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계춘할망' 김고은 ③ 직접 밝히는 노래방 철학 "한국에 노래방이 없었더라면"

2016-05-18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곳이 인터뷰 현장이다. 자칫 민망하고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나오는 것도 현실. 최근 진행된 김고은과의 인터뷰에선 과거 '협녀, 칼의 기억' 당시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속상했죠. 매 작품마다 목숨 걸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협녀' 때도 전부 다 내던지고 연기했었어요. 최선을 다했고요. 하지만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 때의 실수를 다시 안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채찍질도 했어요. 애초부터 '난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싶어'라는 마음은 내려놨었거든요. 청룡영화상에서 수상할 때부터 이런 시련과 좌절의 순간을 예상했었나 봐요.(웃음)"

아직은 어린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답변과 함께 보이는 쿨한 모습에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푸는 편인가?"라고 물으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노래방"을 꼽았다. 인터뷰가 진행된 60분 남짓한 시간 속에 가장 밝은 모습으로 '노래방 썰'을 털어놓은 김고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본다.

쿨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푸는 스타일 같아요.
전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 항상 있어요. 노래방이요. 늘 가는 거 같아요. 정서에 따라서 부르는 곡도 달라요. 오늘 만약 스트레스를 확 받았다 싶으면 계속 지르는 노래를 부르죠. 노래방이 시끄러워지는 거예요. 편안한 기분이면 감성적인 노래를 부르고요.

음반이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노래는 제 취미에요. 절대 일로 하지 않을 거예요(웃음).

노래방이라는 취미, 조금은 의외네요.
전 '대한민국에 노래방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시절 중국에 있을 땐 그 동네에 저희 가족 말고는 한국 사람이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한인 교회로 가곤 했는데 그곳에 노래방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1주일에 1번 노래방을 갔어요. 그러다 한국에 왔는데 정말 노래방 천지인 거예요. 중학교 때부터 돈이 없으면 코인 노래방, 돈이 좀 있으면 일반 노래방을 갔었죠.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제가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제 인생에서 단 한순간도 노래방이 없었던 적이 없어요.

전형적인 흥부자 스타일?
그것도 때에 따라 달라요. 예를 들면 같이 가는 친구들이 두 가지 부류예요. 한 쪽 멤버는 신나게 노래 부르는 부류들이고 다른 한 쪽은 상대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주는 스타일이에요. 때에 따라 다르게 가죠. 

제주도에서는 어떻게 했어요.
제주도에서도 갔죠. 비 오는 날에요. 전 지방 촬영을 가도 숙소 근처의 노래방을 꼭 찾아놔요. 휴차다 싶으면 노래방에 꼭 가요. 제주도에서도 두 군데를 지정해놨어요. 가끔 한 쪽이 문을 닫을 때가 있더라고요. 급하게 다른 쪽을 섭외해서 갔죠.

결국 그렇게 갈고닦은 솜씨가 이번 '계춘할망'의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데요.
그건 진짜 끝까지 않안다고 했었던 거예요. 몇 달을 "네가 불러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는데 끝까지 "부담스럽다"고 고사했어요. "노래는 나의 취미다. 건들지 말아달라"고 한 거죠(웃음). 그런데 완성본을 보는데 가이드 분이 부른 노래가 깔려있더라고요. 그 순간 제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봤더니 '네가 부르자'라는 표정이었고, 그래서 저도 '알겠다'는 사인을 보냈어요. 그러고는 바로 이틀 후 녹음했어요. 정말 똑똑하신 감독님이에요. 


사진=하윤서 인턴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