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프리뷰] '장수상회' 눈물 바다, 감동 바다, 그리고 설렘주의보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영화 ‘장수상회’(강제규 감독, 빅픽처 제작)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액션 영화로만 인식됐던 강제규 감독, 노년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 낸 박근형(성칠)과 윤여정(금님)의 만남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이미 반 이상을 해낸 ‘장수상회’는 뻔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사랑과 눈물을 남기며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눈물바다,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이 작품은 틈만 나면 버럭 하고 융통성이 전혀 없는 성칠과 고운 외모에 환한 미소를 가진 금님 이야기를 담았다. 무심한 척 하지만 금님의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성칠. 그런 성칠을 귀엽게 바라보는 금님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에 비견되는 간지러움을 선사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그 때, 두 사람은 젊은 날의 그 감정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박근형과 윤여정의 조합은 이 영화의 다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연기 인생을 합쳐 100년이 넘는 두 사람의 연기력은 두 말 하면 잔소리. 어디서 잠시 숨을 쉬어야 될지 전혀 틈을 주지 않는 모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은 마음 깊숙이 넣어둬도 좋다. 그저 눈앞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달콤한 모습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박근형 윤여정, 아니 성칠과 금님의 눈빛만으로 이미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노년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했다. 하지만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던가. 순수한 ‘사랑’안에서 그들은 청소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똑같았다. 오히려 사랑의 설렘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서로의 이름을 묻고,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고, 전화를 걸어도 되냐며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물어나가는 이들. 같이 발을 맞추어서 걷고,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며, 멋있다고 말해주는 그 모습들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껴야 된다. 사랑의 시작은 조그마한 관심이라는 것. ‘장수상회’는 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액션 영화로만 인상이 깊은 강제규 감독의 다른 면은 놀라움을 줬다. 어떠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면은 있었지만, 계속해서 관객들의 감정을 이끄는 힘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두 사람의 핑크빛 사랑에 웃음 짓게 하고, 마치 나 자신이 사랑을 하는 듯 설렘을 주는 것. 70살에 시작된 첫사랑에 자신조차 놀라며 화를 내고 그 행동에 미안함을 느끼며 힘겹게 사과를 건네는 모습, 순간순간 눈물을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힘이 곧 ‘장수상회’를 이끌어나가는 모든 힘이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많은 이들도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조진웅(장수) 한지민(민정) 황우슬혜(박양) 문가영(아영) 찬열(민성)까지. 어른들의 로맨스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귀여운 주변인들이 있었기에 ‘장수상회’는 더욱 화목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내 안에 발견하지 못했던 연애 세포들을 깨우는 순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즐길 줄 아는 성칠과 금님이 되고 싶다.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사진=빅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