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특별시민' 최민식 "정치인의 생사 쥔 선거, 잘 뽑으면 된다"

2017-05-08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최민식’이라는 이름 석자의 무게는 상당하다. 이름만 가지고도 신뢰를 안기는 배우다. 단적으로 국내 극장가 최고의 흥행 작품은 ‘명량’이다. 무려 1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영화다. ‘앞으로 깨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명량’의 첫 자리엔 그의 이름이 쓰여있다.

그런 최민식이 이번엔 정치인의 옷을 입었다. 영화 ‘특별시민’을 통해서다. 최민식은 서울시장 ‘변종구’로 분해 3선 시장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펼친다. 그와 함께 발을 맞추는 이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 선거판에 갓 뛰어든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이다. 그와 함께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는 이는 상대 진영의 ‘양진주’(라미란 분)이다.

정말 치열한 선거전이다. 왜 전쟁(戰)이라는 단어로 선거를 표현하는 지 가늠케 하는 영화가 바로 ‘특별시민’이다. 영화에서 말하길 선거는 “똥밭에서 진주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 과정을 오롯하게 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진주처럼 빛나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선거전 만큼 배우들의 연기전 또한 뜨거운 영화다.

그 열연의 전쟁터에 서있던 최민식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인 이야기, 이를 넘어 ‘특별시민’이 담고 있는 메시지,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가 말하는 연기관까지 들을 수 있던 그 시간들을 이 자리에 전한다.

대선과 맞물려 ‘특별시민’이 많이 주목 받고 있다. 절묘한 개봉시기다.
개봉시기에 대해선 당연히 그런 이야기가 나올 거라 예상했다. 시국과 맞물려서 요즘처럼 전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을까? 학생들도 촛불 시위에 나갈 정도로 현실 참여 의식이 고취된 상황이다. 모두가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에 우리 영화가 조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도움이라면 어떤 도움일까?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현실과 흡사하다는 점에 대해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 제작기간 때 우리 영화를 계몽적인 영화로 만들자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는 상업 영화다. 다만 해외에 있는 훌륭한 정치 드라마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자 했다. 초기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했는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바구니에 가득 담고 싶었다. 그러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시리즈가 아니라면 정치 이야기를 담는데는 한계가 느껴졌다.

‘특별시민’은 결국 선거전을 그린 영화다. 어떤 사명감이 들어간 걸까?
사회비판적인 영화는 많았다. 그러나 정치인을 본격적으로 그린 영화는 드물다. 정치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선거다. 그들의 생사가 달려있는 문제다. 선거를 비틀어서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우리 식의 정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그렇다면 잘 뽑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아마 화력이 좋을 거라고 본다. 그런 화력이 없는 국민이 어디있을까? 일반적인, 상식적인 선에서의 정의가 있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이 시기가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 현실 정치의 스트레스를 극장에서까지 보고 싶어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중요성을 논하고 싶었던 영화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확실히 ‘특별시민’처럼 정치인에만 집중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배우 최민식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선거전을 전면에 내세운 건 우리나라에선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설렘과 두려움이 있었다. 신중하게 선택했고 최선을 다했다. 또 다른 세상의 인간을 접해봤다는 것도 의미있다.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배우로서 즐거움이다. 고통도 수반 되지만 새로운 인물을 접했다는 지점이 재미있다. 재미가 있으니까 계속 (연기를)하는 것 같다.

연설신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실로 대단했다.
사실 15분 정도의 촬영이었는데 7~8분으로 편집됐다. 카메라 7대 정도를 설치한 뒤 한 번에 찍었다. 저는 계속 연기를 했고, 그 모습을 카메라는 계속 촬영했다. 끊어서 촬영하게 되면 그 맛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에 찍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참 더웠다. 장소도 협소했다. 그 열기 때문에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자연스럽게 셔츠가 젖었다.

연설문의 경우 제 입에 맞추기 위해 제가 직접 윤색을 했다. 변종구의 인생을 토대로 적어봤는데 장문이 나왔다. 촬영 전날 잠도 못 자가며 적어왔는데, 너무 입에 안 맞았고, 다 외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정치인들도 연설할 때 모니터를 보면서 읽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저도 완벽한 암기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촬영을 했는데, 자연스러운 게 아닌 커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재촬영을 했다. 정말 달달 외워서 갔다. 중간에 나오는 “헐”이라는 단어도 다 계산됐던 말이다.

그에 반해 TV토론 장면은 애드리브로 진행됐다고 들었다.
말을 내 뱉는 것에 집중했던 신이었다. 원래는 대본이 있었는데 촬영날 분장실에서 입을 맞춰보는데 뭔가 어색했다. 밋밋했고 생기가 없었다. 사실 TV토론장은 전쟁터여야 했다. 투견장 같은 곳이다. 그래서 대본을 버리자고 했다. 그렇게 큰 줄기만 가지고 애드리브로 진행됐다. 거기서 라미란의 애드리브가 정말 대단했다. 현장엔 실제 객석에 관객들이 있었는데, 웃음과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어쩌면 더 힘들었을 장면은 다이나믹듀오와 함께한 오프닝 아닐까? 힙합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다이나믹듀오에게 정말 고마웠다. 사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보고 흔쾌히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죽일놈’이라는 곡도 직접 선정해주고, 영화에 맞춰 개사도 해줬다. 원곡은 남녀관계를 다룬 곡이라고 들었다. 무엇보다 힙합 정신 때문일까? 많이 열려있는 친구들이었다. 저와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 친구들이다. 타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저씨로 볼 수도 있었는데 만나자마자 “형”이라고 불렀다. 사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많이 고마울 뿐이다.

정치인을 연기했다. 그 사람으로 살아보고 나니 ‘변종구’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생기던가?
제 상식에 빗대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은 없었다. 다만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는 싶다. “만족하냐?”는 질문이다. 과연 내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영화 마지막 장면인 고깃집 신을 그런 심정으로 찍었다. 공장근로자에서 시작해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그 과정 끝에 앉아 있다. 수많은 감정들이 모여있는 장면이다.

어쩌면 정치인하고 배우는 닮았다. 바로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이다. 만족하는 연기생활을 해왔을까?
아직 연기 인생을 돌아볼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연기에 중독된 건 맞는 것 같다. 물론 변종구처럼 변질된 중독은 아니다.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에서는 분명 정치인과 배우가 닮아있다.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다. 관객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벽 보고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것도 양날의 검이다. 대중이 우리를 봐줘야 하지만, 배우가 대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작업이 안 된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며 얻은 결론이다. 대중과 작품으로 소통하려면 이기적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기적인 작업은 어떤 뜻일까?
대중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은 쓰인다. 관객수도 신경 쓴다. 그러나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한다. 나를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할 때,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제 스스로에게 수양이 되는 작업을 하는 거다. 그렇게 이기적으로 작업을 할 때 오히려 대중과 소통이 된다. 눈치를 보며 대세를 쫓는다? 유행을 따라간다? 그럼 스스로 불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