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찌질의 역사' 박시환-박정원-강영석, "진짜 찌질할게요"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사랑 앞에서 ‘찌질’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유쾌한 뮤지컬 ‘찌질의 역사’ 속 가장 '찌질'의 진수를 보여주는 캐릭터 서민기.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면서, 자신의 감정만을 우선시하는 서툰 연애 스타일로 일명 '발암 캐릭터'로 불리는 인물이다.
‘찌질의 역사’는 지난 2013년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를 시작해 최근 시즌 3로 막을 내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김풍, 심윤수 작가의 웹툰을 뮤지컬로 새롭게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웹툰 속 '찌질남' 서민기를 박시환, 박정원, 강영석 세 남자가 현실로 불러냈다. 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스무살 소년의 첫사랑과 아픈 이별, 더불어 연애의 '찌질'한 흑역사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지만 각 배우가 분석한, 연기하는 스타일에 따라 서민기는 조금씩 달랐다. 박시환 표 서민기는 소심한 면이 더욱 부각되면서 개구쟁이같은 면모가 드러났다. 박정원 표 서민기는 '오빠미', '허세미'를 보여줄 때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었으며, 강영석 표 서민기는 사랑 앞에서 섬세하고 순수한 모습이 돋보였다.
그런 세 명의 서민기를 제니스뉴스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찌질의 역사’ 인터뷰로 만났다. 박시환, 박정원, 강영석과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작품 선택 계기가 궁금하다.
강영석: 웹툰 시즌1를 재밌게 봤었어요. 뮤지컬로 연락이 와서 시즌3까지 다 읽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노래에 가요도 있어서 좋았고요. 일상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어서 끌렸어요.
박정원: 저는 웹툰을 보지 않았던 상태에서 제안을 받았어요. 이후 시즌1을 읽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예전에 웹툰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부담이 많이 됐었어요. 그래도 또 다른 분위기의 웹툰이라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하게 됐어요. 그간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을 하다가 '찌질의 역사'처럼 가벼운 코미디를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박시환: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랑 캐릭터가 많이 겹치지 않은 것 같았거든요. 창작이라는 점이 가장 끌렸어요. 처음부터 만들어가면서 나에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경험해보지 않은 캐릭터와 공연이라 하게 됐어요.
Q. 바닥으로 치닫는 '찌질'을 보여주는데, 연기할 때 감정적으로 어렵진 않았나.
박시환: 세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시간의 흐름마다 다른 사람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사랑에서 변화를 보여줘야 했어요. 시간 전개가 빠른 작품이거든요. 그 부분에서 집중하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공연을 하면서 더욱 집중하는 법을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박정원: 저는 감정적으로 쏟아 붓는 작품을 많이 했어요. 치닫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많진 않았어요.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게 포인트였어요. 오히려 캐릭터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주시니까 힘을 받고 할 수 있게 됐어요.
강영석: 너무 지극히 사랑하다가, 또 너무 싸우는 모습들에 관객분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어요. 보는 분들도 납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그러기 위해 더욱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Q. 웹툰 원작을 무대로 옮겨오는 게 쉽진 않을텐데, 개인적인 의견을 반영한 부분이 있다면.
박정원: 만들면서 셋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서로 봐주면서 이상한 부분을 이야기 했고요. 연출님께도 의견을 냈죠. 어떤 한 포인트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다같이 만든 것 같아요.
Q. 대중가요를 많이 사용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노래나 가사가 있다면.
박시환: 가요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감정을 잘 넣어서 자연스럽게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투바코 레이디’의 가사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박정원: '라스트 판타지'가 상황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민기에겐 김건모 노래가 많은데 잘 어울려요.
강영석: '찌질'한 가사들이 많았어요. '날 놀리지마', '내가 준 선물 가져와', '새로 생긴 애인 줄 거야'라는 가사들이요.
Q. 서로의 공연을 봤나. '이 점은 내가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강영석: 저는 시환 형이 소리 지를 때 정말 민기같다고 생각했어요. 딱 민기가 소리를 지른다면 그렇게 지를 것 같았어요. 저는 따라하기 어렵더라고요.
박시환: 저보다 공연을 많이 했던 친구들이라 좋은 점은 흡수하려고 했어요. 흡수를 하려다 거부감이 있으면 다른 것으로 고민하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민기가 설하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친구들과 걸어가는 신이 있어요. 거기서 영석이가 했던 건방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정원이의 능글맞음도 써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있었고요.
박정원: 좋은 것들은 써먹어야죠. 시환이가 설하 집에서 이불을 펴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좋아요. 아직 시도는 못해봤는데 해볼까 생각해요. 딱 민기스러운 느낌이었어요.
Q. '찌질의 역사'로 얻은 것 혹은 얻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박시환: 저는 창작 초연이라는 경험 자체가 좋아요. 좋은 경험이 생겼다는 것과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게 좋아요. 제가 막 화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캐릭터로 저를 깰 수 있어서 좋고요.
박정원: 진심이 드러나는 무대라서 사람들이 웃어주는 것 같아요. '진짜 찌질하다'라는 평가를 들으면 진실되게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찌질'하게 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Q. '찌질의 역사'를 권해주고 싶은 관객은.
박시환: 커플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연애를 막 시작한 분이라면 여러 사례를 모아놔서 도움이 될 거예요. 현실적으로 공감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연애를 오래한 분들이라면 '내가 저랬었지'하면서 보실 수 있고요. 다양한 연령층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청춘 드라마예요.
강영석: 80년대 이야기거든요. 그 시대를 사시던 분들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장면, 나오는 노래들로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
Q. 이후에 시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박시환: '헤드윅' 같은 작품이요. 밴드같은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또 지금 해본 것들이 밝은 캐릭터라 어두운 느낌도 하고 싶어요.
박정원: '찌질의 역사'보다 더한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원래 코미디에 약했어요. 우는 건 잘하는데 남을 웃기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런 장르가 대학로에 많지 않아서 아쉬운데, 기회가 된다면 코미디를 더 해보고 싶어요.
강영석: 저는 감미로운 걸 하고 싶어요. 가슴 먹먹해지는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또 지금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모범생들'도 하고 있으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
한편 '찌질의 역사'는 지난 6월 3일을 시작으로 오는 8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