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과학이론? 불확실한 우리 삶에 던지는 철학적 질문, 연극 '코펜하겐'(종합)

2016-07-14     임유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6년 만에 돌아온 연극 ‘코펜하겐’이 과학이론을 통해 우리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코펜하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행사에는 윤우영 연출가를 비롯해 배우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이 참석했다. 

연극 '코펜하겐'은 20세기 물리학을 꽃피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과학자들이 가지는 철학적인 갈등과 고뇌를 무대 위에 펼쳐냄으로써 1998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여 국가의 언어로 공연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는 세계 제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주 돈독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보어는 일찌기 하이젠베르그의 재능을 알아봤고, 1920년대 중반에 하이젠베르그는 코펜하겐의 집회에서 보어와 함께 연구를 했다. 또한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는 닐스 보어의 상보성 원리가 발표된 기간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됐다. 

하지만 세계 제2차 대전 기간에 이들의 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유대인인 닐스 보어가 덴마크에 머물며 힘들게 살던 것과는 달리 하이젠베르그는 독일에서 핵무기 연구를 지휘하는 책임자가 됐기 때문. 이후 하이젠베르그는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1941년 9월경 보어를 방문한다. 하이젠베르그는 전쟁의 노력뿐만 아니라 핵에너지와 핵의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하러 간 것으로 생각되지만 기록으로 남아있진 않다.

작품은 위험을 무릅쓰고 코펜하겐에 간 하이젠베르그와 닐스 보어, 두 사람이 당시 나눴을 얘기를 통해 관객에게 불확실한 인간의 삶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윤우영 연출가는 이날 작품에 대해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이 의외로 많았던 것 같다. 좋은 작품들은 흥행성과는 거리가 멀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올라가서 관객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된다는 생각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을 밝혔다. 

약 2주간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이 원캐스트로 출연해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2009년과 2010년 ‘코펜하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남명렬이 다시 한 번 닐스 보어 역을 맡았다. 하이젠베르크 역은 서상원, 보어의 아내 마그리트 역은 이영숙이 연기한다. 

남명렬은 “과학이론 중에서도 대단히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그걸 소재로 연극을 만들었지만 작가와 연출, 배우들이 우리는 어렵게 연습했어도 관객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게 애를 많이 썼다.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관객에게 작품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이젠베르그 역의 서상원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거다. 배우가 전문적인 물리학의 세계를 얼마나 알겠나. 여기서 다루는 양자역학 등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미시적인 관점을 다루는 물리학이다. 우리가 이해하긴 훨씬 더 어렵다.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게 다 미시적인 소립자에 의해서 돌아간다. 그걸 파헤쳐서 결국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고 생성됐는지 밝히는게 양자물리학이다”라고 작품의 소재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서상원은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인간이 살아가는 얘기다. 우리가 살면서 내일, 5분 후, 30초 후의 일을 어떻게 알겠나. 누구도 모른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거다. 내 대사 중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뒤돌아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는 것 뿐이다’라는 게 있다”라며, “(작품의) 주제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실수를 하지 않고, 어떤 나은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끌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에게도 그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우영 연출가 또한 “과학이론을 철학적인 부분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관객에게 어떻게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음악, 무대 조명 등을 통해서 관객에게 친밀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라며, “불확실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철학적이고 불확실한 인간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걸 관객이 이해하고 한번쯤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출가와 배우들의 말처럼 작품 속 과학이론들은 의외로 철학적이며,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에 진지하며, 조금은 무겁고, 또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코펜하겐’은 오는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Story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