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박종환 ① '양치기들' 통해 인정 넘어 대중성을 얻을 때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파수꾼’,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수작을 발표한 바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명작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 또 하나 등장했다. 바로 ‘양치기들’이다.
‘양치기들’은 거짓말을 파는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전직 연극배우 완주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을 의뢰받은 후 위험한 거짓의 덫에 걸려들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극을 이끌어 나갔던 주인공 완주 역의 배우 박종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촬영 후 2년 만에 개봉을 해서 그런지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되어 있었다. “영화 잘 봤다”고 말하자 “감사합니다”라고 담담하게 속마음을 내뱉은 박종환.
이후 박종환은 ‘양치기들’에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관객을 향한 생각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추운 겨울에 찍었던 영화 ‘양치기들’이 개봉을 했다. 앞서 GV 때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는데.
지금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GV 때는 무조건 다 좋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다 좋았다기 보다는 응원 차 좋은 말들만 많이 해줬던 거 같아요. 이제는 개봉했으니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스스로 봤을 때 영화는 어땠나, 만족했는지 아니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전 만족스러웠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님께서 어떻게 영화를 완성해 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가 조금씩 수정됐거든요. 그래서 궁금증이 더 했던 것 같아요. 추후 완성된 작품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죠.
김진황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느껴진다. 촬영하는 내내 어땠나?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소통하는데 더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 배우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다 들어줬고 존중해줬어요.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배우들과 소통 하려고 노력했고요. 가끔은 자신의 생각을 강력하게 어필하기도 했어요. 허나 이것이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감독님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신뢰가 같죠. 실제로 나이 차이도 1살 밖에 나지 않아서 더 소통이 잘 됐던 거 같아요.
나머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배우들과의 호흡도 다 좋았어요. 다만 각각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모두 다르게 느껴졌어요. 특히 한 명씩 상대해서 연기를 할 때는 연기적인 것을 넘어, ‘애가 왜 이 작품에 출연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이런 생각이 있고 난 뒤에는 배우 각각을 존중하면서 연기를 했던 거 같아요.
호흡이 잘 맞았던 만큼 카메라 불빛이 꺼지고 난 뒤에는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오히려 화기애애하기 보다는 차분했어요. 대화도 많이 하지 않았고요. 모두들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아서 절제하려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저 역시도 그랬기에 현장이 조용하게 분위기가 유지됐죠. 허나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난 뒤에 만난 배우들은 180도 달랐어요. 다들 어찌나 수다스럽던지.(웃음) 모두들 서로가 어색해서 말을 많이 안 한 게 아니라 절제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온전한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 간 것은 ‘양치기들’이 처음일 듯, 연기적인 부분이나 부담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어땠나?
주연과 조연을 떠나서 마음가짐은 똑같았어요. 더 열심히 연기를 하거나 준비를 하지 않았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했던 거 같아요. 오히려 아까 언급한 것처럼 고정적인 틀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때때로 시나리오가 수정 됐기 때문에 순간순간 몰입해 연기를 했던 거 같아요.
극 중 맡은 역할 완주는 역할 대행업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역할 대행업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직업을 연기해야 했다. 쉽지 않을 터. 어떻게 준비했나?
따로 준비한건 없었어요. 오히려 신경 쓰고 준비해서 연기를 하면 어색한 것이 화면에 드러날 것 같았거든요. 순간순간 몰입해서 연기 했던 것 같아요. 아! 술집 장면에서 여성 분과 술 마시고 즐기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이 가장 부담감이 컸어요. 안 해본 거라 어색했죠. 그런데 제가 어색해 하면 분명히 화면에는 더 어색하게 비춰질 것은 당연하니, 결국 술을 마시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이후 저를 내려놨죠.(미소)
혹 연기가 아닌, 실제로 ‘나도 의뢰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는지. 했다면 어떤 것을 의뢰해 보고 싶나?
음...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지금 문득 생각이 든 것은 실제로 할 수 없는,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의뢰해보고 싶어요.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들로요.
표정의 변화가 크게 없었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어떻게 완주를 해석했는지 궁금한데.
저는 미묘하게 다 다르게 연기했는데 잘 드러나지 않았나 보네요. 완주가 살인자로 누명을 쓴 남자의 군대 동기들 한 명씩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그 때 누구에게는 화를 내고, 누구에게는 조근조근하게 말을 하고 조금씩 다 달라요. 제 나름대로는 완주가 각각의 친구들을 만날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이라 해석하고 연기를 했는데 비슷하게 느껴졌다고 하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네요.
옷도 단벌이었다. 아쉽지는 않았나?
오히려 촬영할 때 용의 했어요. 안에 티셔츠만 바꿔 입으면 되니 편하던데요?(웃음)
영화는 거짓말이 시작이 돼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 크게 했던 거짓말이 있을까?
너무 많아서 하나를 콕 집기가 뭐하네요.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선의의 거짓말일 수도 있고요. 한 번은 제가 친구에게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내가 해준 이야기야’라고 말을 했어요. 친구가 저에게 말을 해줬던 것을 제가 아는 것 마냥 말한거에요. 어떻게 보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거죠. 그때 당황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요.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됐다. 결말에 대해서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다.
결말이 열려있기는 하지만, 영화를 두 번 정도 보고 곱씹어 보니 충분히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많이 열려있기 보다는 다시 뭔가 소중했던 때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됐다고 생각이 드는 분들은 한 번 더 보면 이해할거라 생각이 들어요. 많이 봐주세요.(미소)
한편 박종환이 출연한 ‘양치기들’은 지난 2일 개봉했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