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2' 오연서 ② 여배우가 친해지는 법? '남자 이야기'

2016-08-10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최고 시청률 37.3%, 국민 드라마로 군림했던 ‘왔다! 장보리’의 주인공 오연서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실로 오랜만의 복귀, 그가 선택한 작품은 ‘국가대표2’였다.

전작이 8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기에 부담도 있겠지만 그만큼 설렘도 있을 터. 게다가 여배우들끼리 똘똘 뭉쳐 즐겁고 열심히 찍었으니 작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할 것이다.

‘국가대표2’에서 ‘채경’을 연기한 오연서와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짧은 단발의 머리가 영화 속 채경을 연상시켰다. 그렇게 짧아진 머리만 봐도 오연서가 ‘채경’ 역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더 예쁜 오연서의 단발이었다.

▶ 1편에서 이어

★ 여배우가 셋 이상 모이면 남자 이야기!

‘국가대표2’는 크게 두 가지의 줄기를 타고 극이 흘러나간다. 하나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이고 또 하나는 ‘리지원’(수애 분)과 ‘리지혜’(박소담 분)가 엮어내는 탈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가슴 아픈 드라마다. 드라마에 비중을 높이다 보니 아이스하키팀 개개인의 이야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지원과 채경의 톤 높은 라이벌 구도였다.

“가장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불 꺼진 링크장에서 지원과 채경이 아이스하키 실력을 겨루는 신이에요. 마치 ‘슬램덩크’에서 강백호와 서태웅이 한 판 붙는 그런 장면이죠. 누가 이기나 여자끼리 벌이는 마지막 승부 같은 비장함? 아마 영화가 잘 돼서 감독판이 나오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신이에요” 

여자들의 한판 승부라 하니 ‘국가대표2’ 내부 분위기도 궁금해졌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배우 간의 기싸움’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이미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 이후 기자간담회, 그리고 미디어 행사에서까지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단지 여배우들이 이렇게 여럿 나오는 영화가 정말 드물었으니, 그 분위기는 다른 현장과 다르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이었다.

“그냥 똑같았어요. 이야기를 많이 했죠. 여자들이 만나면 수다 떨잖아요. 남자 이야기도 하고, ‘피부과 어디가 좋다더라’라며 정보 공유도 하고, ‘화장품 써봤는데 뭐가 좋다’ 하는 등 또래 여자들 모이면 맨날 하는 이야기, 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 시사 이야기로 넘어가서 사건 사고를 예로 들며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하고, 험해. 일찍 다녀야 해’라는 그런 대화도 했고요. 책, 영화 등 여러 이야기를 했어요. 아! 지희 같은 경우는 남자 이야기를 시작하면 조용히 짐 싸서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하하. 지희는 시험 기간이 걸려 있어서 따로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링크 대관 시간 때문에 밤 촬영이 많았는데, 촬영 끝나고 아침에 시험 보러 가고 그랬어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지희를 보면서 제 학창 시절이 생각났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 했어요. 놀기도 열심히 놀았고요”

“정말 열심히 공부한 건 맞냐?”라고 되물으며 “도대체 남자 이야기의 수위가 얼마나 높았으면 지희가 밖으로 나갔겠냐”고 타박했다. 그러자 “지희가 모태솔로예요. 너무 순수해서 15금 이야기도 18금 이야기처럼 힘들어 해요”라며 웃었다. 진지희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오연서의 눈빛이 딱 친언니의 눈빛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더 그랬다. “요즘에는 고등학생도 다 남자친구 있다던데 또 지희는 여고를 다니고 있고, 다음 드라마 할 때는 또래의 남자배우들이랑 했으면 좋겠어요”

★ 청일점 오달수, 마니또, 그리고 모닝술

누가 봐도 화기애애했던 여배우들의 현장이다. 그런데 그 현장에 서있던 낯선 존재, 아니 요정 하나가 있었다. 바로 천만 요정 오달수였다. 오달수는 이번 ‘국가대표2’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감독 강대웅을 연기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치며 작품에 웃음을 더했다.

