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미람 ② 괜찮은 사람, 건강한 연기, 그리고 튼튼한 에너지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최근 영화 '방 안의 코끼리'를 통해 관객과 마주한 배우 미람이 제니스 뉴스 사옥을 찾았다.
지난 2010년 영화 ‘귀’를 통해 데뷔한 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늘려왔지만 아직 대중에게 낯선, 하여 신인 배우라 당차게 소개하는 배우 미람이다.
길다면 길었던 무명 시기, 자신이 연기할 작품을 기다리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겠지만 그 시간마저 연기를 위한 바탕으로 갈무리하는 모양새가 얼마나 욕심 많은 배우인지를 가늠케 했다.
미람은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괜찮은 사람이고자 한다고, 그래야 건강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튼튼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미람과의 인터뷰는 배우의 바람대로 튼튼하고 건강한 웃음이 가득한 시간이 됐다.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보통 그렇지만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어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단순히 좋다는 느낌보다 열연을 한 배우들의 표정과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그 기분들이 너무 궁금해진 거죠. ‘나는 이토록 감동을 받았는데 저들은 뭘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긴 거예요.
이후 들어간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동료 후배를 잘 만났어요.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지냈어요. 제가 하는 게 연기인지 아닌지도 구분 안 하면서 마냥 좋게, 진짜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작품을 해나가다 보니 전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 그걸 여러 관객들이 봐주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누군가에게 감정 또는 감동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라며 책임감을 느꼈죠. 그때부터는 욕심이 많이 생겼고요. 어떤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연기가 그렇게 재미있나?
연기는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물론 (역할을)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지만 연기할 때는 너무 좋아요. 스케줄에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제가 인물을 통해서 열연을 해서 무언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건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에요.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만 힘든 게 있어야 그 다음 역할을 만났을 때 깊이도 생기는 것 같아요.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인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래서 역경 같은 게 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부딪히려고 해요. 도망치면 안 될 것 같아요. 도망쳐 버리면 제 것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배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꼭 정면승부하려는 욕심이 있어요. 매번 어렵긴 하지만요.
배우로서 성공하는 길은 운도 따라야 한다. 요즘 한예종 출신 배우들이 주목 받으면서 남다른 느낌도 들 것 같다.
노력이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언젠가 반영이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모든 일에 억울해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지금 힘든 건 남들보다 먼저 겪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그 시간을 잘 이겨냈을 땐 나 스스로에게 ‘잘했다’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먼저 잘 하고 있는 동료들이나 선후배님들에게 진짜 좋은 자극을 받아요. 의지나 용기도 받고요. 시기와 질투로 다가오지 않아요. 이 세상엔 배우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시기와 질투로 좁은 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요. 누군가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여 비교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제가 지금 가진 것들을 잘 가져는 게 중요하죠. 또 그냥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잘 기다리려고 생각해요.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언젠가 조금 더 기회가 많아졌을 때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을 것 같고요. ‘건강한 생각을 하자’가 내 생활의 모토예요. 당연히 어려운 일과 즐거운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지만 건강하게 받아들이면 건강한 연기를 하고 튼튼한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상형이 없어서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는 데 꼭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말할 정도로 건강한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적인 부분에 있어 쟁취하러 다니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스타일?
일에는 둘 다 가지고 있어요. 특히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둘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쟁취하러 다녔지만 지금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을 많이 연습해요. 배우로서 쟁취한다는 게 스스로 노력한다는 거 말고는 내가 스스로 쟁취한다는 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나 저거 할 거야’라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그럼 사랑에 있어서는 어떤 스타일일까?
사랑에 있어서는 마냥 받으려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미련이 남거나 후회가 남으면 평생 힘들 것 같아서 제가 하고 싶은 만큼 표현하는 편이에요. 기다리지 않아요. 오히려 가끔 친구들이 말릴 때도 있어요. 전 솔직한 성격이에요. 사랑에 있어서 계산을 별로 안 하는 편이에요. 성격이 맺고 끊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밀당의 방법도 잘 모르고요. 확실한 것을 좋아해요. 제가 먼저 좋아한다 고백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웃음)
롤모델은 누구인가?
영화 ‘캐롤’의 루니 마라요. 예전에 출연했던 영화도 많이 봤었는데 몰라본 거 있죠. 사랑스러움과 차가움도 보이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해내고, 여러 역할을 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루니 마라의 성격을 감히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역할을 맡고, 작품을 완성시켜 보는 이를 감동시키고 세상을 설득하는 능력이요. 여러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준다는 게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로 불리고 싶나?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는 제가 정하지 않고 대중들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까지 제가 눈에 띄는 작품을 하지 않았어요. 흥행작에 흥행 역할로 들어가지 않았고요. 하지만 여러 역할을 해왔고 전부 다른 인물이었어요. 느낌과 직업, 장르가 달랐죠. 일단 지금은 ‘또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기작은 어떤 장르로 준비하고 있나?
영화나 드라마 쪽을 준비하고 있어요. 신인인 만큼 호흡이 길고 보다 시청자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드라마가 좋을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사진=김문희 인턴기자 moo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