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소수의견' 눈빛으로 말하는 윤계상의 진심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윤계상(37). 그룹 지오디(god)로 데뷔한 그가 어느덧 연기 연생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숱한 작품들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그. 그런 그가 영화 ‘소수의견’(김성제 감독, 하리마오픽처스 제작)으로 꽃봉오리를 활짝 피웠다. 윤계상은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눈빛부터 살아 있으니 관객들 역시 알아차릴 수밖에. 그래서 그의 연기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이 작품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 드라마다. 윤계상은 극 중 변호인 윤진원 역을 맡았다.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되고,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영화가 힘겹게 개봉을 하게 됐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개봉이 됐다. 개봉 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편집 본을 봤었는데 완성도가 꽤 높더라. 그래서 영화가 개봉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 2년 전 모습을 보니 어떻던가. 지금보다 젊었다든지. (웃음)
“그 때가 지금보다 더 늙어 보인다. 하하. 콘셉트 자체가 큰 정장에 더벅머리였다. 그래서 올드한 느낌이 나더라. 눈빛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작품에 많이 빠져 있었네’ 싶더라. ‘소수의견’은 연기에 있어 전환점이었다. 선배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배우의 길이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했고. 열심히 해서 연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윤계상이 그립기도 했다. 지금 다시 연기를 한다고 하면 조금은 다를 것 같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런가.
“법정신이 참 어려웠다. 법정 용어로 설득을 하는 영화였는데 지금이라면 아마 그걸 더 교묘하고 쉽게 풀지 않았을까 싶다. 준비 과정에서도 윤진원스러운 디테일이 더해졌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 ‘소수의견’의 어떤 점에 끌렸나.
“내가 해보지 못한 장르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다. 해본 건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한 장, 한 장 펼치면서 식은땀을 흘렸었다. 다른 배우들이 모두 캐스팅이 된 상태였는데 워낙 잘하는 분들이 포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부담감이었다. 그런데 구조상 확실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런 시나리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더라. ‘잘 못해서 매장이 될지언정 한 번 해보자’라고 각오를 다졌다.”

- 처음 해보는 법정신은 어땠나.
“그 때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동선을 짜야 되는데 콘티도 없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마치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아직도 그 긴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경우의 수를 10가지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었다.”

- 윤계상은 상대 배우가 남자일 때 눈빛이 변한다.
“대사를 잃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눈빛을 주는 분들이 있다. 여배우와 호흡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면 세게 갈 수 있으니까. 쌓인 게 많아서 그러지 모르겠지만 강하고 센, 질퍽거리는 느낌이 좋다. 부드러운 것들은 민감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남자들이랑 붙는 신은 통쾌하게 가면 되니까 참 좋다.”

- 그런 면에서 유해진과의 호흡은 정말 좋았겠다.
“유해진 선배님은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다. 매번 대사가 다르고 리액션이 달라진다. 그 점이 정말 좋다. 살아 있기 때문에 리액션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 역시 비틀어져서 새로운 게 나오더라. 서로 눈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데 자극이 많이 됐다. 상상도 못할 대사를 하는 걸 보며 정말 놀랐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배우가 나오면 뭔가 할 것 같아’라는 마음이 드는, 어떤 영화를 한다고 하면 궁금해지는 배우 있지 않나. ‘똑같은 연기를 하겠지’가 아니라 ‘제대로 해내겠지’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 새로운 걸 좋아한다더니 다음 작품은 액션이다.
“차기작은 JTBC 드라마 ‘라스트’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본격 액션을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선택하게 됐다. 지오디 콘서트를 하면서 느꼈는데 이제는 정말 몸이 안 따라주더라. 몸이 마음대로 안 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액션 스쿨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다. (웃음)”

- 윤계상에게 지오디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환호를 해줘서 놀라웠다. 이 모든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려야겠다 싶더라. 식구들을 다시 맞이해서 솔직히 든든하다. 준이(박준형) 형은 내가 연기를 하는지도 몰랐는데 ‘소수의견’ VIP 시사회에 와서 깜짝 놀라더라. (웃음) 배우로서의 열망은 지금도 엄청 뜨겁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그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그들이다. 돈으로도 못 바꾸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사랑에 행복해지더라.”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