘포’ 답게 재회한다.
진지함을 벗어 던지니 웃음꽃이 폈다. ‘포’는 영화 내내 정말 쉬지 않고 수다를 펼친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건 포의 입이 전부가 아니다. 푸근한 몸매를 내세운 좌충우돌 슬랩스틱 코미디 또한 끊이지 않는다. ‘쿵푸팬더’에서 보여줬던 유머의 전형이다. 말 그대로 말 개그, 몸 개그를 가리지 않는 웃음 사냥꾼 ‘포’의 귀환이다.
웃음을 부활시켰다 해서 그 곳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전작들이 ‘이너 피스’를 외쳤다면 이번엔 ‘기’에 초점을 맞췄다. 심오한 뜻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기’를 깨달아 가는 과정과 ‘용의 전사’를 넘어 ‘마스터’(사부)가 되어가는 ‘포’의 모습은 ‘성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쿵푸팬더3’의 진지함에 대한 철벽방어는 팬더 마을에 입성한 후 더욱 견고해진다. 설정을 넘어 서사 속에 ‘팬더답게 살기’를 배치했다. 여유와 느림의 상징인 팬더는 걷기 보단 굴러다니며, 젓가락을 사용해 만두를 하나씩 먹기 보다는 손으로 여러 개를 집어 먹기를 권장한다. 마을 밖의 위기는 잠시 뒷전이다.
물론 그 상황을 즐기는 ‘포’이지만 ‘기’를 깨달으려는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2편의 혹평에 대해 "‘웃음’이 전부가 아닌, ‘진지함’도 필요하다"는 여인영 감독의 가벼운 항변일 수도 있다. 또는 이번엔 웃음과 진지의 비율을 적절히 맞추지 않았냐는 질문처럼도 들린다.
‘쿵푸팬더2’에서 다소 넘쳐 보였던 화려한 연출도 이번 작품에선 적정선을 맞췄다. 중화풍의 컷 연출을 줄이는 대신 액션 연출에 힘썼다. 특히 체인 끝에 칼이 달린 비도(飛刀) 사용하는 카이를 통해 호쾌한 액션이 즐겁다. 더욱 섬세해진 캐릭터 외양은 드림웍스 기술력의 현주소다. 특히 한 올 한 올 흩날리는 팬더들의 털 묘사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기 시리즈를 이어가는 작품인 만큼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박한 평가도 받는, 어쩌면 속편의 숙명 때문에 절치부심 노력한 것도 보인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다.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만, 세스 로건, 성룡, 루시 리우 등 내놓으라 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한 것은 ‘쿵푸팬더’의 특별한 점 중 하나다. 허나 그들이 연기한 타이그리스, 몽키, 바이퍼, 맨티스, 크래인의 분량은 가뜩이나 적었던 2편보다도 더 줄어들었으니, 넘쳐나는 팬더들의 틈바구니 속 다섯 전사의 모습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사진=애니메이션 '쿵푸팬더3'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