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연평해전' 방구석 김무열이 주접스러워지기까지

2015-06-24     최민지 기자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군대를 두 번 다녀온 배우 김무열(33). 군(軍) 복무를 마치고 군대와 관련된 영화까지 촬영했으니 이 정도면 군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영화 ‘연평해전’(김학순 감독, 로제타시네마 제작)은 그래서 그에게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군대를 두 번 갔다 왔다’고 할 정도로 고생하며 촬영했고, 경건한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였다.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6월, 북방한경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벌어졌던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의 전투를 다룬 영화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작된 ‘연평해전’. 그래서일까.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은 어마어마했다.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영화가 개봉된 지금까지도 ‘연평해전’을 향한 시선들이 김무열에게도 이어진다. 군 제대 후 더욱 성숙해진 그의 모습이 영화 속에 진하게 녹아 있었다.

다음은 김무열과의 일문일답이다.

- 군대를 다녀오니 더욱 잘 생겨졌다. 영화 속 모습도 멋지던데.
“아마 군복이 몸에 딱 맞게 제작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군복은 그렇게 입으면 안 되는데 전문 디자이너 분들이 내 몸에 맞도록 해주셨다. (웃음)”

- 전역 후 다시 입대하는 느낌이었겠다.
“전역한 다음 날 바로 리딩에 들어갔다. ‘윤영하 역의 김무열입니다. 어제 전역 했습니다’라고 첫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 첫 촬영 때 경직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의상이 군복이니까 정말 다시 입대한 느낌이었다. 경남 진해에 있는 부대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옷을 함부로 벗어젖히거나 팔을 걷거나 하는 행동들을 삼갔다. 어떤 군인은 간부인 줄 알고 갑자기 인사를 하기도 하더라. 병사로 나오는 나온 배우들은 ‘왜 모자를 벗고 다니느냐’고 혼나기도 했었다.”

- 군 제대 후 바로 투입됐는데 그래서 더 쉬웠나.
“배 위에서의 생활은 좀 다르더라. 경례도, 구령도 다르고 계급이나 직책도 달랐다. 군대 용어나 병사들끼리 쓰는 은어도 다 달라서 낯설었다. 김학순 감독이 해군 출신인데 실제 해군과 인터뷰를 많이 해서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다.”

- 배를 타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을 것 같다.
“먼 바다를 나갈수록 파도가 세다. 우리가 탄 고속정은 생각보다 크지도 않고 승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 배 멀미도 힘들었지만 그늘이 없어서 햇빛을 온 몸으로 받아야 했다. 파도가 세면 배 위에 있지 못하고 배 밑에 누워서 쉬었는데 파도에 몸이 막 뜨고 그러더라.”

- 폭탄도 꽤 많이 터지지 않나.
“폭파 장치가 워낙 많아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그런데 알려주는 분들이 많다보니 하나씩 빼먹게 된 거다. 모르는 곳에서 갑자기 터지니 놀라게 되더라. 소리가 클 거라고 해서 알겠다고는 했는데 하루 종일 귀에서 ‘삐’ 소리가 날 정도로 컸다. ‘실제 해전에서는 얼마나 난리도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세트 안에서도 폭파 장면에서는 연기를 할 겨를이 없었다. 많이 놀랐다. 실제로는 얼마나 끔찍했겠나.”

- 실제 유가족을 만났을 때 어땠나.
“고사 때 처음으로 고(故) 윤영하 소령(극 중에서는 대위)의 동생을 만났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 한 번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술만 마셨다. 아무런 말도 못하겠더라. 캐릭터를 구축할 때는 실질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멋있는 사람,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부각시키려고 했다.”

- 군대에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군대에 가기 전엔 촬영장에 가면 구석에 박혀 있고 대본만 파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연평해전’을 찍으며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발랄해졌다. 주접스럽다고 표현을 해도 될 것 같다. (웃음) ‘연평해전’ 자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농담을 한두 번 정도 던지니 나중에는 장기자랑 수준이 됐다.”

- 좀 더 인간적으로 성숙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렇다. 원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 살 더 먹고,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까지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이미지 관리를 할 게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하하. 다시 출발점에 선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좀 나태하고 오만하지 않았나 싶더라. ‘그 때 이렇게 할 걸’ 반성도 되고.”

- 어떠한 확신이 생긴 것도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라기보다는 지키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신념을 더 가지게 된 것 같다. 군대에 다녀오고 난 뒤 자식을 가지고, 손자를 보고 나이가 더 먹어도 배우를 할 수 있겠다 싶은 믿음이 확실해졌다.”

- 전역 후 입대를 또 해서 아내(윤승아) 분이 섭섭해 했겠다.
“전역을 하고 나서 잘했어야 했는데 당연히 미안하다. 바로 영화를 찍고, 뮤지컬을 하고, 지금은 드라마까지 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 화보 촬영을 겸 해서 외국에 한 번 다녀왔는데 그걸로 위안이 됐는지 모르겠다.(다들 안됐을 거라고 강조했다)”

- 결혼 생활은 햄 볶는지.
“결혼한 지 3개월이 됐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같이 살고 있다는 것만 달라졌다. 2세 계획은 글쎄. 아직은 연애를 하는 것처럼 살고 있다. 호칭도 ‘여보’라고 안하고 ‘오빠’라고 한다. 난 이름을 부르고. 어른들 앞에서는 당연히 ‘여보’라고 한다. (웃음) 1~2년은 일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은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하하.”

- 마지막으로 흥행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이 보고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장치적인 계기는 이런 이야기를 상업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그냥 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성공적으로 촬영이 마무리됐고 개봉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성공이 아닐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