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순정' 김소현 ② 17살의 여름방학, 그 기억을 공유하며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순정’ 여자 주인공으로 이만한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김소현의 이야기다. 1999년생이라는 풋풋한 나이, 그리고 예쁜 외모, 그리고 2008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 내공까지. 15년 전의 첫사랑으로 추억하기엔 실로 안성맞춤인 배우다.
김소현은 이번 영화 ‘순정’에서 ‘수옥’을 연기했다. ‘수옥’은 다리가 불편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성격과 예쁘장한 외모로 또래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 소녀다. 선천적인 아픔을 딛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아가는, 양면의 감정을 연기 해야 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김소현은 이를 능숙히 해냈다. 더불어 엑소의 도경수(디오)와 러브라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까페에서 김소현을 만났다. 개봉일(2월 24일)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된 언론 시사회 및 홍보 프로모션으로 하루하루 가슴 떨린 나날을 보내고 있을 그 소감을 제니스 뉴스가 들어봤다.
대표적인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연기 경험을 쌓아왔다는 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배우 입장에선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제가 아직 성인이 돼보지 않아서 지금 시절이 나중의 연기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참 뭐랄까, 아역부터 커가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잖아요.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을 선배님과 선생님들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어린 나이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울 수 있다는 게 제겐 참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힘든 순간이 있을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꽤 많은 필모를 쌓아왔는데,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사실 맨 처음 시작했을 땐 아무 생각 없었어요. 지식은 커녕 연기를 생각할 수도 없는 나이었어요. 그냥 호기심에 시작한 거죠. 연기도 참 못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정말 제 일부가 된 거 같아요.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잃고 싶지 않은 제 일부라고 생각해요.
같은 아역으로서 김유정 씨, 진지희 씨랑 비교도 많이 된다. 비슷한 위치에서 도움도 받고 경쟁도 할텐데, 어떤 느낌일까요?
라이벌의 느낌은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연기 활동을 한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아역부터 같이 해왔으니 ‘다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한 팀인 것 같아요. 성인이 돼서도 다 잘됐으면 좋겠고요. 각자 좋은 이야기 들릴 때마다 저도 좋거든요. 사실 서로 간에 잘 못 만나기는 해요. 각자 연기하기 바쁘고, 또 각자의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이번 ‘순정’의 배우들끼리는 자주 만나나요?
오빠들은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짚 앞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적도 있고요. 연락도 계속하면서 관계를 이어오는 것 같아요.
‘순정’의 현장이 즐거웠던 게 많은 도움 됐을까요? 사실 홈스쿨을 한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학교 생활에서 한 발 벗어나 있으니 이번 친구들을 사귀면서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리고 전 어릴 때부터 사귀어 온 동네 친구가 어떤 느낌일까도 궁금했어요. 학교 친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잖아요. 수옥이가 부럽더라고요. 자신을 잘 알고 보듬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부러웠어요. 그런데 저도 그에 못지 않은 물론, 언니 오빠들이지만 친구들을 만난 거 같아서 감사해요.
또 어떻게 보면 제 17살 여름방학에 수옥이의 17살 여름방학을 연기했으니까요. 똑같은 시간을 연기한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다시는 이렇게 까지 행복하게 찍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5명의 또래의 배우가 한 영화에서 뭉친다는 게 사실 힘들잖아요. 이런 분위기의 영화도 드문 편이고요. 뜻 깊은 영화인 것 같아요. 굉장히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아요.
요즘 홍보일정으로 바쁘긴 하겠지만 또 다른 관심분야가 있을까요?
요즘엔 영화를 많이 보려고 해요.
어떤 장르 좋아해요?
다양하게 보는 편이긴 한데 사랑에 관련된 영화 좋아해요. 풋풋한 영화요.
역시 나이가 나이니 만큼 풋풋한 영화네요?(웃음)
일본 영화처럼 따뜻한 배경에 색감이 예쁜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고요. 제가 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팬이어서요. ‘인셉션’을 10번을 넘게 본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고요. 그 때부터 좋아해서 그 뒤로 ‘셔터 아일랜드’ 같은 영화도 찾아봤고요. 최근엔 ‘레버넌트’를 봤어요. 15세 이상 관람가였는데 ‘이게 왜 청불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장면부터 조금 잔인했지만,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멋있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어떨까요? 지금 충무로에서 ‘레버넌트’ 같은 묵직한 영화가 여배우에게 오기 힘든 상황인데요.
아무래도 여배우 원톱으로 가는 영화가 드물죠. 장르도 한정적이고요. 제가 성인이 됐을 때 다양한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힘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영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게 노력하려고요.
요즘도 글을 쓰나요? 예전에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국문학과 가고 싶다고 한 적 있죠?
그 땐 그저 글 때문에 국문학과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나중에 기자님들이 이야기해주셨어요. “국문학과 가면 글 안 쓴다”고요. 그래서 문예창작과를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웃음). 글은 지금도 쓰긴 써요. 매일 같이 쓰진 않고요. 힘들 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막 써요. 그러고 나면 생각도 정리 되고요. 스트레스도 풀리기도 하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써보고 싶어요. 책을 내서 공개를 한다기 보다는 그냥 제 이야기를 담아놓는 것도 좋고요. 뭐든 하나 써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차기작이 될 ‘덕혜옹주’ 이야기 조금만 해주세요.
촬영은 조금 남았고요.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지만, 짧은 시간에 그것을 담아내려고 보니까 내면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대사로 표현하는 것 보다는 내면의 아픔이 커서..., 일단 감독님이 잘 잡아주고 계세요. 섬세하고 세심하게 하나하나 잡아주세요. 모니터링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전 그 영화에 폐만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에요.
사진=김문희 인턴기자 moonhee@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