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키다리 아저씨' 송원근-강동호 ① "184cm가 제일 작아, 이런 경험 처음"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 신장 186cm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고,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하는 출중한 연기력에 노래 실력까지 두루 겸비한 배우 송원근과 강동호, 그리고 신성록이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송원근은 2014년 ‘쓰릴 미’ 이후 약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강동호는 제대 후 첫 작품 ‘쓰릴 미’에 이은 차기작으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를 선택했다. 무대 위 송원근은 마치 드라마 속 ‘실장님’ 같은 정석 ‘제르비스 펜들턴’으로, 강동호는 귀여운 막내 도련님 같은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 잡고 있다.
무더위가 정점을 찍던 8월의 어느날, 서울시 중구 장충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두 사람을 만났다.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야외에서의 화보 촬영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함께 나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두 사람 모두 ‘쓰릴 미’ 이후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강동호: ‘키다리 아저씨’가 워낙 작품이 좋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걸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쓰릴 미’로 복귀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해서 무대에 좀 더 서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제안이 왔다. 타이밍도 맞았고, 이런 좋은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실질적인 건 원근이 형이 해서?(웃음)
송원근: 나는 강동호 패키지다(웃음). 사실 작년에 오디션을 봤다. ‘쓰릴 미’ 공연하면서 2인극이 되게 재미있었다. 무대에서 계속 호흡해야 되니까 공연을 계속 쌓아가면서 마무리 짓는 게 재미있더라. ‘키다리 아저씨’는 대본을 봤을 때 재미있었고, 넘버도 좋았다. 이만하면 예쁜 극이 되겠다 싶었다. 엎어졌단 얘기를 듣고 열심히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브라운관에서도 활약하는 배우다.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가 있나.
송원근: 나는 사실 호흡 때문이다. 같이 연기하고, 호흡하고, 처음과 끝이 다 있고, 그걸 준비해가는 과정도 시간이 충분하다. 드라마는 순간적으로 준비를 해서 해야되는 경우도 많고, 카메라가 켜질 때만 대사를 쳐야 하니까 뭔가 좀 기술적인 것 같다. 물론 장점은 있다. NG가 나면 다시 할 수 있다. 무대는 NG가 나도 그대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무대가 더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강동호: 드라마는 영향력이 크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기록이 남는다. 나는 사실 처음에 드라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다. 만족스러운 낮 공연을 끝내고 동숭아트센터 위에서 창 밖을 보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공연은 정말 남길 수 있거나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갑자기 그 순간에 브라운관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연기하는 즐거움이 있는 건 무대인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순간만큼은 실수를 하든 뭘 하든 온전히 내 책임이다. 그만큼 호흡도 길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갈 수 있다. 연기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무대가 제일 재미있다.
송원근: 물론 무대에서 사람인지라 실수를 많이 하면 박수 받는 게 미안한 느낌이 드는 날도 있긴 있는데(웃음). '그래, 오늘은 다 퍼부었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그냥 후련하다.
제르비스 펜들턴 역할은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의 트리플 캐스팅이다. 서로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
송원근: 우선, ‘키들이 크구나’(웃음) 184cm인데 내가 제일 작다. 공연하면서 제일 작아보긴 처음이다. 셋 다 키는 크지만 캐릭터들이 다 다르다. 다 달라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동호: 원근이 형이랑은 2010년 ‘궁’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워낙 재미있게 작품하고 친하게 지냈어서 형이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개인적으로 너무 반가웠다(웃음). 성록이 형은 친분은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 형을 드디어 만나는구나’ 기대가 됐다. 형들하고 한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이 있었고, 좋은 자극 많이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같이 해본 소감은.
송원근: 셋이 서로의 모니터를 하면 더 헷갈린다. 분명히 좋은 점들이 있으니까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는데 캐릭터들이 다 다르다 보니 되려 더 헷갈리더라.
강동호: 다 미리 얘길 했다. 첫 공연 보지 말고, 서로 적응되면 보자. 서로 모니터하면 서로한테 안 좋을 걸 아니까.
송원근: 오히려 더 헷갈리니 첫 공연이라고 무조건 봐주지 말자고 서로 합의를 봤다. 제루샤들이 그 얘기 듣고 "미친 거 아니야?" 했었다(웃음).
강동호: 그런데 첫 공연은 우리 작품 반응이 어떨까 너무 궁금하더라. 정말 고민하다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내가 이기면 집에 가고, 유리아가 이기면 모니터를 하자고 했는데 리아가 이겼다. 그래서 첫 공연은 모니터를 했는데 그걸 보고 나서 잠을 못 잤다. 괜히 봤다. 더 떨리더라.
제르비스 펜들턴 역을 맡은 세 배우의 각각의 매력이 있다면.
송원근: 나는 그냥 그 시대 정석의 느낌이 있고 차분하다. 동호는 우리 남자 세 명 중에 막내이기도 하고, 귀여움 담당이다. 귀여움 가득한 막내, 아니면 도련님 같은 타입. 성록이 같은 경우는 의외로 개구지면서 애교도 많다. 어떻게 보면 만화 같다.
강동호: 원근이 형은 살아있는 제르비스 펜들턴이다. 환생했다. 나는 형들에 비해서는 어린 도련님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부러 질투할 때도 좀 더 칭얼댄다. 성록이 형은 겉모습은 너무 제르비스 펜들턴인데 반전으로 허당끼도 많고 귀엽다. 여배우들한테 살짝 들었는데 성록이 형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클리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그만큼 생동감 있고, 재미있고, 대사도 많이 잘라 먹고(웃음).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뒷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앉아있는데 무슨 생각하나.
송원근: 그때 우리가 서류를 작성한다. 내가 생각한 전사는 굉장히 부잣집이고 은행장의 집안인데 옛날에는 재산관리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재산도 관리하고 은행 일도 보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런 계산을 한다.
강동호: 나는 좀 다르다. 나는 사업 같은,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검토해야 되는 서류들이 많다. 서류들을 하나씩 다 검토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건 이 부분을 좀 고쳐서 다시 한번 갖고 와라 라는 의미로 사인을 안한다. 괜찮은 서류는 사인을 한다. 뒷모습으로 볼 땐 똑같을 것 같다. 이런 생각하는지 몰랐을 거다(웃음).
무대 위에서 옷도 갈아 입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송원근: 스트레스 받는다. ‘뭐 잠깐 나갔다 오는데 벗었다 입었다 해’ 이런 생각한다, 솔직히(웃음). 넬 연출하고도 얘기 많이 했다. '여기서 굳이 자켓을 벗어야 하나' 같은. 제일 힘들었던 건 보타이다. 제루샤 몇 마디 하는 동안 얼른 매고 모자 쓰고 나와야 되는데 첫 리허설 때는 못 맸다. 거울이 앞에 있어서 거울 보고 했는데 거울과 내 손은 반대로 보이지 않나. 마음으로는 이미 앞에 걸었는데 손이 자꾸 뒤에 있는 거다. 그때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두렵지 않다. 안 매져도 나오면서 매려고 한다.
기획 진행: 소경화 기자 real_1216@
포토: 이준영 포토그래퍼
영상촬영, 편집: 신승준 기자 ssj21000@
의상: 테이트, 카이아크만, 비욘드클로젯, 라코스테 라이브
슈즈: 금강, 닥터마틴, 프레드페리
헤어: 스틸앤스톤 수아 실장, 라뮤제 수기 부원장
메이크업: 스틸앤스톤 민정 실장, 라뮤제 박연숙 원장
장소: 카페105
사진=제니스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