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파리의 한국남자' 조재현, 독립 영화와 파리 그리고 딸 조혜정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매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명품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조재현이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로 대중들을 찾아왔다. 그는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에서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잃고 사라진 아내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상호로 분했다.
조재현은 극 중 상호의 처한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노숙자로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그가 노숙자 연기까지 하게 만든 ‘파리의 한국남자’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파리의 가장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재현은 개봉을 앞둔 배우라고는 믿기 어려운 만큼,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날씨가 추운데 마음도 춥네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알고 보니 조재현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던 것은 ‘파리의 한국남자’가 독립 영화라는 이유로 개봉관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조재현은 울분은 토해내듯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독립영화, 설 곳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
조재현은 “상업영화마저 빈부격차가 커졌어요. 하물며 예전에도 힘들었던 작은 영화는 관객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죠”라고 말했다.
특히 ‘파리의 한국남자’는 2014년 8월에 촬영이 끝났다. 허나 우여곡절 끝에 1년 5개월 만인 이달 말에 개봉하게 됐다. 이에 출연 배우로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독립영화가 뒷전이 된 것은 예전부터 이어져 온 일이지만, 요즘 들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극장이 관객 500만 영화를 넘으면 1000만 영화처럼 되려고 쫓아가고 있으니 독립영화는 아예 상영되지 못하고 있죠. 예전에는 300만∼400만 명이 될 영화도 100만∼200만 명이 못 돼 상영관에서 내려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노릇이죠.”
또한 독립영화가 대중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생각을 드러냈다.
“작은 영화가 대중적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대중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열리지 않는 게 문제죠. 간혹 ‘대중성이 없으니 관객들과 못 만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이 있는데 그 부분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봐요.”
이외에도 조재현은 최근 작가주의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사례가 홍상수, 김기덕 감독에서 대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몇 년 전만해도 작가주의 감독들이 흥행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색깔이 담겨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곤 했어요. 허나 요즘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상업영화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안타깝죠. 그런 면에서 김기덕 감독, 홍상수 감독 등 자신만의 길을 꾸준하게 가고 있는 감독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죠.”
#‘파리의 한국남자’,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전수일 감독
조재현은 ‘내 안에 부는 바람’,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전수일 감독과 ‘파리의 한국남자’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전수일 감독이 불러줘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네요.(미소) 감독님과 작업은 별다른 말 하지 않아도 술술 이뤄지죠. 이번 작품의 경우 결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원래 전수일 감독님의 스타일이 작품에 어떤 답을 내려주지 않아요. 관객들 스스로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타일이죠. 관객들이 선택하는 결말이 정답이에요. 저 스스로도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조재현은 전수일 감독의 뚝심에 대해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프랑스에 공동 제작자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제작자와의 촬영이 프랑스에서 어그러졌죠. 정말 그 때는 다들 멘붕이었는데, 전수일 감독님은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고 발 벗고 뛰더라고요. 결국 기적적으로 다시 촬영이 시작됐죠. 이런 면으로 봤을 때 정말 전수일 감독의 무대포 뚝심은 엄지를 치켜세울 만 해요.”
조재현은 이번 작품에서 별다른 대사 보다는 감정연기를 통해 아내를 잃은 슬픈 남자의 모습을 표현해 냈다. 이는 오히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대사가 별로 없고 감정으로 표현해 냈다고 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불어를 사용하는 것도 많이들 물어보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극에서 제가 하는 불어는 잘 하는 사람이 보면 웃을만한 수준이에요. ‘막불어’라고 하죠.(웃음) 딱 노숙자가 된 상호가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불어였죠. 처음에 배울까 생각도 했지만, 아내를 잃은 남자가 불어를 능숙하게 한다면 그 또한 모순이라고 생각해 대본에 충실해 연기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숙자 역할을 위해 감행한 덥수룩한 수염, 단벌의 옷 이다.
“이 영화를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숙자’에요. 한국의 노숙자라고 했으면 별다른 매력이 없었겠지만, 프랑스 노숙자라는 점이 끌렸죠. 제가 프랑스 가서 직접 느꼈는데, 프랑스에서는 노숙자를 보는 시선이 한국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했죠. 특히 놀라웠던 것은 전혀 냄새가 안 나서 놀랐어요.”
#예능프로그램...딸 조혜정
조재현은 지난해 10월 종영한 SBS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딸 조혜정 양과 출연했다. 그는 평소 방송과 영화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아닌,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 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조재현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그러나 방송출연 후 조혜정 양이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물론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나, 아빠의 후광에 힘입어 발탁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 때문일까? 조재현은 딸과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썩 만족해하고 있지 않았다.
“요즘 배우들에게 있어 홍보의 장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적격이라고 하지만,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요. 이제 예능 프로그램은 자제하고 싶어요. 사실 ‘아빠를 부탁해’ 출연도 관심이 없었는데, 아내가 승낙을 해 출연하게 됐죠. 물론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도 쌓았던 것 같아요. 언제 자전거를 타고, 시골집에가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하겠어요. 특히 제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인데, 딸을 위해 갈비찜을 했잖아요.(웃음) 아들이 가끔씩 음식을 해 달라고 하는데, 쓸데없는 소리라고 하면서 막고 있어요.”
#독립영화 성애자? 상업영화도 OK
배우 조재현을 생각하면 ‘김기덕 페르소나’, ‘독립영화 다수 출연’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에 ‘조재현은 독립영화만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조재현은 이 견해에 손사레를 쳤다.
“독립영화만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상업영화에서 절 안 불러 주던데요?(웃음) 농담이고요,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받긴 하는데 확 와 닫는 느낌이 없어서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어요. 제 연기 철학이 누가 봐도 뻔 한 작품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주의거든요. 그동안 받았던 시나리오들은 다 뻔 했기에 출연을 안했죠. 그래도 앞으로 많이 불러주세요.”
끝으로 조재현은 올 해 계획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매 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아요.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하고 있는 것들을 끝까지 잘 해내자는 것이 목표에요. 지금 계획은 ‘파리의 한국남자’가 많은 영화관에서 개봉이 되는 것이고, 하고 있는 연극 마무리 잘 하는 것이죠. 영화, 연극 모두 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진=김문희 인턴기자 moonhee@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