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더 언더독’ 타히티 미소 ② "아이돌 아닌 뮤지컬 막내 취급 해주세요"
[제니스뉴스=여지윤 기자] 탄탄한 가창력과 뛰어난 끼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 뮤지컬로 뛰어드는 ‘뮤지컬돌(뮤지컬+아이돌)’이 뜨고 있다.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그리고 끼를 발산한다는 것은 가수와 뮤지컬배우의 차이를 좁히는 요소다.
하지만 뮤지컬 팬들의 입장은 살짝 다르다. 창법도 다를 뿐더러 무엇보다 뮤지컬엔 연기라는 요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으로 날카로울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여기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뮤지컬 배우로 새롭게 도전하려는 여자 아이돌 멤버가 있다. 데뷔 4년차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미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더 언더독'은 유기견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담은 뮤지컬이다. 미소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을 그리워하는 푸들 '소피'를 연기했다.
그런 미소와 제니스글로벌이 패션 화보로 만났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이번 촬영은 ‘더 언더독’의 기획 의도를 반영해 겨울 감성을 잔뜩 묻힌 유기견 화보로 진행됐다. 이번 화보엔 10살된 미소의 반려견 '공주'가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유기견이라는 주제 때문에 다소 무거울 수 있던 분위기는 '공주'가 살렸다. 쉬는 시간 마다 촬영장을 뛰어다니는 '공주'는 스태프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인터뷰 중에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던 '공주' 덕이 화기애애했던 현장이었다.
‘더 언더독’ 소재가 다소 독특한데도, 데뷔작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보통 아이돌 멤버들이 뮤지컬에 도전을 할 때는 대형 뮤지컬이나, 혹은 라이선스 뮤지컬로 데뷔를 해요. 주변에서 아이돌 친구들 하는 거 보면 많이 알려지고 정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작품에 들어가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소피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잖아요. 즉, 제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이 저에게 메리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무척 독특하다. 보통 창작 뮤지컬이어서 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창작 뮤지컬이어서 더욱 자유로워요. 이미 정해진 캐릭터를 맞춰서 연기하는 것보다는 무대에서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창작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뮤지컬에 캐스팅된 것이 너무 영광이에요.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를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타히티 공식 활동이 끝나고 개인 스케줄이나 행사만 하고 있어서 덜 힘들긴 한데, 그래도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보니 힘들어요. 또 멤버들은 무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저는 뮤지컬 연습 때문에 빠지는 날도 많거든요.
반대로 행사에 참석해야 할 땐 가끔 연습에 빠질 때가 있어요. 연습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스케줄 때문에 그렇지 못해서 더욱 걱정이에요. 첫 작품이라서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
뮤지컬은 정말 매력이 많은 장르인 것 같아요. 뮤지컬을 했던 주변 아이돌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공연을 올리면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공연까지 가게 되면 무대를 가지고 노는 맛이 있다는데, 이 부분을 꼭 느끼고 싶어요.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 활동하는 데 차이점이 있다면?
걸그룹 활동 때보다 뮤지컬 연습할 때 성취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음악 방송에서 노래 하나를 하면 방송에 3분 정도 나가요. 저희는 이 3분을 위해 몇 달을 준비하죠. 때문에 무대에서 아이돌이 완벽하게 보이지 않으면 그건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뮤지컬은 2시간 넘는 공연을 똑같이 몇 달간 준비해요. 심지어 관객들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배우들을 무대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연기를 해야 하죠. 이 러닝 타임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길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듯하다.
그렇죠. 심지어 무대에서 NG라도 나게 되는 날에는 큰일 나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에 저에게는 약간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뭔가 더 스릴 있고 흥미로워요. 방송은 똑같은 춤과 노래를 계속해서 반복하잖아요. 그렇게 장시간 하면 행사를 할 때도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뮤지컬은 전체적인 포맷이 똑같긴 하지만 변수가 많잖아요.(웃음)
뮤지컬을 할 때 연기와 노래, 춤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저한테는 셋 다 힘들어요. 사실 제가 아이돌 활동을 할 때도 춤을 잘 추는 멤버가 아니에요. 습득이 힘들어요. 또 가요와 넘버는 부를 때 발성 자체가 다르니까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아요. 제가 부족한 상태여서 더욱 걱정이 되죠.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연기도 방송 연기랑 뮤지컬 연기랑 다르잖아요. 발성, 몸짓, 손짓 등 액션이 다 필요하니까. 아직까지 배우는 단계인데도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사실 제가 무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제일 많이 돼요.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말씀 해주셔서 감사해요. 작품 음악을 담당하고 계시는 이성준 작곡가님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넘버를 담당하신 분이세요. 업계에서는 듣기 좋은 노래를 많이 작업하는 걸로 유명하시거든요. 이번에도 내용와 넘버가 쫀쫀하게 밀착될 수 있도록 작곡가님이 많은 힘을 써주셨어요.
하지만 사실 듣기 좋은 노래가 부르는 사람이 어렵거든요. 작품 속 배우들이 힘들어 하는 포인트죠. 그래도 함께 조율하면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힘듦이 약간 기쁨으로 승화되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저라도 뮤지컬 팬들이나 배우 입장이라면 편견이 생길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경우 힘들게 밑바닥부터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올라왔는데, 아이돌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와서 한다고 하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선배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싶어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뜻인가.
뮤지컬을 하는 동안에는 뮤지컬 막내로써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게 맞는 행동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선배님들이 ‘너 아이돌이잖아~’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먼저 ‘저 뮤지컬 배우예요! 연예인 아니예요’라고 말해요. 막내로 대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아이돌 대우해주시는 것이 불편해요.
팩트는 아이돌이다 보니, 선배들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그렇죠. 다만 이 꼬리표를 없애고 싶어요. 어찌됐던 간에 저에게 주어진 건 타히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이제 공연만 남았는데, 어떤 뮤지컬 배우로 남고 싶나.
걸그룹이라서 예쁜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이 아닌, 열심히 하는 신인 뮤지컬 배우 박미소로 인정받고 싶어요. 궂은일이든, 힘든 일이든 다 하는 그런 뮤지컬 배우 계의 막내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실력은 물론 인성적으로 칭찬 받는 막내가 되고 싶어요.
기획 진행: 소경화 기자 real_1216@
포토: 김다운 포토그래퍼
영상촬영, 편집: 조용성 기자
의상: 제인하우, 멜로우클로젯, 베스띠벨리, 올리브데올리브
안경: 레인코트
슈즈: 데일라잇뉴욕, 페이유에
헤어: 에스휴 졸리 부원장
메이크업: 에스휴 미주 실장
사진=제니스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