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버킷리스트 수행기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버킷리스트, 시한부, 암... 작품 소개에 등장하는 단어들로 유추해본다면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감동을 전하는 작품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해기'는 남은 시간 동안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100가지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해 나간다. 소년원에서 막 출소한 양아치 록커 '강구'는 그런 해기와 동창생. 해기는 자신이 죽어도 별로 슬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강구에게 자신의 버킷리스트 실행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이렇게 얽힌 두 사람이 해기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해나가는 과정은 슬프다기보다는 오히려 해기의 성격만큼이나 통통 튀고 해맑은데다 즐겁기까지 하다. '사이비 종교 체험해보기', '스포츠카 타고 신나게 달려보기', '에스프레소 마셔보기', '버스킹 하기' 등 예상을 깨고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모두와 웃는 얼굴로 작별하고 싶다"는 해기의 바람처럼, 강구와 관객들은 그렇게 조금씩 해기와의 작별 수순을 밟아간다.
병원, 길거리, 강구의 집, 콘서트장 등 여러 장소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 실행기를 다 담아내기엔 조금은 좁은 듯한 무대가 아쉽지만, 객석을 비롯한 무대 구석구석을 최대한 활용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두 사람의 귀여운 안무 또한 시선을 끈다. '마이 버킷리스트', 'Someday', '에스프레소 더블' 등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를 맴도는 넘버들은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부모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삶을 포기하려 했던 강구 앞에서 나는 살고 싶다며 울부짖는 해기의 모습은 과장됨 없이 담백하게, 하지만 임팩트 있게 가슴을 파고 든다. 죽음을 앞둔 해기의 남은 삶을 대하는 태도, 그런 해기를 보면서 변해가는 강구를 보며 관객들 또한 지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 도전인 박시환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해기의 특유의 매력을 잘 살려낸다.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 손유동 또한 해기와는 반대되는 강구의 모습을 개성 넘치게 그려낸다. 특히 듀엣곡에서 두 사람의 감미로운 음색이 잘 어우러져 가뜩이나 듣기 좋은 넘버들이 한층 빛을 발한다.
해기와 강구 또래의 관객뿐만 아니라 더 폭넓은 관객층에게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다. '슈퍼스타K5' 준우승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박시환, 이번이 뮤지컬 첫 도전인 '슈퍼스타K4' TOP10 유승우를 비롯해 배우 임병근 김지휘 손유동 김현진이 출연한다. 오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
사진=벨라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