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해어화' 천우희 ② "'복면가왕' 출연? 가족이 원해도 그 수준은 아니에요"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주인공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해 청룡의 여인이 된 배우는 바로 천우희. 가녀린 몸에 크지 않은 키, 분명 예쁜 얼굴이지만 ‘여신 미모’라고 말하기엔 익숙하지 않았던 얼굴. ‘한공주’라는 영화도 생경했던 사람도 많았지만, 그 이름 또한 생소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봤다면 수긍이 가는 수상 결과였다.
천우희는 그렇게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여배우가 됐다. 영화 ‘손님’과 ‘뷰티 인사이드’에서 얼굴을 비췄고, 곧 개봉할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의 촬영도 마쳤다. 그리고 꼬박 1년의 시간을 투자한 ‘해어화’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천우희는 ‘해어화’에서 조선의 마지막 기생 ‘연희’가 되어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조선을 적신다.
지난 6일 제니스뉴스와 천우희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해어화’가 연희에게 다소 불친절한 영화가 됐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연기를 오롯하게 빛냈던 천우희. 그가 이야기하는 ‘해어화’에 대한 이야기와 그 안에서 부른 ‘조선의 마음’, 그리고 배우로서의 길을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 속에서 노래하는 모습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연습을 진짜 많이 했어요. 사실 노래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연희는 노래를 잘해야만 했고, 잘 해야만 이야기가 성립이 되니까, 특히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라고 하니까 부담이 됐어요.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당연히 배우로서 목소리가 중요하지만 연기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하는 거잖아요. 영화 안에서도 사람들을 사로잡아야 했고, 영화를 보는 관객도 사로잡아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4개월 기본적인 발성, 그리고 1940년대의 창법, ‘해어화’에서의 창작곡 등 잘 소화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어요. 괴롭기도 하고 낙담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는 노래하는 장면들이 잘 담긴 것 같아서 고생한 만큼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음악 감독은 어떻게 평가하던가?
초반에는 “편하게 불러 봐”라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제가 부담을 갖고 노래를 너무 공부하듯이 불렀거든요. 기본적인 발성부터 너무 신경 쓰다 보니까 감정적인 부분이 전달이 잘 안 됐어요. 음악감독님도 그렇고, 노래 선생님도 그렇고 “노래를 자기 이야기하듯이, 연기하듯이 해보세요”라고 하는데, “도저히 못하겠어요”라며 힘들어 했었어요(웃음). 그랬더니 “우희 씨의 목소리의 매력이 있고 개성이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하다 보면 찾아지는 지점이 있다. 어울리는 음과 톤이 나오는 부분이 있으니 편안하게 즐기듯이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습하던 도중 도저히 안되니까 ‘에라 모르겠다’라며 해본 적이 있는데, 그랬더니 오히려 노래가 잘 됐어요. ‘아 내가 심적인 부담이 있었구나’ 했죠. 사실 감독님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자 오늘 노래 테스트를 해봅시다” 하면, “제가 무대체질이라서요. 무대 올라가면 잘 하니까 테스트를 많이 안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 테스트에선 얼굴까지 빨개지거든요. 감독님이 그런 부분들을 약간 미심쩍어 했지만 제가 무대에서 잘하니까 “잘했다 잘했어. 역시 배우는 배우다”라며 칭찬 받았어요.
극중에서 부른 노래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창법이라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어찌보면 트로트랑 비슷해요. 간드러지진 않지만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예쁘게 불러야 했죠. ‘신민요’라고 해서 민요적인 부분도 살리면서 유행가가 시작됐던 시대였어요. 하지만 제가 평소에 트로트를 많이 듣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뽕끼’가 있잖아요(웃음). ‘약간 어색한데 어떡하지?’하다가도 계속 듣다 보면 ‘이래서 듣는구나’ 싶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고요. 분명 1940년대 음악을 듣다 보면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그 느낌을 온전히 영화에 가져오면 공감대도 떨어지고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조율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만드려고 했죠.
현장 녹음도 들어간 부분이 있나?
