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나의절친악당들' 고준희, 온 얼굴에 사랑이 묻었네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고준희(30)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도하고 프로페셔널 하며 ‘연예인이다’ 하는 포스를 강하게 내뿜는다. 하지만 그 반대되는 성격도 있다. 개구쟁이이고 장난치길 좋아하며 개그 본능을 표출하고 싶어 한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임상수 감독, 휠므빠말 제작)은 고준희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악당도 있다.
이 작품은 의문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진짜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나미는 자유분방한 영혼으로, 지누와 찰떡 호흡을 맞추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여리지 않다. 보호본능도 없다. 그러나 나미는 그 자체만으로 사랑스럽다. 그래서 지누 역시 이런 나미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어떤 남자가 이런 자신감 충만한 여자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아름답다. 영화에서도 참 예쁘게 나오던데.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촬영에 들어갈 때 다들 그런 말을 했었다. 정말 예쁘게 찍어주겠다고. 영화 ‘레드카펫’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팀이라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러니 어떻게 재미가 없었을 수 있겠나.”
- 임상수 감독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어떻게 반하게 만든건가.
“웃긴 거? (웃음) 임상수 감독님은 리액션이 정말 좋다. 내가 웃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상대방이 웃어주지 않으면 무안하지 않나. 아마 감독님과 내 유머 코드가 맞았던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서도 좋고 싫음이 확실하셨다. OK 컷일 때는 확실하게 ‘OK’임을 보여주시는 분이다.”
- 팔, 다리가 길쭉길쭉해서 그런지 액션도 시원시원해 보이더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장점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액션을 할 때는 오히려 불편하다. 주먹을 한 번 날릴 때도 이게 돌아오는 시간이 걸리더라. 그래서 둔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몸에 더 힘이 가기도 했었다. 평소에 운동을 좀 했다면 근육 때문에 괜찮았을텐데. 난 버티기 운동이 정말 싫다. (웃음)”
- 그럼 액션 장면에서는 어려움이 많았겠다.
“하기 전에는 ‘으악’ 했는데 연습하기 전부터 액션이 좀 되더라. 왜 나미가 벽을 타는 장면 있지 않나. 그게 생각보다 쉬운 거다. 아무래도 받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올라가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아무래도 야외에서 찍는 게 아니라 세트장이니까 그 장면만 열심히 하면 됐다. (웃음)”
- 그런거 보면 원래 운동 신경은 좀 있었던 모양이다.
“어릴 때 남동생과 치고받고 했던 게 도움이 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웃음) 세 살 차이가 나는데 동생이 남자가 되기 전(?)까지는 치고 박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점점 커지면서는 피했지만.”
- 동생도 키가 크겠다.
“둘 다 키가 좀 큰 편이다. 남동생은 180cm가 넘는다. 아, 아버지도. 할머니가 진짜 크시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키가 174cm 정도 되셨다. 뼈대가 굵고 키가 클 것 같은 굴곡이셨다. 본인을 닮아서 키가 큰 것 같다고 하면 ‘뭘 날 닮아 그래’라며 싫어하시곤 했다. (웃음)”
- 키도 크면 발도 큰데.
“맞다. 발볼이 없고 길이만 큰 스타일이다. 그래서 딱 맞게 신으면 벗겨지고 작은 걸 신으면 또 발이 아프고. 예쁜 신발도 못 신는다. 구두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사오기도 한다. 구두가 아니면 여자 신발을 안 신는다. 그래도 얼굴만 보면 키가 큰지는 모르더라. 얼굴이 좀 동글동글 해서. (웃음)”
- 맞다. 동글동글한 게 딱 귀염상이다.
“아. 제가 귀엽나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푸하하. (그러고는 한참을 웃었다)”
- 이렇게 귀여운데 그동안 전혀 다른 모습만 보여줬다.
“옷을 편하게 입어서 그렇지 캐릭터 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부잣집 딸, 재벌집 딸, 대통령 딸까지. 공감능력이 없어서 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거 있지 않나. 어릴 때도 어머니가 핑크보다는 블랙을 많이 입혔다. 아무래도 블랙이 좀 더 시크해 보이니까, 세련된 이미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몸에 익다보니 부담 없이 선택하고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익은 것 같다. 사진만 봐도 그렇다.”
- 아무래도 아이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건 어머니이니까.
“맞다. 어릴 때부터 키가 커서 예쁜 옷이 안 맞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렇게 입힌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여쭈어보지 않아서. (웃음)”
- 이번 작품에서는 고준희의 사랑스러운 부분이 유독 많이 드러난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 그런 나미의 사랑스러움에 지누가 톡톡히 한 몫 했다.
“지누는 나미를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사랑하는 남자가 여자를 받쳐주는데 어떻게 여자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있겠나. 그 효과는 엄청났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는 원래 강하다. 그런데 여자를 제압하려고 하지 않고 보호해주려는 모습이 더 멋있다. 그게 지누를 통해 표현되길 바랐다. 지누가 사랑하는 나미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관객들이 느껴줬으면 좋겠다.”
- 이렇게 다른 면도 있는데 도도한 모습만 봐주는 게 섭섭하진 않은지.
“꼭 그렇진 않다.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모습들을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으니까.”
- 그럼 진짜 고준희는 어떤 사람인가.
“웃긴 거 같다. 웃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나미에게도 유머 코드가 많이 들어갔다. 사실, 시나리오 상에는 그런 친구가 아니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친구가 아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춤도 추고 그러지 않나. 감독님이 될 거 같으니 시킨 거 같다. 촬영 때마다 매번 보니까 ‘고준희스러운’ 부분들을 감독님도 찾으신 게 아닐까?”
사진=이준영 포토그래퍼 2joon_yo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