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킬 미 나우', 장애인 고민 통해 모두에게 묻는 '인간다운 삶'이란(종합)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가 장애, 성(性), 죽음 등 민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다루며 강렬한 인상을 전달했다.
4일 오후 연극 ‘킬 미 나우’의 프레스콜이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오경택 연출을 비롯해 배우 배수빈, 이석준, 오종혁,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이 참석했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가 2013년 발표한 최신작. 선천성 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고 싶은 17세 아들 ‘조이’와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헌신했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는 아버지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참여한 배우들에게서도 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가족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라 출연을 결심했다"는 배수빈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게 이 작품을 위해서 준비를 한 게 아닌가 싶다.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아들이) 어릴 때 정말 욕조에 처음으로 넣어보기도 했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 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와 닿더라. 이 작품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그리고 내가 앞으로 키워가야될 아들, 또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들과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밝힌 배우 이석준은 작품에 대해 “이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이어 이석준은 “(조이, 제이크가)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일 수 있다. 지금 내 아들이 겪는 문제가 장애, 비장애의 문제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출연하는 다섯 명의 배우 전체가 장애인일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장애, 고민을 같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선들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이 작품은 장애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희생과 헌신에 지친 사람들에게 진정한 나다운 삶,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것.
라우디 역의 문성일은 “조이 대사 중에 ‘보통 사람처럼 지내고 싶다’는 말이 있다. 나는 평소에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많이 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과연 보통 사람, 평범한 가정이라는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렇게 사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해, 작품 속 장애인의 고민과 갈등 또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조이 역을 맡은 배우 윤나무와 오종혁 또한 장애인으로 보여지는 것에 신경쓰기보다는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조이의 내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 소속사를 설득했다는 오종혁은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 분들에게 불편하지 않은 표현을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었다”면서, “중간에 엄청 많이 힘들어할때 석준 선배께서 이런 기능적인 면, 기술적인 면에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 감정에 더 집중을 하라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윤나무도 "조이 스터디는 어떤 마음일까를 더 고민을 많이 했다. 조이의 마음은 어떨까. 그 친구가 다른 가족,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마음은 어떨까를 더 염두하고 연습을 해왔다”고 밝혔다.
신체적·언어적 제약과 복잡하고도 날카로운 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다양한 공간 변화, 빠른 장면 전환 등 영상적인 시선으로 쓰여진 작품의 무대화도 작품의 볼거리 중 하나다. 민감하면서도 무거운 주제일 수 있겠지만 작품 속 조이, 제이크 같은 이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고, 질문해볼만한 작품이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연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