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작품의 힘에 배우들 실력 더한 맛깔스러운 작품

2016-07-07     임유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비명소리를 연상케 하는 귀가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고음과 스티븐 손드하임의 난해한 불협화음, 지나치리만큼 간결한 무대와 그 빈 공간을 채우는 조명과 영상. 그리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발사. 스산하고 기괴한 이 느낌은 스릴러를 표방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공연 내내 이어진다.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돌아왔다. 지난 2007년 국내 초연 이래 약 10년 만이다. 올해 새롭게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신춘수와 박용호, 두 명의 프로듀서가 각각 프로덕션을 시즌 별로 담당하는 획기적인 제작 방식과 조승우, 양준모, 옥주현, 전미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단숨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지난 6월 21일 막을 올린 '스위니토드'는 그런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위니토드'는 아름다운 아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그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의 음모로 감옥에 갇혔다가 15년 만에 탈출해 돌아오면서 복수를 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우리에게는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그의 복수를 돕기로 한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 2층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스위니토드의 이발소에 이발을 하러 간 남자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와 동시에 러빗 부인의 파이는 특별한 맛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다소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극의 내용상 피를 흘리는 장면 등이 불가피하다 보니 취향에 따라 접근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스위니토드'의 매력은 단지 '스릴러'에만 있지 않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특유의 음악에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맛깔스럽게 조합해 극을 보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스위니토드와 러빗 부인이 함께 부르는 'A Little Priest' 등이 바로 그것. 특히 한국어로 찰지게 번역된 가사는 귀를 사로잡는다.

명불허전의 배우 조승우는 '스위니토드'에서도 복수에 미쳐가는 광기 어린 이발사를 뛰어난 연기력과 매끄러운 가창력으로 훌륭하게 소화한다. 극 초반 그의 모습에서 '지킬앤하이드'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조승우는 여느 때와 같이 오롯이 작품 속 스위니토드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섬뜩함과 함께 연민과 아픔을 전달한다. 

러빗 부인 역의 전미도는 귀여운 수다쟁이 아줌마 같은 느낌이다. 어떤 배우와 만나도 최고의 호흡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조승우와도 역시 찰떡 호흡을 유감없이 뽐낸다. 

복수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극의 흐름은 연출가 에릭 셰퍼의 말처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하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그 페이스에 휘말려 들어간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관객들을 몰아치던 작품은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마지막을 향해 가파른 경사를 숨 가쁘게 내려온 후 순식간에 멈춰버린다. 

3층 구조의 심플한 무대는 배우들에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화려한 무대 장치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워낙 탄탄한 작품인데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더해져 후회 없을 명작이 탄생했다. 오는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오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