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족구하고 있네' 정종택, 족구-사랑-캠퍼스 그 사이에서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순정과 멜로, 액션과 판타지 장르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남자들의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웹툰이 눈에 띄었다. 올레마켓 웹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되고 있는 ‘족구하고 있네’가 바로 그것. 정종택(27)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족구하고 있네'는 주인공 박종구가 설레는 꿈을 안고 대학교에 입학해 얼떨결에 족구를 시작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이거 참, 벌써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거친 매력이 물씬 풍긴다.
"원래는 제목 후보가 여러 개 있었어요. 그 중 하나는 '너도 족구, 나도 족구'라는 것도 있었고. 결정하기까지 좀 오래 걸렸죠. 누가 들어도 뇌리에 박힐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제목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욕설처럼 들릴 우려도 있었지만 '족구하고 있네'만한 게 없더라고요. '이 정도면 위트로 봐주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내용 상 진짜 족구를 해서 다행이에요(웃음)."
차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마치 비슷한 발음의 욕설을 연상케 하는 제목은 참 강렬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종택 작가는 이번 작품이 첫 번째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편집장님들과의 만남 자리에 작품을 가져가기도 하고 멘토링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젊은 나이에 웹툰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젊은 나이에 열정까지. 그런 그가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바로 청춘물.
"제가 다니던 학교 족구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콘티를 짰어요. 항상 그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족구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전 그걸 보면서 대학생활을 했죠. 아무래도 저는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기술 같은 것보다 인물의 감정, 행동에 대한 느낌을 더 중요시했어요. 예를 들어 공을 던지는 사람은 아무 느낌 없어도 그 공을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이 용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죠. 또 스포츠를 다루다 보니 루즈해지지 않는 호흡도 중요해요. 실제로 족구 동호회 경기도 관람하며 그 분들의 호흡을 캐치했어요."
'족구하고 있네'에서는 공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스토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웹툰 속 인물들은 틈만 나면 족구를 한다. 내용 초반 족구를 그닥 탐탁지 않아 했던 주인공 박종구마저도 후반부에서는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그가 족구에 열정을 불태우게 된 계기는 스포츠에 대한 단순한 애정이 아닌, 좋아하는 그녀 연가을에 대한 사랑. 그렇다. 이 웹툰의 배경은 비록 땀냄새가 날지언정 싱그럽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청춘들이 모여있는 대학교인 것이다.
족구와 사랑, 대학 캠퍼스라는 세 꼭지점을 두고 자유롭게 공을 주고받는 종구는 삼각형 내 러브 포인트를 중점으로 변화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족구를 하며 무시 당하고 자존심도 밟히는 등 상처를 받지만, 가을이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족구를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내면적 변화까지 겪으며 인간 박종구로서 단단해지는 것이다. 종구가 갑자기 삭발을 하고 등장한 이유도 '나는 바뀔 것이다'라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종구는 족구를 통해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요. 승부욕도 없고 기가 죽어있던 초반 모습과 달리, 사랑을 함과 동시에 거듭되는 족구 경기를 통해서 점점 남자다운 면모를 드러내죠. 실제로도 사랑으로 변화되는 남자들의 모습을 많이 봐왔어요. 대학생 때는 더 그렇고요. 이런 종구의 모습을 보고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은 '우리도 족구 하는데 이게 만화에도 나오네'라며 재미를 느꼈으면, 이미 졸업을 한 독자들은 청춘에 대한 향수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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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올레마켓 웹툰 '족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