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옥자'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하마와 돼지-개봉 시기-칸 진출(종합)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개봉에 앞서 열리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그곳에서 오고 가는 배우와 감독의 수다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옥자'다.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옥자’는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배급이기에 개봉 방식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하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여러 이목이 쏠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 B 프로듀서, 최두호, 김태완, 서우식 프로듀서, 그리고 김우택 NEW 총괄대표가 참석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옥자’는 오는 6월 29일 190개국에서 동시 릴리즈하며, 한국에서는 극장과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동시 개봉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오고 간 여러 이야기를 제니스뉴스가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 ‘옥자’는 어떤 영화인가?
봉준호 감독: 옥자는 동물이다.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동물이다. 그 동물을 사랑하는 미자라는 소녀가 나온다. 그 둘의 사랑과 모험을 다룬 영화다. 그 사랑 속 방해물들도 그렸다. 세상의 복잡한 풍자가 얽혔다.
제 최초의 사랑 이야기다. 다만 상대가 동물이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 이야기다. 한국에도 반려동물이 있는 분들이 천만 명이 넘었다고 들었다. ‘동물을 가족으로 느끼는 분들만 모두 오셔서 영화를 봐도 좋겠다’고도 생각했다.(웃음)
사람 마다 동물을 보는 관점이 있다. 가족과 친구로 보기도 하고, 먹을 거리로 보기도 한다. 오늘 점심으로도 소고기, 돼지고기를 드신 분들도 계실 거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반려동물을 껴안고 시간을 보낸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넷플릭스와 작업을 했다.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덕분에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영화의 규모와 예산이 커서 부담스러워 하는 회사가 많았다. 스토리 또한 망설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그런 것 없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마치 ‘어벤져스’와 같은 팀이 꾸려졌다고 생각한다.
국내 개봉일과 방식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옥자’는 6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릴리즈 된다. 전 세계 동시에 개봉한다. 더불어 NEW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서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NEW와 함께 혁신적인 배급 방식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와 극장, 두 곳에서 볼 수 있다.
김우택 NEW 총괄대표: 6월 29일 국내 개봉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개봉 기간은 상영 기간을 두지 않기로 했다. 무기한 개봉한다. 한국 개봉에 대해 면밀하게 회의를 거쳤다. 한국에서 ‘옥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급할 수 있도록 협의를 했다. 극장들과도 협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옥자’가 칸에 진출했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많은 한국 관객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스크린 숫자를 말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다. 개봉 전까지 극장들과 협의를 해나가겠다.
봉준호 감독: 처음 이야기를 할 때부터 한국, 미국, 영국에서만큼은 극장 개봉을 하기로 협의를 했었다. 덕분에 처음부터 마음 놓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넷플릭스의 유연한 대응 덕분이다.
영화가 어찌 유통되고 배급되는 지도 중요하지만, 제 입장은 작가이고 연출가다. 제게 중요한 건 얼마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느냐였다. 미국이건 프랑스건 이 정도의 예산을 투자하면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필버그, 스콜세지 같은 신에 가까운 감독 외에는 없을 일이다. 그런데 제게 100% 가까운 권한을 줬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100%를 콘트롤 하게 되면 즐겁지만 책임감도 따른다. 핑계를 댈 수가 없어진다. 이곳의 모든 프로듀서들이 제가 하기 싫은 걸 하게 하거나,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지 않았다. 영화에 흉이 있다면 100% 제 책임이다.
넷플릭스와 봉준호가 함께 하게 된 과정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정말 제 커리어에서, 그리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인 것 같다. 플랜 B와 ‘워 머신’을 함께 하고 있을 때 ‘옥자’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봉준호 감독을 흠모하고 있었다.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제겐 욕심이었고 도전이었다. 창의력 있는 사람에게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제작자로서의 기쁨인 것 같다. 우리는 함께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봉준호 감독 덕분에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 B 프로듀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업계의 위대한 아티스트다. 저를 비롯한 파트너들이 봉준호 감독을 흠모해왔다. 정말 스토커 수준으로 봉준호 감독을 좋아해 왔다.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옥자’의 시나리오를 봤다. 놀라운 작품이었다. 비주얼도 좋았고 정서적으로도 풍부했다. 정말 독창적인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도전도 담겼다. 사실 글로벌한 영화로서 리스크도 많았다. 그러나 안전망이 없다는 건 또 다른 도전이 됐다. 파트너들끼리 서로 의존해야 했다. 넷플렉스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철학이 있기에 함께할 수 있었다. 캐스팅 부분 등 제작적인 부분은 플랜 B가 전반적으로 지원했다. 봉 감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낼 수 있게 최대한으로 뒷받침 하고 싶었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서 친해진 후, 홍보 프로모션으로 한국 왔을 때 제 ‘옥자’ 드로잉을 보여줬었다. “다음에 이런 거 한다”고 했더니 “재미있겠다”고 했다. 틸다가 집에 동물을 많이 키운다. 개도 다섯 마리 정도 있고, 닭도 열 마리를 넘게 키운다. 너무 관심 있어 했다. 사실 틸다는 캐스팅이 아닌 이 영화를 함께 만든 것과 같다. 프로듀서로도 이름이 올라가 있다. 여러 면에서 깊게 참여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2007년 처음 만났다. 오며 가며 알고 지냈던 사이다. 제이크에게도 처음엔 그림을 보여줬었다. 거기서 마음이 녹아 내리는 표정이 됐다. 캐스팅은 그렇게 수월했던 것 같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 됐다.
