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해어화' 한효주 ② 청순함도 좋지만 마냥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2016-04-12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충무로에 여배우가 없다 하는데, 최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여성의 이야기로 그려지는 영화가 드물 뿐, 훌륭한 배우들이 언제나 자신을 위한 작품이 그려지길 바라고 있다. 2015년에도 박소담을 비롯해 김고은, 천우희 등 핫한 여배우가 좋은 연기를 펼쳐냈다. 그리고 한효주 또한 그 중심에 오롯하게 서있는 대세 여배우다.

그래서 영화 ‘해어화’는 더욱 소중한 영화다. 한 남자와 한 노래를 빼앗긴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소율’. 예인을 꿈꾸던 조선의 마지막 기생으로서 그 능력도 미모도 출중했지만 안타깝게 자신이 원하던 바를 손 안에 쥐지 못했다. 하여 자신의 친구와 사랑했던 남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고 결국 자신마저 가슴 아픈 인생을 살아간 비련의 여인이다.

이해하기 힘들 감정이고 하여 그려내기 힘든 캐릭터이지만 한효주는 이를 능히 해냈다. 그간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왔기에, 범죄자를 쫓으면서도 ‘꽃돼지’라는 코드명으로 불렸던 한효주이기에 이번 ‘소율’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의 호연에 박수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한효주를 지난 11일 제니스 뉴스가 만났다. 햇빛 따뜻한 봄날, 서울 삼청동의 한 까페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소율이가 유행가의 창법을 구사하고 싶지만 잘 안 돼서 고생하는 신이 인상적인데, 연기를 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을까?
데뷔 초엔 항상 그랬죠.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힘든 것도 힘든 이유를 알 것 같고요. 그런데 그땐 왜 힘든지도 몰랐어요. 이걸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많은데, 제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죠. 경험이 없으니까요. 전 그런 것들을 현장에서 많이 부딪히며 배운 케이스에요. 학교 과정보다는 현장 과정에서 많이 깨고 부딪히며 배운 케이스예요.

기억나는 때가 있다면?
전 시트콤 ‘논스톱’으로 데뷔를 했어요. 전 사실 안 해본 것에 대한 겁 없음이 있거든요. 안 해봤으니까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도 제가 나름 조금은 잘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 가니까 카메라 원투쓰리 돌아가고 있고요. 카메라를 다 캐치하기도 힘든데,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하라고 하니까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떨려서 NG를 많이 냈어요. 얼었던 거죠. 그럴 때 감독님이 부스 위에서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 지르면 화들짝 놀라서 화장실 가서 울고 그랬어요. 저 그 때가 19살이었어요.

언제쯤 그런 현장들이 익숙해졌나?
확 늘었다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단계 단계로 온 것 같아요. 그 뒤 작품이 미니시리즈의 첫 주연이었는데 그 때도 미니시리즈 시스템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고요. 그 후에 영화 몇 편하고 일일 드라마를 길게 할 기회가 있었어요.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그 때 처음 야외 촬영도 해보고, 세트 촬영도 해보고요. 마치 출퇴근 하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은 세트 촬영, 나머진 야외 촬영, 그런 시스템을 겪어봤죠. 168부작인가? 긴 작품이었으니까요. 그 때 많이 연습했던 것 같아요. 신을 나누는 방식이나 카메라가 돌아가는 방식 같은 거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충무로에서는 능동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후배들의 선례가 될 수도 있고.
‘해어화’를 찍으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요. 이젠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마냥 친절할 수만 없는 입장인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율'처럼 라이벌에 대해 절대 지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 있나?
‘계주에서 1등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승부욕이 있어요. 체육시간에 피구나 발야구 같은 거 할 때 정말 죽을 듯이 열심히 했어요.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열심이었던 적은 없었을까?
없었어요. 그런 경쟁을 해야할 때가 와도 제가 포기할 것 같아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든 마음일 것 같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센 역할을 했지만 아직 대중들에겐 청순한 한효주가 더 익숙한데.
좀 더 명확하게 센 영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제가 스릴러를 해본 적이 없어요. ‘감시자들’도 스릴러라고 말하긴 어려웠고요. 장르적으로 좀 더 명확하게 스릴러라던가 액션 같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운동은 잘하는 편인가?
네. 운동 신경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몸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본인은 자신을 내려놓을 준비가 됐는데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직 청순한 쪽인 것 같다.
아직까진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얼굴과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얼굴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보고 싶어하는 얼굴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 ‘그런 걸 할 수 있는 때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고요. 생각이 많은 때인 것 같아요.

 

사진=하윤서 인턴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