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살인의뢰' 박성웅 "마지막 악랄한 웃음, 연습 많이 했죠"

2015-03-25     최민지 기자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한 번의 연기로도 뇌리를 스쳐가는 배우가 있다. 단 한 번의 자극이 온 몸을 관통해 오로지 그것으로만 기억을 하게 만드는 배우 말이다. 어쩌면 배우 박성웅(42)이 그런 연기자일지 모른다. 강한 인상에 땅을 뚫는 초저음, 여기에 섬뜩한 연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온 몸이 찌릿해진다. 영화 ‘살인의뢰’(손용호 감독, 미인픽처스, 영화사 진 제작) 속 그는 더욱 그랬다. 얼굴에 스치는 미소에서까지 소름이 끼친다.

박성웅은 ‘살인의뢰’에서 살인마 강천을 연기했다. 강천은 부녀자 1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마. 아무런 이유 없이 섬뜩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섭다. 동기부여 없이 무작정 사람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 그래서 관객들은 강천에게 일말의 동질감이나 측은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의 살인에 더욱 분노하고 ‘나쁜 놈’이라며 큰 소리를 칠뿐이다. 박성웅은 살인마와 만나 더욱 독한 포스를 내뿜는다. 더 이상의 악질은 없다.

◆ “올 누드 위해 생애 처음 왁싱”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목욕탕 액션 신이다. 이미 수없이 회자됐기에 더 궁금할 것이 없지 싶겠지만 워낙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장면이기에 말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박성웅은 올 누드 목욕탕 신을 위해 3개월 동안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누구보다 술을 좋아하는 박성웅이기에 그 시간들은 더욱 고통이었다. 술 한 잔에 하루의 힘듦을 마무리했던 그가 술은커녕 물까지 조절해가며 먹었으니 오죽했겠나.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 시간들이 아직도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올 누드 액션은 강천의 센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아저씨의 몸으로 나갈 수는 없었죠. 그래서 3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는 날은 이번 촬영이 처음이었어요. 술을 안마시니까 시간이 남더라고요. (웃음) 영화 ‘무뢰한’을 찍을 때도 노출이 있었거든요. 1주일 텀으로 딱 맞추어 달라고 했어요. 3개월도 힘든데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다행히 딱 그 기간에 찍을 수 있었어요.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살인의뢰’ 촬영이 끝나고 30일 동안 낮술 포함해서 40일 정도는 마신 것 같아요.”

박성웅의 노력 덕분이었다. 목욕탕 액션 신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게 됐다. 힘들게 찍어서일까. 박성웅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올 누드 장면을 위해 왁싱까지 감행했다. 생애 첫 경험이었다. 촬영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스태프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박성웅은 씩씩하게(?) 촬영을 견뎌냈고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프로였다.

“정말 다 벗고 있잖아요. 집중이 안 되는 거예요. 액션은 옷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슈트를 입으면 옷이 날리면서 멋있어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알몸은 그런 것들이 안 되니까 고민을 좀 했었죠. 왁싱을 처음 해봤어요. 왁싱을 해주시는 분들이 다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남자가 한다고 해도 좀 이상할 것 같지만. (웃음) 다 벗고 하는 건 처음 4~5시간 정도만 신경이 쓰이고 괜찮았어요. 다들 눈치를 보고 경직돼 있으니 저라도 분위기를 좀 만들어 보려고 했었죠. 하하.”

◆ “아이와 함께 예능 출연은 아직”

가장 소름이 돋는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다. 형사 태수(김상경)가 총을 쏘는 장면에서 웃음을 짓는 강천의 모습은 소름과 함께 분노마저 치밀게 했다. 태수가 이긴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승리자는 강천. 그래서 더욱 비통하고 화가 난다. 강천의 웃음은 박성웅의 아이디어였다. 크랭크인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며 생각했던 부분이란다. 그래서일까. 더욱 그 표정이 악랄해보였다. 태수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조롱하는 강천의 미소. 섬뜩 그 자체였다.

“뒤에서 태수가 총을 쏘면 제 얼굴이 앞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손용호 감독에게 물어봤더니 맞대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제게 맡겨달라고 했죠. 그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어요. 분에 못 이겨서 태수가 총을 쏘지만 강천이 이긴 거잖아요. 태수가 원하는 것을 아직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게임에서 이겼다’하면서 악마의 극한을 보여줬어요. 마지막 장면으로 강천을 더 각인시킨 거죠. VIP 시사회 때, 강천이 총에 맞으니 관객석에서 박수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강천의 표정을 보며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웃음)”

이제 더 이상 살인마는 없다고 말하는 박성웅이었다. 어떤 살인마가 강천보다 더 악랄하고 얄미울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단다. 그래서 드라마를 택했다. 6살 난 아들의 이야기에 그는 ‘아들 바보’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들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했다. 아빠와 엄마(신은정)가 연예인이기에 아들이 덩달아 알려지는 건 싫다고 말이다. 아빠로서 확고한 그의 목소리가 더욱 견고하고 단단했다. 이게 바로 아이의 힘인가.

“요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예능이 많이 있잖아요. 제게도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어요. 고민을 정말 많이 한 뒤에 내린 결정이었죠. 장점도 있지만 전 생각이 좀 달랐어요. 자기 자신의 생각이 아직 확립되기 전이잖아요. 아빠와 엄마로 인해 얼굴이 알려지고 우리가 케어해줄 수 없는 선이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같이 놀러 가면 좋죠. 그런데 전 배우로 늙어죽고 싶거든요. 예능으로 오픈이 되면 이미지 문제도 걸릴 것 같고. 더 생각을 해보니 그런 문제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들이랑은 카메라가 없는 데서 더 자주 놀아주면 되죠 뭐. (웃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