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어떻게 헤어질까' 박규리 "영화는 우연히 제게 온 선물"

2016-11-07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박규리’라는 이름은 아직 우리에게 ‘배우’ 보다는 걸그룹 ‘카라’가 더 가깝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드라마, 뮤지컬, 영화까지 넓은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젠 하나의 영역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보다 날 선 잣대를 드리우곤 한다.

허나 박규리에겐 다르다. 굳이 출신을 따지자면 박규리에겐 연기가 먼저다.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잡지 표지모델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 또한 MBC 성우 3기의 연기자다. 그래서 연기로 돌아온 박규리가 반갑고 팬들은 그를 지지한다.

그럼에도 박규리가 영화에 다가가는 발걸음은 다소 조심스럽다. 본격적으로 연기로 리턴한 후에 두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적었다. 바로 ‘두 개의 연애’와 ‘어떻게 헤어질까’다. 모두 조성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스폰지이엔티의 대표였던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색채로 박규리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로 관객과 마주하고 있는 박규리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어떻게 헤어질까’는 남녀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반려묘,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방법을 그린 영화다. 풋풋한 러브 스토리와 함께 조금은 진지한 죽음과 이별에 대해 그리고 있다.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로 이뤄졌던 박규리와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일반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저도 부천에서 영화를 한 번 보고, 이번 시사를 통해 두 번째 봤어요. 처음 봤을 땐 제 위주로 영화를 봤는데 두 번째엔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었어요.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요. 영화를 함께 보신 분들도 “요즘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은데 이런 영화를 보고 나니 기분이 좋다”고 해주셔서 저도 좋았어요. 깊이 분석하고 파내는 영화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카라의 멤버 한승연 씨는 재미있게 봤나보다. SNS에 응원 메시지를 남겼던데.
일단 승연이는 눈물이 많은 친구라서요. 몇 번이나 참느라 힘들었다고 해요. 다른 친구들은 일정상 못 봤다고 했고요. 저희 부모님도 보셨는데요. 엄마 같은 경우엔 너무 많이 우셨대요. “동화같이 좋았다”고 하셨고요. 그리고 서준영 씨에 대한 굉장한 호감을 보였어요. 영화 보시기 전엔 “너와 함께 있는 그림이 상상이 안 된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많이 어울린대요. 

제목만 접할 땐 로맨스 영화라 생각된다.
제목이 아무래도 ‘어떻게 헤어질까’이다 보니 ’남녀 관계에 대한 이별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어요. 포스터까지 보신 분들은 ‘아, 고양이를 둘러싼 ‘남녀’의 이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실제로 영화를 본 후에 “놀랐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울었어요. 저도 이전에 반려견과의 이별을 겪었거든요. 그렇게 슬픔에 빠져서 보다가, 두 번, 세 번 계속 읽으면서부터는 ‘이게 슬픔에 빠져서 볼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영화가 ‘어떻게 헤어져야 잘 헤어졌다’라고 제시하는 것은 없지만, ‘고양이든 사람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됐어요. ‘죽음이란 상대의 흔적이 내 인생에 이미 스며있는 것. 영원한 이별이란 것은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언젠가는 이별하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어요.

제목 때문일까? 커플인 채로 엔딩을 맞는 두 주인공이지만 언젠가 이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들이, 나비와 이정은 영화 속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그게 영원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에요. 헤어지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정은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 했을 것 같아요. ‘헤어짐이 두렵지 않다’라는 대사처럼요.

‘동거’라는 소재가 어떻게 보면 민감할 수도 있는데, 영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렇죠. 아마 옆집이기 때문일 거예요. 따로 산다고 해도 10초면 같이 있을 수 있는데 굳이 집을 두 채를 쓸 필요가 없었죠.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굉장히 부유한 상태도 아니었고요. 두 사람은 현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조성규 감독과는 두 번째 작품이다. 특별한 인연이 진행중인데.
감독님은 전작에 캐스팅하셨을 때도 제가 영화 연기를 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저를 신뢰하고 콜을 주셨죠. 이번 영화도 그랬어요. 같이 촬영을 했었던 것을 기반으로 다른 모습을 꺼내보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사람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 제겐 정말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감독님께 무척이나 감사했어요. 감독님은 배우가 현장에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또 현장에서 식사가 엄청나게 맛있다는 건 보너스 같고요.

