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래퍼 플로우식 “내 인생은 ‘8 마일’이었다”
[제니스뉴스=양완선 기자]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쇼미더머니5’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핫 한 래퍼가 된 플로우식이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 플로우식은 그룹 ‘아지아틱스(Aziatix)’ 활동 중 미국과 일본의 아이튠즈 차트 1위, 레이블 ‘캐시머니’와 약 120억여 원의 계약을 맺을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래퍼. 하지만 ‘K-힙합’을 더욱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뮤지션이다.
이렇게 오로지 힙합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플로우식이 이번에는 제니스글로벌과 패션 화보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스튜디오에 등장할 때부터 하이파이브를 하며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준 플로우식. 즐거웠던 촬영 후 진행된 진솔한 인터뷰까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처음 힙합을 접하게 된 순간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 뉴욕에 살았다. 그때 살던 동네에는 흑인과 스페인계가 많았고 아시아 계통은 내 주변에는 가족밖에 없을 정도였다. 인종에 대한 선입견도 많아서 힘들었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흑인들에게 '내가 너희들과 색깔은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힙합’이었고 랩으로 함께 한다면 '서로 같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랩은 누구에게 배웠나.
친형이 랩을 먼저 했다. 형이 랩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궁금했었다. 보통 동생들은 형이 하는 것은 다 따라서 하지 않나? 그래서 형이 음악을 크게 틀고 온종일 가사만 쓰는 모습을 1년 동안 보면서 '나도 형처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랩을 배워나갔다.
영화 ‘8MILE’이 떠오른다.
맞다. 내 인생은 완전 ‘8MILE’이었다. 영화처럼 거의 매주 랩 배틀을 하면서 지냈다. 당시 아시아인은 나랑 스내키챈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 흑인이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문학 공부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제가 영문학을 전공한 이유는 모두 ‘가사’ 때문이었다. 가사를 더 잘 쓰고 싶어서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쓰고 있는 가사에 문학적인 메타포를 많이 사용하는가.
나는 가사를 쓸 때 느낌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일단은 먼저 비트를 듣고 그 비트가 어떤 느낌이 있는지 보고, 그 느낌으로 가사를 쓴다. 물론 메타포는 사용해야 한다. 가사를 쓸 때 너무 쉽게 쓰면 재미가 없다. 생각을 많이 하고 써야 재미가 있다. 제이지나 나스, 투팍, 비기의 예전 곡 가사를 보면 세월이 흘러도 새롭게 발견되는 메타포가 있다. 이런 점에서 힙합이 너무 좋다. 가사를 바로 이해 못 하더라도 1년, 2년 후에 새로 발견하게 되는 뜻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힙합은 계속 다양한 색깔이 나올 거라고도 생각한다.
캐시머니와 120억원 상당의 계약을 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금액은 나와 상관없었다. 그저 ‘캐시머니’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캐시머니’는 내가 미국에 살 당시 미국에서 제일 큰 힙합 레이블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고 나서 드디어 목표를 이루었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더 흐르면서 목표가 계속 더 생기게 됐다.
지금 한국에서는 힙합이 대세다. 이 안에서 경쟁하기 벅차지는 않는지.
너무 신기한 것이 한국 힙합이 한국에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쇼미더머니5’가 지금까지의 쇼미더머니 중 미국에서 평점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2달쯤 전에는 오왼, 식케이, 펀치넬로, 라이브와 ‘응 프리스타일’이라는 음원을 만들었는데 한옥 안에서 가야금 비트를 넣어 영상과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해외에서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유투브에서는 그 영상을 구입해 메인 광고로 넣기도 했다. 내 생각에는 외국인들이 아시아 문화를 이해할 때 이렇게 힙합이 가미되면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 래퍼들의 실력도 너무 좋아서 미래가 아주 밝은 것 같다.
한국 랩 가사를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한국어는 랩이랑 너무 잘 맞는다. 그래서 귀에 너무 자연스럽게 들리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보통 가사를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너무 멋있다는 반응이 많다.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를 접하는 루트가 적은 편인데 힙합을 통하면 훨씬 반응도 좋고 이해도도 빠르다. 그래서 내 목표는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서 전 세계로 한국 힙합을 알리는 것이다. 그것은 나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내 래퍼들이 모두 같이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 래퍼들을 인정하는 분위기인가?