봉준호 감독: 두렵다. 감독 입장에서는 새 영화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칸만큼 영광스럽고 흥분되는 자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불판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기분도 든다. 전 세계 까다로운 관객들이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모인다. 그 지점은 두렵다. 그러나 빨리 우리 영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다. 빨리 개봉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홍상수 감독도 경쟁부문에 진출했는데.
봉준호 감독: 경쟁부문에 선정이 되니까 왠지 경쟁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 흥분도 되고 싫기도 하다. 어떻게 영화를 저울질을 할 수 있을까?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보다 아름다움을 축복해주고 싶은 작품에 표를 던지실 거라 생각한다. ‘옥자’라는 영화가 경마장 트랙에 오른 말처럼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방식으로 핫한 순간에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홍상수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제 오랜 팬이다. 그 분의 영화를 수집해 왔다. 최근엔 더 빠르게 영화를 하고 계신다. ‘그 후’라는 영화도 빨리 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봉준호 감독: 저랑 워낙 잘 아시는 분이 심사위원이 됐다. 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표현도 나오는데, 사실 박 감독님이 워낙 공명정대 하시고 취향도 섬세한 분이다. 본인 소신대로 잘 심사하실 거다. 사실 저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를 해본 경험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취향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심사를 하는 거다. 선동한다고 해서 쏠려가질 않는다. 한국 분이, 아시아 분이 몇 명이 있건,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질 상황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섬세, 예민,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모여 눈이 빨개지도록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한다. 다만 우리 ‘옥자’는 심사에 지친 분들에게 즐거운 두 시간을 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배급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초청되면서 여러 잡음이 있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넷플릭스는 ‘옥자’를 제작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칸국제영화제는 언제나 뛰어난 작품만을 초대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옥자’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고 생각한다. 칸국제영화제는 예술을 위한 행사다. 정말 배급에 관해 무관하게 초청받았다. 그간 칸의 역사에는 배급에 관계 없이 초청된 작품들이 있었다. 이에 칸국제영화제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실 앞으로도 변화는 쉽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가 깊은 영화제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도 넷플릭스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 것이다. 관객도 변화하고 페스티벌의 배급 방식도 변화할 거라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 스트리밍과 극장은 공존할 거라 생각한다. 아직 그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테드 형님도 가족들과 극장에 간다. 프랑스 사람들도 넷플릭스에 가입해있을 거다. 영화를 보는 방법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 작은 소동이라고 보고 싶다. 앞으로 아름답게 풀어져 나갈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1960년대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시네마는 죽었어, 왜? TV가 나왔기 때문이야”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영화도, TV도, 모두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칸 사건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저희가 극장 상영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영화가 극장 개봉도 하고 넷플릭스 스트리밍도 되길 바란다. 극장주의 마음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배제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영화를 접하길 바란다. 저도 극장에 자주 간다. 다만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플랜 B의 브래드 피트도 ‘옥자’를 봤는지?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 B 프로듀서: 브래드 피트도 영화를 봤다. 굉장히 좋아했다. 대본도 읽고, 세트장에도 방문했었다. 브래드 피트가 봉준호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설국열차’도 봤다. 또 틸다 스윈튼하고도 친하다. 두 사람이 같은 작품을 한 바 있다. ‘옥자’는 브래드 피트, 플랜 B가 해왔던 작품과 일맥상통 한다. 우리는 ‘유니콘 영화’를 추구한다. 무엇을 카피한 것이 아닌 그 자체로만으로 독창적인 영화를 뜻한다. ‘옥자’가 바로 그랬다.
봉준호 감독: 뉴욕 빌딩 내부에서 찍을 때 브래드 피트가 왔었다. 틸다와 친한 배우인데, 전 실제로는 처음 봤다. 자상하시고 멋지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날카로운 턱선을 볼 수 있었다.
사진=권구현 기자 kvanz@,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