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② "국방부 뮤지컬 보고 배우 결심"

2017-02-12     안하나 기자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학교 2013’, ‘최고다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블러드’까지 2012년 부터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큰 한방이 없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 배우가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매번 장르에 구분 없이 맡은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을 만나고 제대로 터졌다. 배우 이지훈의 이야기다.

이지훈은 극 중 어머니(황신혜 분)가 재혼하면서 호적이 바뀌고, 이에 허준재(이민호 분)의 이복 형이 되는 허치현 역을 맡았다. 허치현은 초반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지만, 허준재를 향한 아버지의 진심을 깨닫고 점차 악하게 변하는 인물이다.

최근 ‘푸른 바다의 전설’ 종영 후 인터뷰차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이지훈을 만났다. 이지훈은 오후 늦은 시간에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 없이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특히 ‘푸른 바다의 전설’ 속 허치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 1편에 이어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나.
군대에서 국방부에서 만든 뮤지컬 ‘충무공 이순신’ 무대 위 민영기의 모습을 보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이후 전역을 하고 나서 마냥 호기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KBS2 ‘학교 2013’을 출연하게 됐어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많았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배우의 길에 발을 내딛게 됐어요.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특히 아버지께서는 농담 반 진담 반 ‘네가 연예인 하면 아무나 다 한다’는 말로 심하게 반대하셨죠. 그래도 한번 마음먹은 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밀어붙였어요. 그 덕에 부모님의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오디션 보고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요즘도 부모님이 배우 생활하는 것을 반대하나?
아니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너무 좋아하세요. 180도 달라지셨죠.(미소) 제가 나오는 방송 모니터 다 하고 혹여 못 보면 다운 받아서 다 보세요. 심지어 기사 스크랩까지 하시더라고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강하게 반대했던 이유가 제가 막연한 꿈을 갖는다고 생각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배우로 방송에 나오고 그제야 ‘정말 배우가 하고 싶었구나’라고 이해하신 것 같아요.

부모님과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적도 있는데.
어머니는 좋은 마음으로 출연하셨는데 아버지는 완강하게 거부하셨어요. 그때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설득하셨죠. 요즘은 가끔 함께할 기회가 생기면 아버지께서 먼저 드라이하고 옷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하세요. 하하.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께서 변화하셨다는 것이 뿌듯해요. 무뚝뚝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환하게 웃고, 적극적으로 저와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게 좋았어요. 덕분에 제 진로 문제로 다툼을 많이 하셨던 부모님의 관계도 싸움보다는 미소가 많아지고 돈독해져서 좋아요.

여동생은 인기가 많아진 오빠의 존재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나?
고등학생 때에는 오빠가 배우라는 것을 싫어하고 창피해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잘나가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렇겠죠? 하하. 지금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만큼 오빠를 많이 좋아해요. 피로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서 ‘라면 끓여줘’라고 한마디 하면 바로 맛있게 끓여다 주는 착한 동생이에요. 어느 날 우연히 동생 핸드폰 배경을 보게 됐는데 제 얼굴로 돼 있더라고요. 그 순간 뿌듯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노력했던 탓이다. 지금의 이지훈을 있게 한 작품이 있다면.
‘육룡이 나르샤’에요.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었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연기, 외적인 부분까지 많이 배웠어요. ‘육룡이 나르샤’는 처음 해보는 사극이자 대작이었어요. 초반에 스스로 ‘이 정도 준비했으면 됐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갔어요. 허나 제 생각이 오만이고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연극으로 연기 내공이 다져진 선배들부터, 연기 잘하는 김명민, 유아인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했는데 정말 초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이겨냈고 용기가 생겼어요.

‘마녀보감’을 통해 왕 역할을 했는데도 ‘육룡이 나르샤’는 어려웠나?
‘육룡이 나르샤’와 ‘마녀보감’은 현저히 달랐어요. ‘마녀보감’은 초창기 뭣 모르고 시작했다고 하면 ‘육룡이 나르샤’는 제대로 사극 연기의 맛을 알았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육룡이 나르샤’를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것이 ‘마녀보감’이었던 셈이죠.

사극 외에도 현대물, 청춘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특별한 기준이 없어요. 제가 어떤 장르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오면 해야죠.(미소) 저는 목표가 힘이 되는 한 계속해서 연기하고 싶어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해도 좋을까?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고 생각했는데 달달한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기피를 했던 건 아니었는데... 이제는 해보고 싶어요.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어요.

평소 스케줄이 없을 때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축구를 즐겨요. 집 옆에 큰 운동장이 있는데 친구와 함께 축구 하면서 스트레스 풀어요. 가끔은 친한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수다도 떨고 평범한 일상을 즐겨요.

SNS에 셀카를 자주 올린다. 팬들을 위한 선물인가?
근황을 알리고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 가끔 올려요. 그러다 한 댓글을 보게 됐는데 저보고 셀고(=셀카고자, 셀카를 잘 못 찍는)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다음부터는 멋지게 찍어서 올려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
당분간은 휴식 취하고 재충전할 생각이에요. 이후에는 좋은 작품으로 멋지게 돌아와야겠죠? 곧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이지훈 기대해 주세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