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전혜빈 ① 선입견 깬 ‘우리 연애의 이력’,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연예인은 대부분이 이미지로 먹고산다. 이에 이들은 자신의 분야와 맡은 역할, 그 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쓰고 활동한다.
본연의 모습이 무엇이든 때에 따라 청순한 소녀에서 섹시 아이콘으로, 때로는 단정하다가도 갑자기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또한 작품 속 캐릭터, 일상생활의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대중에게 어필하며 끊임없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대중에게 강렬하게 기억되는 일이 생기면 그 이미지는 고착화가 된다. 이에 많은 연예인이 부단하게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한다.
배우 전혜빈 역시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강렬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인해 ‘깍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들어오는 작품 속 역할도 차갑고 냉철한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6년 전혜빈의 행보는 달랐다. tvN ‘또 오해영’ 속 ‘예쁜 오해영’을 맡을 때만 해도 “또 똑같은 역할이네?”라는 생각이 강했다. 허나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본 사람이라면 “전혜빈 맞아?”라고 의심할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제니스뉴스가 만난 전혜빈은 드라마의 모습도 아닌 영화 속의 모습도 아닌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30대 여성의 표본이었다. 환하게 웃는 미소 속 조금씩 드러나는 여성성까지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법한 모습이었다. 이후 조곤조곤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모습에 점차 매료되기 시작했다.
‘몽정기2’ 이후 11년 만의 영화 출연이다. 11년 그리 짧지 않은 기간이다. 오랜만에 ‘우리 연애의 이력’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는 게 어떨까 궁금했어요.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얼굴을 봤는데 만족하는 표정을 봤어요. 그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이 놓였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예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라 만족했던 표정이었던 거 같아요. 이유야 어찌 됐건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기분은 좋아요.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 한 순간에 타락한 여배우 우연이 역을 맡았다. 우연이는 극을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제가 극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오히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고, 제가 주인공인데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우연이는 한순간에 타락한 것을 만회한 뒤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우연이로 분해 ‘나였어도 이런 행동을 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가끔 우연이의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고 ‘이런 건 아닌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극 중 이혼을 하고도 일을 위해 동거를 한다. 실제 극 중 커플 같은 일이 있을까? 영화니깐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큰데.
저는 '어떻게 헤어졌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극 중 연이와 선재(신민철 분)의 경우 서로에게 끌려 순식간에 결혼하죠. 허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일을 위해 만났으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재결합하게 되는 커플이라고 봐요.
실제로 헤어지고 다시 만난 적이 있는가?
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질질 끌고 연락을 계속했던 적이 있고 단칼에 헤어진 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경험 다 해봤네요. (미소)
연인에서 부부까지 호흡을 맞춘 배우 신민철과의 연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좋았어요. 민철 씨가 실제로도 연하고 극 중에서도 연하였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도 없었고요. 민철 씨가 맡은 오선재가 꺼벙함과 어리바리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 민철 씨가 그 모습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더라고요. 덕분에 몰입도 빨리했던 거 같아요.
신민철은 어떤 남자인가.
한없이 맑고 착하고 배려심 깊은 친구요. (미소)
실제 연애를 한다면 신민철 같은 연하남은 어떤가?
연상이 더 좋아요. 연하는 제가 겪었던 어렵고 아픔들을 곧 겪을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 만나기가 싫어요. 또 제가 했던 실수를 그 연하남이 저지른다고 하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연하보다는 연상이 더 좋은 거 같네요.
여자 감독님과 작업을 했다. 아무래도 영화를 여자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데 있어 여자 감독님의 영향이 크게 미쳤을 것 같은데.
정말 남자 감독님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같이 해보니 접근방식 자체가 달랐어요. 남자 감독님은 선이 굵은 디렉팅이라면, 여자 감독님은 옅은 색부터 시작해서 진한 색으로 차근차근 채우는 스타일이었어요. 감독님의 섬세했던 디렉팅이 우연이를 만들었고 쉽게 설명해주셔서 연기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영화는 크게 보면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을 다룬다. 전혜빈이 생각하는 사랑과 연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연애와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랑해야 연애도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도 연애 하는데 오래 걸려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만나지 않거든요. 확신이 선 뒤에는 그대로 직진이죠. (웃음)
이제 달달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도 온 것 같은데.
글쎄요? 요즘은 연애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당분간은 일에만 집중하려고요.
이번 작품이 배우 ‘전혜빈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저도 주변에서 전혜빈의 재발견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더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좋은 건 공유하면 좋잖아요. (미소) 여러모로 ‘우리 연애의 이력’은 저에게 보물 같은 작품이자 소중한 작품으로 가슴 속에 남을 것 같아요. 특히 그동안 대중들이 저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 준 작품이라 더더욱 의미가 커요. 솔직히 이미지를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은데 한 번에 해결해 줬어요. 정말 고마운 작품이에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