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봉준호 감독 "개봉 논란은 제 욕심, 룰보다 '옥자'가 먼저 도착"

2017-06-14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이 최근 멀티플렉스와 빚었던 개봉 갈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영화 ‘옥자’의 기자간담회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그간 한국에서 일었던 멀티플렉스 극장과 넷플릭스의 동시 개봉 갈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봉 감독은 “의도 아니게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 그런 논란 속에 새로운 룰을 만들고 있다. 칸에서도 그랬다. 저희 영화가 영화 외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게 타고난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칸에서 있었던 논란부터 입을 열었다.

이어 “칸의 경우 초청 전에 룰을 정해놨으면 좋았을 것 같다. 초청해놓고 그런 논란이 일어나니 민망한 일이었다. 영화 만들기도 바쁜데 프랑스의 영화법을 공부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국제영화제인데 프랑스 영화법을 가져다 대는 것도 이상했다”라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나아가 봉 감독은 한국 상황에 대해 “다만 한국의 양상은 다르다. 우선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들은 최소 3주간의 홀드백을 요구하고 있다. 극장업을 하는 사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원칙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옥자는 넷플렉스 가입 회원들의 돈으로 만든 영화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동안 너희는 기다려라’라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 논란은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인 것 같다. 그간 넷플릭스는 이런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다. 동시개봉을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부적인 원인은 저다”라고 전제한 후 “제가 ‘넷플릭스 영화이지만 되도록 큰 스크린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런 욕심을 부렸다. 그 취지를 알아줬기에 NEW에서도 배급을 맡아줬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러나 현실적인 룰이 만들어 지기 전에 ‘옥자’가 먼저 도착했다. 칸도 이번 일로 룰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옥자’가 그 신호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여하튼 제 영화적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 욕심에 피곤한 일을 겪으신 영화 관계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결국 다행히도 멀티플렉스는 아니지만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많은 극장에서 저희 영화를 틀어주신다. 정겨운 극장,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극장을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작지만 길게 여러분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오는 29일 190개국에서 동시 릴리즈하며, 한국에서는 대한극장 및 서울극장 등 여러 극장과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