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영화 시나리오로 탄생한 연극 ‘샌드백’, 복싱과 누아르의 만남(종합)

2017-07-11     임유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영화 시나리오에서 시작돼 희곡으로 탄생한 연극 ‘샌드백’이 스포츠와 누아르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시선을 끌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연극 ‘샌드백’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병규 대표, 김재한 연출, 서진원 작가를 비롯해 배우 최호중, 김지훈, 이준혁, 김주일, 김태민, 유현석이 참석했다. 

연극 ‘샌드백’은 땀 냄새가 짙게 밴 복싱체육관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우정과 경쟁, 오해 그리고 형제간의 삐뚤어진 우애를 그렸다. 당초 서진원 작가가 단편 영화의 시나리오로 준비했던 작품이었으나 김재한 연출의 제안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됐다. 

서진원 작가는 “형, 동생, 친구 세 사람의 우정과 배신, 음모에 관한 이야기다. ‘천사의 피로 악마를 살리다’라는 것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어봤다. 누가 천사고, 누가 악마인지를 판단하는 건 이 공연을 보는 관객일 수 있게끔 열린 결말로 구성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연극 ‘샌드백’의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 실력있는 복싱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포기하고 악덕 사채업자로 변하게 된 계만도, 불성실한 양아치 복싱 선수로 간 수술 때문에 바닥까지 떨어진 인생을 사는 박호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박호철의 동생 박준수가 얽히고설켜 남자들의 진한 누아르를 보여준다. 

배우 이준혁은 자신이 맡은 박호철 역할에 대해 “동생을 내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야 되고, 동생에 대한 표현법이 잘못된 인물이다. 나도 자식이 있다 보니까 느끼는 건데 내가 혼내고 때리는건 괜찮은데 남의 집안 자식이나 누군가 내 자식한테 뭐라고 하면 참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잘못된 사랑방식으로 어긋난 것 같다”라며,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호철의 본성은 그냥 그런 인물인 거다. 환경, 주변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결국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같은 역을 맡은 김주일 또한 “마지막 장면에 남기는 대사가 있는데 그 한 마디가 되게 힘들었다. 잘못된 방식이긴 하지만 동생을 너무 사랑하긴 했는데 그것마저도 마지막 대사를 통해 혼돈이 심했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히 힘들었다”라고 토로해, 엔딩 장면에 숨겨져 있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연극 ‘샌드백’은 젊은 제작자들이 합심해 올해 문을 연 내유외강컴퍼니의 첫 번째 제작 작품이다. 배우 출신의 작가와 연출에 실력파 배우 6명이 뭉쳤다. 오는 9월 3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니스뉴스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