‘어떻게 헤어질까’도 일본 영화의 향기가 있다. 조성규 감독의 영향이겠다.

감독님이 일본 영화를 많이 수입하셨었어요. 이젠 연출을 하시니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을 것 같고요. 저도 일본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해요. 감독님이 수입했던 영화들을 보고서 코드가 비슷하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런 부분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헤어질까’의 일본 개봉도 결정됐다고 들었다. 여기엔 카라 박규리의 영향이 지대한 거 아닐까?
지대하다기보다는 감사한 일이죠. 전작 ‘두 개의 연애’도 일본에서 반응이 괜찮았다고 들었어요. 제가 일본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다 되가는데, 거기 계시는 팬이 제 무대가 아닌 영화에서도 기대를 해주신다니 너무 고마운 일이죠.

서준영 씨와 커플 연기를 펼쳤다.
참 좋았어요. 이 영화를 보고나니 ‘준영 씨는 이 영화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작들의 이미지가 강렬했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서준영은 평소의 서준영의 모습이라고 생각됐어요.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에요. 장난끼도 많고요. 그런데 그 장난이 하나도 싫지 않고 밉지 않아요. 그냥 준영씨는 뭘 해도 밉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극 중 ‘나비’는 장난끼를 싹 빼고 나왔지만, 다정하고 순수한 매력은 서준영과 비슷해요. 굉장히 여리면서도 약간 보듬어주고 싶은,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에요.

데이트 장면이 거의 없는데 아쉽지 않았나?
사귀기 시작하고 ‘1년 후’라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사이를 상상은 해봤어요. 아마 보통의 연인 같았겠죠. 1년이 오래된 시기는 아니지만 사귀고 3~4개월 됐을 때처럼 설렜??시기는 아닐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편안한 일상을 그려내면서 1년 후를 설정한 것이요.

누구나 어렵다고 말하는 동물과의 연기는 어땠나?
두 마리 쌍둥이 고양이가 번갈아가며 연기했어요. 영화를 보면 고양이가 한 장소에 잘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럴리가 없잖아요. 상영된 부분엔 얻어 걸린 게 많아요. 얻어 걸렸다고 하기엔 그 친구가 연기를 했다고 말하는 게 더 아름다워 보이지만요. 정말 기다림의 연속이었어요. 원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동물 중 하나가 고양이래요. 그런데 이 고양이는 정말 저에게 잘 다가왔어요. 제가 원래 집사였던 것처럼요. 오히려 준영 씨한테는 잘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준영 씨가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간식을 많이 사주기도 했고요. 

고양이 카페를 찾아다니며 미리 준비했다고.
제가 고양이를 전혀 몰랐어요. 강아지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계속 들락날락 거렸죠. 그곳에서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고양이와 친해지는 법을 배웠어요. 

연기를 위해 노력을 마다 않는 배우인데, ‘아이돌 출신’이라는 색안경도 존재한다
굳이 아이돌 출신이라기 보다는 제가 카라로 오래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 색깔은 강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요. 다행인 것은 제가 연기에 다시 도전했을 때 아역 때 했던 부분들을 인정해주시는 분이 있었다는 거예요. 사실 출발점이 그 지점이기도 했고,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봐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감사해요. 아이돌을 떠나서 ‘얼마나 준비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거겠죠.

다음 번엔 상업성 짙은 영화에 출연했으면 좋겠다.
네 좋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영화를 시작한 것도 굉장한 우연을 통해서 이뤄진 선물이었어요. 그래서 딱히 가리지 않는 것 같고요. 굳이 ‘저예산, 독립 영화로 시작해야지!’라는 건 아니였거든요. 그저 소중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이 길로만 가야지’ 보다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어떤 장르든 다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