현장 녹음이 들어가진 않았어요. 정가 같은 경우는 본인이 박자를 맞추며 하는 거지만, 유행가는 밴드가 있거나 음악에 맞춰야 했어요. 출연진들이 합을 맞춰야 하니까 기본적으로 깔아놓고 갔죠. 그래도 전 감정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노래를 현장에서 계속 부르긴 했어요.
제일 감정 표현하기 어려웠던 곡은?
‘조선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버전으로 연기를 했어요. 노래하듯이 부르기도 했고, 뮤지컬 하듯이 감정을 실어서 해보기도 하고, 손동작도 조심스레 노래에 집중한 적도 있고, 과장되게 한 적도 있어요. 여러 버전 중에 어떤 게 더 적합할지 계속 고민했던 거 같아요.
‘조선의 마음’을 직접 작사했다. ‘연희’를 대변하는 가사였다고 했는데.
만약 제가 아까 말씀드린 아버지를 만나는 전사가 영화에 그려졌다면 충분히 표현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선의 마음’이 탄생 계기라던가, ‘연희’의 인생이 다 그려진 거거든요. 더불어 당시의 시대상도 녹아나야 하는 노래였어요. 그래서 잘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연희가 지금까지 살아왔을 때의 고단함, 민족의 한, 갑갑함, 피로함, 서러움을 담고 싶었죠. 그래서 단어 하나 선택할 때도 여러가지를 생각했었어요. ‘대지’ ‘광야’ 같은 단어를 생각하면 너무 투쟁 같아 보이기도 했고요. ‘연희’를 생각하면 한 떨기 꽃처럼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고민고민해서 나온 곡인데 감독님도 좋아하시고, 음악감독님도 칭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작사를 해내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촬영 중간 즈음에 곡이 나왔어요. 그 전부터 여러 버전의 가사는 받아봤었고요. 그 가사들을 보다보니 제가 끄적거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가사를 하루에 집중해서 썼다기 보다 꾸준한 시간을 가지고 썼던 거 같아요. 촬영 중에도 집에 가서 노래를 들어보며 어떤 게 어울리나 써봤거든요. 작사 제안을 받기 전부터 생각도 해보고 끄적였던 거죠. 사실은 제가 벌써 다 써놓고 “감독님, 제가 한 번 써보면 어떨까요?”하고 여쭤봤는데 “네. 좋아요” 하셨고, 저는 바로 “넵. 여기요”하고 가져다 드렸어요(웃음).
노래에 대한 재능도 비췄는데 영화 외에 다른 플랫폼에 대한 욕심은 없나?
드라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작품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보고 싶어요. 연극도 그렇고요. 무대의 느낌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는 다르잖아요. 하지만 뮤지컬? 그 외의 것들은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 소원이래요. 저희 지인들과 가족들은 제가 TV에 나와서 많이 보고 싶어하세요. 물론 영화도 영화관 말고 집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제의 밝은 모습도 보고 싶으신가 봐요. “매번 힘들고, 딥한 모습만 보이냐, 밝고 예쁜 모습들도 있는데”라며 많이 아쉬워하세요. 사실 제가 흉내 내고 웃기는 것들도 좋아해요. 그러면 “예능 나가서 그런 것 좀 해”라고 하시는데, 전 “안 돼 안 돼. 난 배우기 때문에 그런 건 안 돼”라고 농담으로 말해요. 부모님께선 그렇게 ‘복면가왕’에 나가길 바라세요.
조만간 ‘복면가왕’에서 볼 수 있는 있는 건가?
에이, 제가 ‘복면가왕’ 나갈 수준이 아니죠. 너무 노래 잘 하는 분들이 나오시는 걸요. 무서워요. 무서워(웃음). 예능 같은 부분은 다른 영화 스케줄이 계속 있어요. 조금 속상하다면 속상한 게 한 가지에 몰입하는 걸 좋아해요.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까 개봉 시기와 새로운 촬영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요. 요번 영화도 세 작품이 맞물려 있어요. 가끔 제 머리 속에 세 부분으로 나눠진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복이라면 제 복이겠죠.
사진=하윤서 인턴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