“처음에는 달수 선배님은 샤이(shy)한 느낌이었요. 시적이고, 차분하신 분이잖아요. 선배님도 ‘이렇게 여자만 있는 현장은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 하시는 거 같았어요. 다 여자고 연령대도 다양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샌가 큰 언니가 되어있었어요. 같이 수다도 많이 떨고, 물론 남자 이야기는 같이 하지 않았지만요.(웃음) 워낙 많은 배우들과 다양한 작업을 하셨으니 궁금한 거를 많이 여쭤봤어요. 평상시에 좋아하는 남자 선배들을 언급하며 ‘정말 실제로 보면 멋있어요?’라는 그런 이런 이야기도 했어요"

쉴새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에 누가 봐도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을 것 같은 오연서였다. 이에 물어보니 역시나 “제가 제일 웃겼어요. 하하하”라며 크게 웃었다. 본인과 예원이가 딱 중간 위치라 언니와 동생들의 다리 역할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 친해진 김예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원이는 이번 영화가 제게 안긴 가장 큰 선물 같은 존재예요. 새벽 두 시까지 통화하고 그래요. 서로 통화하면서도 ‘이게 무슨 짓이니, 우리 남자랑 통화해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푸념해요. 둘 다 남자가 없어요. 한창일 땐 매일 통화하고 매일 만나서 놀 때도 있었어요. 요즘엔 그 친구도 뮤지컬을 하고 저도 스케줄이 있으니 시간 날 때만 얼굴 보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때까지 촬영 때문에 현장에서 함께 했던 ‘국가대표’의 여배우들이었다. 때가 때이니 만큼 화도 났었는데,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때 할 일도 없었고, 결국 그들끼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그런 즐거운 촬영 현장의 화룡점정은 ‘마니또 게임’이었다. 촬영 당시 ‘응답하라 1988’이 방영중이었고, 어남류-어남택을 입에 달며 덕선에게 빙의했던 배우들은 드라마 속 마니또 게임을 실제로 시작했다.

“제 마니또는 슬기였어요. 재숙 언니가 달수 오빠였고요. 그런데 그 순간 눈빛을 교환했는데 딱 눈치가 오더라고요. 서로 마니또를 바꿔서 속이기 시작했어요. 전 마치 달수 오빠를 뽑은 것처럼 티 나게 어깨도 주물러 주고요. 그 이유는 슬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다들 너무 빨리 들통났거든요. 특히 지희가 정말 발연기예요. 거의 뽑자마자 티가 났어요. 마치 ‘수애 언니는 뭘 좋아하시나요?’라는 느낌? 정말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다들 들통났는데 저랑 재숙 언니만 안 들켰어요. 저를 뽑은 마니또는 슬기였어요. 서로 뽑은 거죠. 전 슬기에게 향수를 줬고 슬기는 저에게 와인을 줬어요”

분위기 이야기를 하면서 술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오달수야 ‘막걸리 요정’이라는 애칭을 받았을 정도로 막걸리를 사랑했고, 수애 또한 촬영 중 모닝술을 빼놓지 않으며 진정한 아침형 인간의 면모를 뽐냈다. 그럼 모닝술 멤버에 오연서도 껴있었을까?

“전 그 멤버가 아니었어요. 그 모닝술이 설렁탕과 함께 하는 거였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설렁탕을 싫어해서 그 멤버에 끼지 못했어요. 사실 저희가 술을 다 잘 못 마셔요. 오달수 선배도 술을 좋아하시긴 하는데 약하세요. 촬영하면서 어느 밤에 한 번 같이 마신 적이 있어요. 참 오랜만에 한 번 마신 자리였는데 달수 선배가 ‘연서는 술이 너무 세. 참 잘 마셔’라고 이야기 하시길래 ’선배님이 약하신 거예요’라고 말해드렸어요”

▶ 3편에서 계속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