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부산행' 정유미 ② "연기, 이제야 엄마-아빠 얼굴 구분하는 정도"

2016-07-20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정유미는 충무로의 대들보 같은 배우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그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자신은 배우니까, 연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말 그대로 ‘연기자’다.

정유미가 ‘부산행’을 통해 관객들과 마주한다. 유료시사 진행으로만 56만 명을 끌어 모은 그 화제의 작품이다.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극찬 받으며 이미 쾌속질주를 예고한 바 있다. ‘부산행’에서 정유미가 연기한 ‘성경’은 만삭의 임산부로 똑 부러지는 성격과 정의로운 심지를 가진 여성이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주목 받은 ‘상화’(마동석 분)와 부부 호흡을 통해 단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정유미를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슈가 되는 작품인데도 오히려 덤덤한 자세로 이야기하는 정유미.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부산행’으로 칸에 갔는데 ‘부산행’ 출연진 중 유일하게 인지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인지도까진 아니고 칸에서 영화 좀 보신 분들 중 저를 알아보신 한 분 정도가 있으셨겠죠. 제가 칸에서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칸에서의 코멘트 중 ‘예술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이런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서 놀라웠다’라는 질문이 있었다는데.
그 부분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요. 제가 늘 하던 일이니까요. 예술영화만 찍었다? 그 사이에 ‘차우’도 찍었고 ‘10억’도 찍었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도 드물다.
제작비가 10억이든 100억이든 부담은 똑같아요. 제가 해내야 할 몫은 제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는 거니까요. 

작품을 고를 때 자신만의 고집이 있을까?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때그때 다르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시나리오만 보고 작품을 가지는 않아요. 제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해요. 제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댈 곳이 필요해요. 그런 부분이 일치할 때 작품을 가지만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면 시나리오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선택하지 않아요.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까요. 독립영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요. 상업적인 목적이 있으니 서로간의 신뢰가 필요한 거 같아요. 

‘폴라로이드 작동법’에서 봤을 때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저의 20대 초반의 모습이 그런 단편 영화에 남아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에요. 정말 그땐 그냥 영화를 했었달까요? 선배님 작품이라 하니 그냥 하게 됐던 작품인데 그때 모습을 제가 다시 봐도 신기해요. 꼭 폴라로이드 사진 같죠. 다시 인화할 수도 없는 사진이요.

시간이 흘렀다 해도 참 동안이다.
제 얼굴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영화를 할 때도 회차마다 달라져요. 14회차 쯤 가면 얼굴이 약간 상한 것 같은데 15회차엔 좀 예뻐져요. 제 얼굴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조명감독님과 스태프와의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관리를 따로 받기는 받아요. 피부과에도 가끔 가고요. 안 받으면 큰일나요. 요즘 HD 화질 아시잖아요. 그거, V앱 화질이 딱 좋은 거 같아요. 그 정도면 관리 안 받아도 될 거 같아요.(웃음) 

그때의 연기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이제야 엄마와 아빠를 구분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한 연기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건 아니에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제 단점이 커버됐던 부분도 있고, 제가 해냈던 것도 있어요. 그렇다고 지금 제가 뭘 안 다는 건 아니고 딱 엄마-아빠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 같아요.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죠. 제가 그 길 끝에 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필모그래피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 걸까?
촬영장은 늘 제가 있었던 곳이에요. 지금도 첫 촬영 날 새로운 스태프, 새로운 배우들과 일할 땐 항상 설레고 떨려요. 그러다 가족처럼 익숙해지고, 그러다 작품이 끝나고, 얼마 후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작업을 하고, 매번 제가 어떻게 있어야 할까라는 고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히말라야’를 할 때 그 현장이 참 좋았어요. 많은 걸 배운 거 같고요. 분량이 적다 보니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볼 수 있었죠. 아마 제 분량이 많은 작품이었으면 그런 것들을 돌아보지 못했을 거 같아요.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다른 선배들의 모습들을요. 그걸 느끼고 한 작품이 바로 ‘부산행’이에요.

'부산행'의 유료시사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네티즌 반응은 찾아 보는 편인지?
너무 많으니까 못보고 있어요.(웃음) 그것보단 지금 제가 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관객들마다 다양한 시선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전 우리 영화는 4D나 스크린X로 한 번 보고 싶어요. 색다른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연차가 쌓일수록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걸까?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제가 할 일을 알고 그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런 인터뷰 자리도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됐고요. 예전엔 촬영장만 좋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작업을 하면 다른 배우들이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와 대단하다’ 했고, 반면 제가 관심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오히려 조연이라 하면 마음이 편하달까요? 지금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나마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홍보 자리에 많이 얼굴을 비추는 거 같다.
홍보를 더 잘하고 싶다기 보다는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예전엔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그런 자리에서 제대로 말 못한다고, 그게 뭐가 무섭냐고요. 그땐 그냥 그런 자리가 왜 있어야 하는 지를 이해 못했던 거 같아요. 예전엔 제게 억지도 있었는데 요즘엔 없어서 다행이에요. 지금 ‘부산행’ 같은 경우도 배우에 맞게끔 홍보를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이런 저를 이해해줘서 고맙고요. 특히 예능에 나가라고 말하지 않는 부분은 더욱 고마워요.(웃음)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