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뻔한 이야기도 다르게 만드는 마법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곽경택(49) 감독이 찍는 부산 배경의 영화는 더욱 묘한 힘을 가진다. 단순히 부산 출신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의 작품에서는 제대로 된 진실성이 느껴진다. 영화 ‘극비수사’(곽경택 감독, 제이콘컴퍼니 제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저 멀리 날려버렸다. 곽경택 감독 특유의 뚝심이 영화를 안정감 있게, 그리고 무게감 있게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유명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사주로 유괴된 형사를 찾은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유해진)의 33일. 실화라 더욱 긴장감 있고, 덩달아 유괴된 아이를 찾기까지 했으니 속이 뻥 뚫린다. 알고 보는 107분이지만 모르고 보는 90분보다 더욱 짜릿하다. 곽경택 감독, 그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다음은 곽경택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도 역시 자막 요청이 있었다.
“모니터 시사회를 해보니 초반에 못 알아듣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내가 자막을 넣자고 그랬다. 그런데 스태프가 그 때서야 ‘아닙니다. 자막까지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더라. (웃음) 어차피 분위기로 가는 거니까.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막은 있으니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싶었다. 못 알아듣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하.”
- 결말을 알면서 봐도 흥미로웠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 않나. 그래서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죽었다’ ‘살았다’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가 죽었다면 안했을 거다. 난 사실 유괴 영화도 못 본다. 앞으로 그런 영화를 만들 지도 않을 것이다.”
- 동료 형사들이 진급을 하고 자신의 아이를 안으며 웃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게 현실 아니겠나.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위너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김형석 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는데 그 장면의 음악은 만들지 못하겠더라고 하더라. 계산이 안 선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냐. 미리 와서 서류를 만들고 일을 꾸미기 위해 노력을 얼마나 많이 했겠나. 그리고 이겼지 않나. 빵빠레로 가자’고. 그래서 그 음악이 탄생됐다.”
- 간짜장에 계란후라이가 없어 실갱이를 하는 장면은 경험담인지.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간짜장을 시켰는데 계란후라이가 없지 않나. 그 부분에서 많이 웃었는데 아마 다 경험이 있으신 분들 일거다. 그리고 이상하게 ‘지방 출신’이라는 말이 기분이 나쁘더라. 영화 속에서도 서울을 빼놓고는 다 지방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대사를 넣어봤다. (웃음)”
- 유해진의 진지함이 정말 좋았다.
“유해진 씨의 코미디는 연구가 정말 많이 된 것이다. 그런 배우들에게는 뭐든지 부탁을 해도 다 나온다. 연극으로 다져진 연기력으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배우다. 처음에는 나도 어색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해적’의 ‘음파음파’가 떠서 정극이 낯설지 않을까 싶었다. ‘똥개’의 정우성이 핫바지를 입고 나왔을 때 ‘뭐야?’ 했던 것처럼. (웃음) 그래도 참바다 씨를 거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 유해진의 그런 매력을 이미 알고 있었던건가.
“전혀 몰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봤다. (웃음) 매너가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난 캐스팅 전에 현장의 분위기를 생각한다. 분위기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한 사람의 성격이나 까다로움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생하는 게 싫다. 유해진 씨는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이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건네게 됐다.”
- 사실, 곽경택 감독과 김윤석 유해진이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영화를 대충 찍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거다. 결국에는 시나리오의 힘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면 안했겠지. 하하.”
- 잘 찍는 사람과 잘하는 배우가 만나는 것도 어쩌면 운이다.
“지금까지 12편을 했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인연끼리 만난다는 게 쉽지가 않다. 이번 영화는 자체적으로 운이 있었다. 주요 멤버들과 운 때가 맞았던 것 같다. 비교적 운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두 어르신의 선한 의지가 지탱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웃음)”
- 작품을 만듦에 있어 소신이 있다면.
“소신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아는 척 하는 이야기를 하지 말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진짜 잘 알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하자는 것이 내 소신이다. 앞으로도 많이 아는 척을 해야 된다거나 깊은 고민을 하는 척 한다거나 그런 작품은 하지 않을 것이다.”
- 곽경택 감독에게 있어 소신이란.
“이 세상에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소신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은 소신도 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걸 지키면 누군가 알아줄 거라는 소신이 생긴다.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잘 싸울 줄은 알아도 소신은 부족하다. 헌신적인 사랑을 받아본 사람들은 배신하지 않는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en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