그런 분위기다. 하지만 분명히 훨씬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한국 문화와 힙합 음악은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원래 힙합이 뉴욕에서 시작될 때 흑인이 사는 동네에서 힘든 삶 속 행복을 느끼기 위해 길거리에서 DJ랑 턴테이블, 카세트 테이프으로 음악을 하며 바비큐 파티도 하는 등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이미 녹음된 테이프 위에 새로운 녹음을 입히기도 하며 샘플링이라는 것도 생긴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한국에서도 예전에 모여서 음악을 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들었다.
맞다. 한국에는 ‘노동요’라는 개념의 문화가 있다.
맞다. 얼마 전에 내가 새로 PC를 설치했는데 설치 기사분이 노래를 하면서 설치를 해주셨다. 심지어 랩까지 하셨고 너무 신기했고 기분이 좋았다.(웃음)
처음 ‘쇼미더머니5’는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됐는가?
처음에는 심사위원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도 꽉 차 있었고 참가자로 나가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왜냐면 주변에서 참가자로 가는 것은 이미 이뤄놓은 것보다 뒤로 가는 거라는 말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지아틱스’를 통해 R&B 팝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진짜 힙합을 국내에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정말 자신 있는 랩 스타일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고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
같은 참가자 중 팬들도 있었겠다.
맞다. 유니크의 승연이는 나의 팬이라서 나를 지목해 베틀을 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너무 고마웠고 이렇게 국내 래퍼들과 점점 친해질 수 있었다.
국내 래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누구인가?
현재는 비와이다. 비와이는 완전 음악에 빠져있는 것 같다.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이런 분들이 세상에 많아져야 한다.
그럼 해외 래퍼들 중에서는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동부에 살았으니 이스트코스트 래퍼들을 선호하나?
뉴욕에 살았기 때문에 나스와 제이지 같은 래퍼들을 좋아했다. 특히 나는 나스를 제일 좋아했다. 그 당시에 나스 카세트 테이프을 반복해 들으며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써서 플로우까지 거의 똑같이 따라 하기도 했다. 거기서부터 나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살리며 변화를 줬다. 그다음에는 DMX랑 투팍을 들었다. 웨스트코스트라고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힙합을 다 좋아했다. 스눕독이 ‘쇼미더머니’의 게스트로 나온 것을 보았나? 이게 힙합이 너무 매력적인 이유다. ‘힙합’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모두가 하나가 된다.
앞서 미국에서의 삶이 ‘8MILE’ 같다는 말을 했다. 에미넴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너무 좋다. ‘8MILE’을 보자마자 바로 녹음실로 달려갔었다(웃음). 지금도 가끔 힘이 빠지거나 지칠 때 ‘8MILE’을 본다.
많은 음원을 발표할 수 있던 원동력은?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랩을 계속 하는 이유가 바로 즐기기 때문이다.
창작의 고통은 없나?
당연히 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것이다. 나는 어려운 게 좋다. 너무 쉬우면 하기 싫다.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쇼미더머니5’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한국 뉴스를 통해서 아동학대사건들을 많이 봤다. 특히 발견이 안 되거나 신고를 해주지 않아서 외부 도움 한번 못 받고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피해 아동들은 학대받는 동안 끊임없이 주변에 도움요청 신호를 보냈다는데... 주변 어른들이 그걸 알아채지 못하거나 혹은 남의 집 일이니까 모른 척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학대 예방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 주변 아이들이 보내는 도움요청 신호에 꼭 응답하겠다는 서약캠페인인데, 나도 서약을 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서 아동학대 감시자가 대한민국 곳곳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 촬영에 대한 소감은?
너무 재미있는 촬영이었다. 특히 사진이 정말 멋있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 작가님 실력이 너무 좋다. 내 사진들을 보면서 배우처럼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기획 진행: 양완선 기자
포토: 이준영 포토그래퍼
영상촬영, 편집: 조용성 기자 cys@
의상: 테이트, 브로야, 235연구소, 뉴발란스
선글라스: BVH 선글라스
슈즈: 뉴발란스, 리갈
헤어: 스틸앤스톤 수아 실장
메이크업: 스틸앤스톤 민정 실장
사진=제니스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