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그래, 가족', 평범해서 더 와닿는 우리 가족 이야기

2017-02-13     안하나 기자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어느 가족에게든 사연 없는 가족은 없다. 영화 ‘그래, 가족’의 오씨 삼남매도 그랬다. 대단한 사연까지는 아니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 속에 소원해져버린, 딱 요즘 가족의 모습이다. 화목하고 다정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보다 못한 존재는 아닌 그 정도의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그 흔한 가족 사진 한 번 다 같이 찍기 힘든 그들이다. 비단 그 모습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공감이 간다. 특히 극 중 이요원은 막내 정준원에게 “너도 지긋지긋한 내 가족 중 하나라는 거잖아”라며 험한 말까지 내뱉는다. 감정없는 표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누나가 이런 말까지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막내 낙이가 위기에 처하자 가족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심지어 카체이싱까지 벌인다. 그리고 낙이를 통해 각자가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훈훈한 마무리다.

자칫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가족 영화라는 장르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하지만 영화가 평범을 무기로 선택한 건 혜안이다. 여러 장치를 추가하지 않았기에 오씨 남매에게서 우리 가족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대한 공감은 결국 감동의 눈물을 남긴다. 디즈니가 한국 영화의 첫 배급으로 '그래, 가족'을 선택한 이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 가족’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먼저 빽 없는 흙수저 둘째 수경 역을 맡은 이요원은 MBC ‘불야성’에서 보여준 도도하고 당찬 이미지와 달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이요원은 자신을 향해 펼쳐진 계급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쏟아내는 짜증과 분노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여기에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늘 무시당하기 일쑤인 성호 역을 맡은 정만식은 전작 ‘아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했다. 정만식은 특유의 소탈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화면을 꽉 채웠다.

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막내 역할에는 정준원이 열연했다. 정준원은 사투리, 섬세한 감정연기, 대 선배들과의 물 흐르는 듯한 호흡까지 과시한다. 중간중간 그가 선보이는 윙크, 애교는 누나 팬들의 마음을 순간 ‘심쿵’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 모든 배우를 한곳으로 모은 사람은 마대윤 감독이다. 마대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입봉작이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영화 ‘더 폰’, ‘방황하는 칼날’ 등 많은 작품의 각색에 참여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덕분일까? 마대윤 감독은 입봉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래, 가족’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와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작품에 유감없이 녹여내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그래, 가족’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