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프리뷰] '무뢰한' 전도연 김남길, 이 사랑은 사랑일까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지난달 27일 개봉된 영화 ‘무뢰한’(오승욱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살인자 박준길(박성웅)의 친구로 위장한 형사 정재곤(김남길)이 그의 연인인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있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예측만 가능할 뿐.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 무뢰한. 그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무뢰한’에 녹아 있다.
정재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다. 어느 날 살인사건을 만나게 된 그는 이 모든 것이 박준길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잡기 위해 김혜경이 일하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살인자의 여자에게 접근해 박준길의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재곤은 점점 김혜경의 실체를 보게 되고, 김혜경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재곤에게 이끌린다. 그러나 정확히 ‘사랑’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래서 ‘무뢰한’은 더욱 무례하다. ‘같이 살래?’라고 말하는 정재곤은 진심이냐고 묻는 김혜경에게 자신은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돈이 구해졌을 때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뒤로 물러선다. 이 남자는 정말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범인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어떤 조금의 애정을 흘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면서 괜히 괴롭힘에 가깝게 여자의 주변을 맴돈다. 도대체 이 무례한 사람의 정체는 뭘까.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단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관객들은 눈치로 두 사람의 사이를 으레 짐작하게 된다. 정재곤은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 김혜경의 외면에 자리한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끼게 되고 도망만 다니고 있는 박준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김혜경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정재곤을 믿고 의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뢰한에게 무슨 큰 것을 바랄쏘냐. 그저 보고 있으면 갑갑하고 울분이 터질 수밖에.
영화에서 가장 크게 남는 건 음악. 예고편에서도 등장했던 이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김남길 전도연의 케미스트리에도 단단히 한 몫.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그저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훅 들어오는 정재곤을 견제하는 김혜경, 그런 김혜경에게 계속해서 접근하는 정재곤. 전도연의 카리스마가 거친 정재곤, 김남길을 감싸 안는다. 전도연의 아우라, 김남길의 눈빛. 그렇게 ‘무뢰한’이 완성됐다.
유독, 남자들이 더욱 공감을 한다고 한다. 비운의 순애보도, 눈물 꾹 짜는 설렘도, 얽히고설킨 치정 관계도 없다. 화려한 스타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꾸미고 전시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거칠게 보여주는 ‘무뢰한’이기에 남성 관객들의 반응이 유독 좋단다. 김남길, 이러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들까지 사로잡겠다. 지난달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18분.
사진=CGV 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