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석조저택’ 김주혁 “피아노신 직접 연주, 얼마나 잘 쳤냐면...”

2017-05-10     연나경 기자

[제니스뉴스=연나경 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이 붙어 친근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배우 김주혁의 실제 이미지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자기가 연기했던 ‘남도진’에 가까웠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 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주혁은 경성 최고의 재벌 ‘남도진’으로 분했다.

극 중 남도진은 스마트했다.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을 만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김주혁 역시 지적이었고 매력적인 배우였다. 김주혁이 ‘남도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남도진’을 연기한 김주혁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통해 경성으로 간 김주혁과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개봉이 늦어지다 보니 ‘어떤 영화길래?’라고 많이 생각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점수를 후하게 줬다.

Q. 연속으로 악역을 연기하는 김주혁을 선보이게 됐는데.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가장 먼저 개봉해야 했다. 원래 ‘석조저택 살인사건’ 촬영하고 ‘좋아해줘’, ‘공조’를 찍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개봉이 밀려서 연속적으로 악인을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

Q.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좋은 작품을 찾고 있다가 ‘석조저택 살인사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다고 생각했다. ‘올드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해서 다행이다. 게다가 남도진이 영화 ‘공조’ 속 차기성과는 다른 악역이라 만족스러웠다.

Q. 소설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을 읽어봤는지?
원작을 읽으면 감독님께 “이 내용 말고 다른 내용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할 것 같아서 읽지 않았다. 원작을 본 사람들의 상상력에 모든 영화 내용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남도진 캐릭터, 어떻게 만들었나
영화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남도진의 전사에 관해 생각했다. 남도진이 극장 주위에서 살던 고아였고, 그 고아가 극장에서 표를 팔면서 외국어를 주워들어서 4개국어를 하게 됐고, 머리가 비상해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고 설정했다. 거기다가 남도진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

남도진이 가진 악을 연기할 때는 즐기려고 했다. 제 성격과 달라 묘한 짜릿함이 있었다. 인간이라 100% 착할 수는 없고, 악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더 매력적으로 느낄 거라 생각했다.

Q. 남도진은 경성의 재벌 3세다. 신문물을 누구보다 빨리 익혀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는데.
없어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연습을 했던 게 억울했다. 연주했던 곡이 참 좋았는데, 그게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장면은 곡이 너무 빨라 제가 연주하지 않았지만, 서정적인 곡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대부분 제가 연주했다. 현장에서는 ‘누가 클래식 CD 틀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연습을 위해 샀던 전자 피아노에 먼지만 쌓이고 있다.

Q. 법정신에서의 남도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제겐 제일 만족스럽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과했다는 생각도 들고 캐릭터를 해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가 아니라 ‘다른 식으로 표현해야겠다’ 싶었다. 영화의 장르에 너무 취해있었던 것 같다.

Q. 법정신에서 문성근과 함께했는데.
내용을 떠나서 선배님과 함께할 땐 기분이 좋다. 연기의 깊이가 다르고 연기를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연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Q. 가장 많은 신을 함께한 고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고수 씨는 금방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또 저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둘 다 진지하게 촬영에 임해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고수 씨가 말이 없는 편이다.

Q. 선배 배우와 연기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누군가를 이끌어갈 위치에 섰다.
아직 현장에서 저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흔다섯이 넘었지만, 아직도 30대 같다. 후배들이 저를 불편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배들이 말 붙이기 불편해하면 외로워질 것 같다.

Q. 스스로 다짐하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비울수록 잘한다’는 것을 알게 돼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매일 두 시간씩 운동하고 있다. 두 시간은 해야 안심이 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가 정말 꽉 찼다. 영화의 장르도 다르고 맡은 역할도 다르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잘 지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잘 해야겠다’고 생각할수록 일을 그르치게 돼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려고 한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솔직히 무섭다. 밤을 새우기도 해야 하고, 대사 외우기 급급하고 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연기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개성 있는 드라마의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다. ‘미생’ 같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