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공항 가는 길' 김하늘 ② "남편, 내가 연기 잘하는지 이번에 알았다"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더 이상 만인의 연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가 돼 버린 배우 김하늘. 그는 결혼한 지 4년 만에 정통 멜로 ‘공항 가는 길’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에게 있어 ‘공항 가는 길’은 어떤 멜로보다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설정이지만, 김하늘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를 소화해 냈다.
이에 시청자는 김하늘 표 멜로 연기에 울고 웃으며 ‘멜로퀸’의 진가를 또 한 번 느꼈다.
김하늘은 ‘공항 가는 길’에서 극 중 경력 12년 차 부사무장 승무원이자 12살의 딸을 둔 엄마 최수아로 변신했다. 그는 방송 전부터 안방극장 복귀작, 결혼 후 첫 복귀작 등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어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한층 깊어진 멜로 감성으로 이를 극복해냈고 시청자의 가슴까지 아련하게 물들였다.
특히 김하늘은 ‘공항 가는 길’이 초반 불륜 드라마라는 인식이 찍혀있던 것을 공감 멜로이자 웰메이드 드라마로 불리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허나 김하늘은 이 모든 것은 자신의 힘이 아닌 함께 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하늘을 만났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김하늘은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그러나 얼굴에 미소만큼은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인사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공항 가는 길’이 시청률은 다소 저조했지만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김하늘의 열연인 것 같다”고 말하자 손사래를 쳤다.
김하늘은 그저 자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고, 함께 한 배우, 감독님,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후 ‘공항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부터 남편의 반응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혼 후 선택한 작품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불륜 소재를 다뤘다. 혹 신랑이 싫어하지 않았나?
오히려 ‘좋을 거 같다’고 응원해 줬어요. 저는 작품을 선택해 들어가게 되면 남편에게 다 보여주고 이야기해줘요. 드라마 스토리, 캐릭터 등 세세하게 설명해줘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냉철하게 판단해줘요. 이번 ‘공항가는 길’의 경우에는 남편도 대본을 보더니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해 선택하는 데 어려움 없이 출연을 결정했어요.
신혼 생활을 즐겨야 할 텐데. 남편이 배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보다 더 좋아해요. 일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고 하더라고요.(미소)
남편이 이번 작품을 보고 해준 이야기가 있다면.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재미있다’고 매번 이야기해줬어요. 가끔 제 연기를 칭찬해주기도 했고요. 사실 남편이 저를 만나기 전까지 제 작품을 본 적이 없었어요. ‘로망스’, ‘온에어’, ‘신사의 품격’ 등 아무것도 보질 않았더라고요. 이번 작품이 제 연기를 제대로 본 첫 작품이었어요. 그 사실을 알고 보란 듯이 잘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제게 ‘연기 정말 잘한다. 네가 이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어요.
남편이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응원군이자 시청자인 것 같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모임 자리에서 만나게 됐어요. 한 번 헤어졌었는데 돌고 돌아 다시 만났어요. 요즘 드는 생각이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남편을 만난 것만 봐도요.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는 것 같아서 누구를 만나든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결혼이 배우생활을 하는 데 있어 변화를 준 것이 있을까?
글쎄요... 연기하는 데 있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다만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연기로 소화해낼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 외에는 크게 없는 거 같아요.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는지.
슬럼프가 없었어요. 오히려 데뷔했을 때가 슬럼프였어요. 연기를 너무 못해서 창피했거든요. 하하. 저는 저에 대한 자기애와 자부심이 강한 편이에요. 그런데 초반에 제가 연기한 것을 모니터했을 때 느꼈던 그 좌절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후 당당하게 모니터할 수 있게 연기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지금은 연기하는 모습을 당당히 모니터할 수 있는 정도인가?
모니터는 당당하게 할 수 있죠. 다만 만족하느냐 안 하느냐에 문제인 거 같아요. 저는 한 작품이 끝나면 아쉬워하기보다는 다음 작품에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요. 그래야 다음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더라고요.
매번 드라마, 영화, 예능 등에 출연하고 나면 ‘김하늘 룩’, ‘김하늘 립스틱’ 등 하고 나오는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이 이슈가 된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느껴지나?
기분 좋아요. 여배우가 작품에서 연기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외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모든 것을 세세하게 봐주시는 거잖아요. 매번 제 이름을 딴 의상, 헤어, 소품 등이 나올 때마다 뿌듯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요.
김하늘을 떠올리면 ‘청순미의 대명사’가 바로 떠오른다. 이런 생각을 깨버리게 한 것이 예능 출연이다. 앞으로 또 출연할 생각이 있는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열어 논 건 없는데 정말 기회가 되면 할 것 같아요. 그때의 컨디션에 따른 것 같아서 제안 올 때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 같아요.
끝으로 연말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계획이 있다면.
영화 ‘여교사’가 개봉하기 전까지 짧은 휴식기를 가지려고 생각 중이에요. 남편과 함께 ‘공항가는 길’의 배경이 된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이에요. 촬영하며 봤던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을 남편과 즐기고 싶어요.(미소)
한편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SM 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