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김남길, '무뢰한' '칸영화제' 전도연에게 받은 충격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김남길(34)이 복귀했다. 멋있게. 전작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모두를 초토화시킨 그가 무게를 한껏 잡고 ‘무뢰한’(오승욱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으로 돌아왔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재미있고 유쾌했다. 과묵한 남자의 겉모습과 아이의 순수함이 공존하는 김남길. 그의 매력이 한껏 터지는 순간이었다.
김남길은 ‘무뢰한’에서 비정한 형사 정재곤으로 출연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정의와 불의를 가리지 않는 일중독, 목표 중독자. 정재곤은 살인용의자 박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이영준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여자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한다. 시작은 거짓이었으나 자신과도 매우 닮은 그에게 점점 흔들리는 그. 표현에 서툰 정재곤의 모습에서 왜 김남길이 읽혔을까.
◆ “전도연 첫 만남, 예뻐서 반해”
운이 좋았다.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듯이 어떤 일에도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이를 운이라 부르며 운도 실력이라 말한다. 전도연이 투입됐고, 그 즈음 당초 예정돼 있던 이정재가 어깨 부상으로 하차했다. 소식을 접한 김남길은 그 영화의 제목이 ‘무뢰한’이라는 사실에 반했고, 대본을 얻어 차근히 읽어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하겠다며 직접 나섰다. 행운의 사나이였다.
“이런 장르를 좋아했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죠. 전도연 씨와도 정말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훅’ 들어온 거죠. (웃음) 전도연하면 멋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프로페셔널한 선배로만 인식돼 있었는데 처음 보는 순간 예뻐서 반해버렸죠. 그런데 부담이 됐어요. 세팅이 다 된 상태에서 저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였을까. 연기는 더욱 힘들었다. 고민도 많았다. 정재곤을 어떻게 보여줄 지 혼자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도연과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대뜸 김남길에게 ‘여기 와서 앉아 봐’라며 술을 권하더니 그가 앓고 있던 부분을 톡 건드려줬다. 움찔했다. ‘어떻게 알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래서 선배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영화 ‘밀양’을 찍을 당시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셨죠. 20대 때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 했으니 이제 내려놓으라고 말이에요. 다른 방향의 연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죠. ‘네가 잘해야 내가 좋고, 내가 잘해야 네가 좋으니 같이 잘 해보자’라고 다독여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얼마나 편안한지. 한결 자유로워졌어요. 하하.”
◆ “칸영화제, 처음이라 얼떨떨”
김남길은 ‘무뢰한’으로 제68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생애 첫 순간이었다. 여러 번 다녀온 전도연이 있었기에 그를 믿고 따랐다. 칸영화제에서는 ‘무뢰한’에 대한 극찬이 줄을 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그였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얼떨떨했다. 그는 “가기 전에도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잘 모르겠더라”며 덤덤한 어투였지만 표정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었겠나.
“영화를 처음 만들 때부터 ‘칸영화제에 가야지’ 했던 것이 아니잖아요. 좋은 작품이 탄생돼 그 곳에 가게 됐는데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영화제에서도 아이디카드를 주잖아요.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칸영화제에서는 신경을 써서 다 챙겨왔어요. 가방도 주는데 그것도요. 한국에 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어머니가 그것을 버리려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집안의 영광이야’라며 목에 걸고 흐뭇해했죠. 아직도 제 책상위에 놓여 있어요. 쿨한 척 했지만 어떻게 그러겠어요. (웃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김남길은 ‘무뢰한’을 찍고 칸영화제에 다녀온 뒤 더욱 성숙해졌다.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힘을 빼는 연기를 할 때도 늘 그 점을 생각하며 더욱 힘을 줬던 그는 ‘무뢰한’을 통해 제대로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전도연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혀진 셈이다. 경험치가 쌓이니 더욱 자신감도 붙었다. 그래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존재란다.
“제가 보기에 좋은 시나리오는 남들이 봐도 좋아요. 그게 정답이에요. 연기적인 욕심을 부리려면 경쟁을 해야 되는데, 그러다보니 하고 싶어도 제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어요. ‘무뢰한’은 절묘한 타이밍이었죠. 고사 현장에 이정재 씨가 왔는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내가 전도연이랑 못하다니’라며 굉장히 아쉬워하시더라고요. 하하. 힘을 빼는 방법을 터득해 계속해서 빼야 되는데, 지금은 재난 영화 ‘판도라’ 촬영 중이라 잠시 쉬어볼까 합니다. (웃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