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굿바이 싱글' 마동석 ① '의상 50벌의 특수분장, 마블리의 끝'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누가 봐도 이번엔 작심했다. ‘마블리’ ‘마쁘니’라는 별명을 이야기하면 “감사하다”면서도 손사래부터 쳤는데, ‘굿바이 싱글’의 마동석은 말 그대로 ‘블링블링’하다. 맡은 역할이 유학파 스타일리스트라는 설정이니 이젠 그 별명들을 피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 됐다.
영화 ‘굿바이 싱글’로 돌아온 마동석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이번 작품에서 마동석은 ‘아이를 갖고 싶다’라는 일념으로 가짜 임신 스캔들을 펼치는 대한민국 톱스타 ‘고주연’(김혜수 분)의 곁을 지키는 죽마고우이자 스타일리스트 ‘평구’를 연기했다. 철 없는 주연과 함께하며 그의 스캔들에 엮인 중학생 ‘단지’(김현수 분)까지 돌보는 캐릭터다.
★ 마블리의 끝 '평구'
“평구는 김혜수 선배와 동고동락을 하는 절친이다. 직업은 스타일리스트지만 감독님과 이야기한 것은 ‘매니저 역할이 많다’는 부분이었다. 뒤처리를 해주는 인물,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만큼의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덕분에 ‘굿바이 싱글’ 전체 사건에 대입된다.”
마동석은 이번 작품에 임하며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손만 내밀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니저였을 터다. 특히 여배우들과 많이 작업했던 매니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남자배우들의 매니저와 여자배우들의 매니저의 차이. 그 키워드는 대화였다.
“사실 남자배우들과 매니저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관계가 형-동생에 가깝다. 그런데 여배우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스타일리스트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배우들은 그냥 맡겨 놓는 편이 많다. 하지만 여자배우들은 굉장히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 취향을 맞춰줘야 한다 했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 평구는 매니저이자 친구의 역할에 가까웠지만 설정은 유학파 스타일리스트였다. ‘마블리’의 끝을 만들 수 있었다. 그간, 특히 영화에서 무거운 역할을 많이 소화하느라 여러 의상이 필요 없던 마동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정말 화려한 패션을 자랑한다. 비슷한 캐릭터로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를 롤모델 삼아 평구의 의상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간 했던 작품에선 보통 한 두 벌의 의상을 갈아입는 편이었다. 액션이 많으니 갈아입긴 해도 같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하는 거였다. 사실 전 발이 시렵지 않은 계절엔 운동화, 슬리퍼,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의상만 입고 다닌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50벌 가까이 옷을 준비했고, 액세서리, 안경들까지 신경썼다. 거의 특수분장이었던 거다. 하하하”
결국 그 고생 끝에 마블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동석은 그 별명이 "고맙다"지만 의식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작품을 하다 보니 생긴 별명이고 그 또한 관심이기에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예전 ‘고릴라’ 같은 별명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 하지만 전략적으로 만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마블리’ '마쁘니’라는 별명에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었다. “그 별명의 시초가 ‘나쁜 녀석들’인데, 그런 역을 보고 그런 별명을 지어준다는 게 신기하다.” 그가 아직도 그 별명들이 낯설고 얼떨떨해 하는 이유다.
★ 대선배 김혜수, 벌써 세 번째의 김현수
평구는 조력자다. 마동석 역시 주연급 분량에도 불구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김혜수를 밀어주고 김현수를 끌어준다. 철저하게 매니저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극이 탄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그의 전사다. 세 아이의 아빠이고 서현진과 부부다. 비록 죽마고우라고 하지만 김혜수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의리의 속내도 궁금했다.
“영화는 2시간 안에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다. 부연설명이 많이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덜 중요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 같다. 감독님께서 평구의 전사에 대해 토막토막 이야기를 해줬다. 물론 가상이지만. 아마 평구는 예전에 주연을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연을 포기한 채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짝을 만나 결혼을 했다. 이후 베스트프렌드로 자리했을 거다.”
마동석이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는 것은 영리하기 때문이다. 우직한 모습과 달리 캐릭터와 마주하는데는 꼼꼼한 원칙이 있다. 먼저 영화의 톤을 파악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녹아들 지점을 찾아낸다. 두 번째로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생각한다. 그가 생각했던 ‘평구’의 내면에는 ‘주연’을 향한 애정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에 임했고 그렇게 그려냈다. 단 오버스럽지 않기 위해 감정을 조절해냈다. 그는 친구였고, 조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동석은 김혜수 그리고 김현수와 합을 맞췄다. 그렇다면 김혜수와 호흡은 어땠을까? 나이 차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 경력으로 따지자면 김혜수는 31년차의 대배우였다.
“김혜수 씨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배려를 많이 해주다 보니 각자의 능력이 올라간다는 걸 느꼈다. 늘 겸손하시고, 마음도 넓다. 대인배다. 존경심이 절로 들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큰 영광이었다. 다른 역할, 다른 작품을 통해서 꼭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이미 마동석은 김현수와 벌써 세 번째 작품이다. ‘더 파이브’ ‘살인자’에서 호흡을 맞췄다. 지금도 어린 김현수이지만 더 어린 시절부터 봐왔기에 더 각별한 부분이 있을 터다. 작품만 보더라도 고주연 보다는 평구가 보다 엄마처럼 다가가며 단지를 돌본다.
“현수가 많이 컸다. 숙녀가 다 됐다. 현수한테 장난도 치고 편하게 해주려고는 했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제가 원래 어색한 걸 못 견딘다. 현수는 참 좋은 배우다. 내성적인 친구다. 조용하고 잘 웃는, 그런 순수한 친구다. 참 좋은 부분이 본인이 극 중 상황이 납득이 돼야 연기를 한다. 적당히 이해하고 연기해내는 건 기술적인 연기다. 하지만 현수는 납득을 꼭 해야 정확한 감정을 실어낸다. 그래서 감독과 상의도 많이 한다. 잘 하고 있는 거 같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