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② "백세 인생 중 최고는 2016년"

2017-01-05     안하나 기자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어떤 것을 이루려면 바라는 결과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 말은 배우 이원근을 설명하는 듯 하다. 달콤한 눈웃음으로 해맑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면 근심 걱정 없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원근은 한 마리 백조였다. 물위에서는 한 없이 우아했다. 마치 하얀 그의 얼굴과 같았다. 하지만 물밑에선 발로 열심히 킥을 하고 있었다. 이원근에게 '여교사'도 그랬다.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발레 연습은 물론, 대본을 통째로 외웠다. 감독에게 매일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귀찮게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나 절로 미소가 생기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영화 ‘여교사’ 인터뷰 차 이원근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하늘과 유인영의 인터뷰 당시 이원근의 근성과 끈기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바,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원근은 말하는 중간중간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첫 주연의 공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돌렸다. 이어지는 칭찬에도 “과찬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 1편에 이어

처음부터 배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이원근은 기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돕고자 공고에 진학했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도중 지금 회사의 매니저를 만났다. 배우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시절, '연기 한 번 해보자'는 말은 이원근에겐 일생 일대의 제안이었다. 결국 1년이라는 시간을 고민한 끝에야 배우의 삶을 받아들였다.

“사실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더 훌륭하고 연기 잘하는 사람이 배우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성격도 낯가림이 심해 과연 제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고요. 그러나 막상 연기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나올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해요”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배우 송재림의 아역으로 데뷔한 이원근은 그동안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tvN ‘발칙하게 고고’, ‘굿 와이프’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에서는 탈북자를 감시하는 국정원 직원, 이동은 감독의 영화 ‘환절기’에서는 동성애 연기까지 소화했다.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이기에 신인인 그가 소화해 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주변에서는 어렵고 무거운 장르의 작품에만 출연한다고 걱정을 많이 해요.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이런 장르의 작품들을 해내면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줘도 다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앞으로도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장르를 구분 짓기 보다는 캐릭터를 위주로 보고 제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중점으로 선택할 거 같아요”

이원근의 환하게 웃는 얼굴은 밝고 활기찬 인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무표정일 때면 차갑고 서늘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오묘한 매력은 그를 자꾸 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름 옆에 인기 검색어에서도 ‘이원근 눈웃음’은 빠지지 않는다. 

“저도 제 이름을 검색한 뒤 인기 검색어에 뜬 눈웃음 키워드를 보고 ‘팬들이 눈웃음을 많이 좋아해 주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도 선과 악이 공존된 얼굴이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배우에게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거 같아서요”

오묘한 얼굴만큼이나 평소에 즐기는 취미 역시 남달랐다. 이원근의 취미는 바로 꽃꽂이.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양재 꽃 시장을 직접 찾는단다. “남자가 꽃꽂이 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간다”는 핀잔도 듣지만, 꽃시장에서 꽃을 사고 집에 돌아오며 운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했다.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색감도 너무 예쁜 거 같아 한 번 보면 눈을 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물감에는 없는 색이 꽃에는 있는 데 보고 있으면 신기하고 그저 예뻐서 집에 가지고 가고 싶더라고요.(미소) 자연스럽게 꽃이 쌓이다 보니 꽃꽂이까지 하게 됐어요”

또래에 비해 유난히 많은 SNS 속 꽃과 풍경 사진, 여기에 흑백사진까지 그를 더욱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왠지 꽃과 풍경 사진을 찍으면 이름과 제목도 하나하나 지어줄 것 같은 이원근의 얼굴이 상상이 된다.

“평소 풍경이나 가로등, 꼬여있는 전선 등을 사진으로 찍는 거 좋아해요. 이런 사물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요. ‘왜 이렇게 생겼을까’, ‘꼬여있는 모습이 인생과 닮았다’ 등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가끔 새벽에 명동에 나가요. 이 시간에 명동을 거닐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 오로지 들리는 소리는 청소하는 쓰레기 차 소리뿐이에요. 그 소리마저도 색다르게 다가오고, 집에 가서 다시 그 장면을 생각하면 뭔가 모르게 오묘한 감정을 느껴요”

작품의 편수가 배우의 성장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그는 쉼 없이 달렸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그물’, ‘환절기’를 차례로 찍고, 드라마 ‘두근두근 스파이크’에 ‘굿와이프’까지 마치며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당당히 ‘여교사’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배우를 꿈꿔본 적 없었다지만 걸어본 길을 보면 충분한 스타성과 잠재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말 감사한 해였어요. 드라마, 영화, 이렇게 인터뷰까지 생각만 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 자체도 놀랍고 그저 감사해요. 2017년에도 2016년처럼만 됐으면 좋겠다고 하면 욕심일 거 같아요. 반만 되도 좋을 거 같아요.(미소) 제가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2016년이 인생에 있어 가장 뜻깊은 해로 남을 거 같아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