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김강현 ① "'닥터스' 의국 4인방, 자칭 F4로 불렀다"

2016-09-19     안하나 기자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드라마, 영화, 연극 장르 구분 없이,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배우 김강현의 이야기다.

김강현은 지난 2014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의 매니저 역을 맡아 ‘신스틸러’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영화 ‘제보자’의 연구원 역, ‘슬로우 비디오’의 마을 버스 운전기사 역 등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닥터스’에서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캐릭터인 강경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강경준은 극 중 어설픈 권위주의와 까칠한 성격으로 의국의 후배들을 힘들게 만드는 인물이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김강현은 캐릭터와 달리 진중했다. 사소한 질문 하나도 성급히 대답함이 없었고, 몇 번이고 생각 후에 내뱉었다.

‘닥터스’가 높은 시청률 속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기분이 어떤가?

많이 좋아해 줘서 좋고, 대중들이 저를 많이 알아봐 줘서 더 좋았어요. 방송 후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까지 ‘고생했다’는 연락을 많이 보내왔어요.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은데.

부모님 친구분이 사인을 받아 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그제야 ‘이게 인기구나’라고 조금 실감했어요.(미소) 이번 인기는 SBS ‘별에서 온 그대’와는 달랐어요. 그때는 남녀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 두 사람이 워낙 사랑을 받아 딸려온 인기였어요. 반면 ‘닥터스’는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고른 사랑 속 받은 인기라 더 뿌듯했어요.

‘닥터스’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의 제안으로 출연하게 됐어요. 촬영 전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네가 해줬으면 하는 역할이 있다’고 제안해 줬어요. 그 말만 듣고 무조건 한다고 답했죠. 그것이 ‘닥터스’ 속 강경준 치프 역할이었어요.

무조건 맡은 강경준 캐릭터, ‘닥터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엄마 아부지”를 연발하며 유행어를 생산해 내기까지 했는데.

중간 위치의 치프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선배들에게는 아부를 떨고 후배들에게는 군기를 잡는 의사였어요. 그 덕분에 후배들에게는 ‘신경외과 멍멍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죠. 하지만 감독님께서 ‘절대 미움을 받으면 안 된다’라고 요구하셨어요. 처음에는 미움을 사는 캐릭터인데 밉지 않게 하라는 요구가 어려웠어요. 허나 매번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그려나갔어요. 그 부분이 맛깔나는 대사와 애드리브였어요. ‘엄마 아부지’를 비롯해 ‘좌측 뇌에 킵해 놓을까?’ 등 웃음을 유발하는 애드리브가 강경준을 밉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목소리 톤도 남달랐던 것 같은데.

대사 별로 톤의 차이도 분명히 했어요. 선배 의사들 앞에서는 유독 귀엽게 ‘다행이다’, ‘신난다’ 등을 저만의 솔, 라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톤으로 내뱉었어요. 나중에는 감독님도 ‘이번에는 솔 톤으로’라고 요구를 할 정도였어요.(웃음)

애드리브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을까?

기억에 남는 것은 있어요. 제가 현장에서 자주 내뱉은 ‘신난다’를 박신혜 씨와 남궁민 씨가 대사하는 도중에 사용했어요. 깜짝 놀랐어요. 속으로 ‘내 애드리브가 통했다’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했어요.

신경외과 의사 역할을 맡았지만, 수술 장면을 많이 촬영하지 못해 아쉬웠을 거 같은데.

옆에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어요. 작품에서 의사라고 해도 역할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제 역할은 선후배 사이를 조율해 주면서 한편으로 이간질하는 역할이었기에 수술하고는 당연히 먼 캐릭터라고 생각했으니깐요.

‘닥터스’에 많은 배우가 등장하지만, 함께 했던 의국 식구들(백성현, 김민석, 조현식)과 유독 사이가 좋았다고 들었다. 어땠나?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처음 술자리에서는 서로 친해지려던 중이라 어색했어요. 그런데 이후에 전쟁터가 됐어요. 언제 어색했냐는 듯 형, 동생이 됐죠.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끼리 ‘닥터스 F4’라고 불렀어요. 멤버별로 하는 일로 달랐죠. 백성현 씨가 팀을 이끌어 나갔고 김민석 씨가 막내여서 귀여움과 분위기를 담당했어요. 전 나이만 형이었지 한 것 없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돌아다녔어요. 하하.

방송 후 화제가 된 막내 김민석의 삭발신은 현장에서 많이 울었을 것 같은데.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의국 식구들끼리 티격태격하고 놀았어요. 막상 촬영 들어가니 다들 180도 표정이 달라졌어요. 진지하게 머리 미는 모습의 김민석 씨를 보면서 제가 눈물이 날 것 같아 꾹 참았어요. 촬영 후 배우들을 보니 다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더라고요.

극 중에서는 얄미운 선배다. 실제 김강현은 어떤 선배인가?

전혀 위화감 없는 선배요. 후배에게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최대한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해줘요. 소통을 중시하는 선배요. 혹 먼저 조언을 구한다면 편안하게 기분 안 나쁘게 이야기해줘요.

선배로 등장하는 박신혜와의 호흡은 어땠나. 같은 소속사 식구가 편하지 않았나?

오히려 더 신경썼어요. 박신혜 씨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요. 남자 배우들은 잘못하면 ‘형이 미안하다’라고 말하면 돼요. 허나 박신혜 씨는 여자 배우였기에 더 조심했어요. 최대한 NG도 안 내려고 했고요. 박신혜 씨는 촬영하는 동안 불편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미소)

실제로는 후배지만 극 중 선배로 나오는 윤균상에게 유독 많이 혼났다. 어땠나?

‘육룡이 나르샤’ 신경수 감독님과 윤균상 씨가 제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온 적이 있어요. 이미 안면이 있는 상황이어서 ‘닥터스’ 촬영 때 어색하지 않았어요. 첫 장면 때 윤균상 씨가 저를 혼내는 장면이었어요. 속으로 ‘어색하면 어쩌지?’라고 걱정을 했는데 큰 키로 저를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졌어요. 괜한 걱정을 한 거죠.

배역은 배역일 뿐, 현장은 늘 화기애애하고 웃음이 넘쳤을 것 같은데?

정말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누구 한 명 뺄 것 없이 다 좋았어요. 그 덕분에 무더운 여름날에도 힘들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쉼 없이 달려오던 중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닥터스’는 배우 김강현의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까?

오충환 감독님의 데뷔작이었기에 ‘좀 더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데뷔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아마 감독님도 제 존재를 조금이나마 기억하지 않으실까요? 하하. 혹 다음 기회에 감독님이 불러준다면 더 열심히 하려고요.

▶ 2편에 계속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