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의 필름시럽] '두 남자' 아이돌 벗은 최민호, 청춘의 번민을 입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도 거세고 한없이 슬픈 파도와 바람이었다. 영화 ‘두 남자’엔 흔히 요즘 말로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줄임말)을 이룬 청소년 진일(최민호 분)과 봉길(이유진 분), 가영(다은 분), 민경(백수민 분)이 등장한다.
단지 사춘기의 방황으로 치부하기엔 그들의 삶은 매일이 치열했다. 분명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면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나서서 보듬었어야 하는 우리의 숙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하여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물론 미숙하고 치기 어린, 어쩌면 일탈로 비춰질 행동들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차갑게 시린 삶에 대한 갈구였다. 그들의 질풍노도가 강하지만 여리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슬픈 이유다.
물건을 훔쳐 중고 사이트에 판매하고, 핸드폰을 장물아비에게 넘긴다. 돈이 없는 날은 무전취식을 하고 지하철 창고에서 밤을 보낸다. 말 그대로 오늘만 사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함께 있어 버틸만 했던 하루다. 하지만 이들 앞에 형석(마동석 분)이 나타나며 모든 것은 틀어지기 시작한다.
형석은 악한 어른이다. 조건사기(조건만남을 통해 돈만 받고 도망치는 사기 행위)에 나선 가영 앞에 나타난 그는 잠시 방심한 사이 진일 일행에게 차를 도둑 맞는다. 그리고 이를 되찾는 과정에서 채무를 이유 삼아 가영을 노래방 도우미로 잡아 놓는다. 이에 진일은 가영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매일매일 돈을 갚아나간다.
하지만 형석은 악하기만 한 어른은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주먹에도 자신 있는 노래방 포주이지만 진일 일행을 사악하게 착취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 미묘한 지점이 마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닮았다. 먹고 살다 보니 그렇게 흘러간 것 뿐, 태생이 악인은 아니라는 것. 착하게만 살 수 없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면일 수도 있다. 하여 진일과 형석은 닮아 있고, 그래서 영화 제목은 ‘두 남자’일지도 모른다.
‘두 남자’의 악인은 따로 있다. 진일-가영과 악연을 맺고 있는 성훈(김재영 분)이다. 성훈은 자신을 감옥에 보냈던 진일과 가영에게 복수를 꿈꾸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통념을 떠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진정한 악인이다. 범죄의 온상에 서있으면서 집안의 재력으로 처벌 받지 않는 인물이다. 주먹 대 주먹으로 붙었을 땐 형석이 몇 수 위이겠으나 약점을 잡아 악랄하게 비트는데 당할 재간은 없다.
‘두 남자’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심장을 졸깃하게 당긴다. 이성태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 영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이유가 있는 영화다.
그리고 영화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이는 바로 최민호다. 우리에겐 샤이니 민호로 더 익숙한 이름이겠으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확실하게 빛난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머무는 시선이 색안경을 통해 다가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2010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최민호였기에 이번에도 어느 정도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민호는 자신의 실력으로 그 염려를 벗어났다. 여성팬의 마음을 훔치던 커다랗고 예쁜 사슴눈이 청춘의 고뇌와 우수로 가득 찼을 때 비로소 연기자로 거듭났음을 관객들에게 외치고 있다.
더불어 성훈을 연기한 김재영도 박수 받을 만하다. 광기 어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마동석의 연기야 두말 하면 잔소리. ‘부산행’의 천만 배우가 내지르는 주먹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현실적이다.
영화 ‘두 남자’는 3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사진=씨네그루㈜키다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