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최진우-구연주, 이 부부가 제이쿠 디자이너로 사는 법
[제니스뉴스=경지유 기자] 한 달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생기고, 또 없어진다. 브랜드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알고 있을까?
제니스뉴스는 패션, 뷰티, 라이프 업계에서 가장 핫 하고 이슈 있는 브랜드를 모아 단독 릴레이 CEO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는 부부 디자이너 브랜드 '제이쿠'다.
최진우, 구연주 디자이너가 어떻게 제이쿠를 론칭하게 됐는지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새롭게 론칭한 가방브랜드 리케리케까지. 두 디자이너와 주고 받은 유쾌했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이쿠(JKOO) 디자이너 최진우, 구연주입니다.
Q. 제이쿠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최진우 디자이너 이니셜 ‘J’와 구연주 디자이너의 성 ‘KOO’를 합쳐 제이쿠라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제이쿠는 2010년 영국에서 첫 론칭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12FW 컬렉션으로 데뷔쇼를 치렀어요. 영국에서 부터 따지면 약 7년, 국내만 따지면 5년 정도 된 디자이너 브랜드에요.
Q.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해요.
최진우: 디자이너 유학을 준비하면서 다닌 학원 지인분이 “너네 둘 다 디자이너 준비한다며?”라고 서로를 소개해줬어요.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됐고, 같이 유학준비를 시작했어요.
구연주: 아, 저희가 디자이너 학원에서 만난 건 아니고요, 유명한 영어학원에서 만났어요(웃음). 저희가 출국하는 인천공항이 마치 상견례장 같았어요. (최진우 디자이너를 바라보며)설렁탕이었지? 그렇게 식사하며 양가 어른들께 처음 인사를 드렸죠.
Q. 남성복을 전공한 두 디자이너가 여성복 제이쿠를 만드는 것이 신선해요.
최진우: 사실 막 데뷔할 당시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개념을 나누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정 섹션으로 구분짓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과 달랐어요.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상업적으로 접근하기 수월한 여성복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그렇게 몇 년 여성복을 하다 보니, 남성복에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시즌까지 약 세 시즌 정도 남성복도 전개했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잠시 중단한 상태에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패션위크 시즌과 남성복 바잉 시스템 스케줄이 맞지 않는 것이 가장 컸어요. 해외 남성복 바잉 시스템 자체가 여성복보다 시기가 빠르거든요. 그래서 패션위크로 바잉을 진행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더라고요.
구연주: 디자인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여성복은 페미닌하고 남성복은 테일러드한데, 남성복에 페미닌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정체성이 흐려지고 유니섹스화됐어요. 궁극적으로 제이쿠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큰 결심 끝에 남성복을 중단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우리가 원하는 느낌을 여성복에 담았어요. 라인 하나를 줄이다 보니 오히려 머리가 클리어해지고 브랜드에 대한 방향성을 더욱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Q. 두 명의 디자이너가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어떤 시즌은 모든 것을 공유했던 적도 있고, 어떤 시즌은 두 개의 인격체가 하나의 컬렉션에 묻어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시 모든 것을 조율하는 단계로 돌아왔어요. 어떤 분들은 “둘이서 디자인하니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겠다”라 물어보시는데, 사실 저희는 작업시간이 두 배로 걸려요. 결정을 혼자 못하는 구조다 보니 서로 컨펌도 받아야 하고, 의논도 해야 하거든요.
Q. 누구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나요?
구연주: 의견을 많이 내는 건 최진우 디자이너에요. 아이디어 뱅크거든요(웃음).
최진우: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나 그때그때 떠올랐던 생각이나 개념, 이미지 등에 살을 붙이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콘셉트를 정리해 나가요. 이런 세밀한 아이디어는 거의 제가 내고요. 그 아이디어를 과감히 쳐내고 정리하는 작업은 주로 연주가 해요.
구연주: 사실 컬렉션 진행 시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그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웃음).
Q. 작업 분담이 확실하네요. 역시 환상의 궁합이에요.
주변에선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저희 둘은 너무 고통스러워요. 항상 같이 조율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물론 의견이 척척 잘 맞을 때는 재미있지만, 의견이 달라지면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오래 걸려요. 식성은 잘 맞는데 컬렉션은 너무 안 맞아요(웃음).
Q. 부부가 같이 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부부 디자이너는 장점일까요?
구연주: 모든 부부는 같이 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장점이라면 가족사업이다 보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단점이라면 일을 처리할 때 사적인 감정이 섞일 때가 많아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있어요.
최진우: 저는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디자인에 정답은 없거든요. 그리고 조율하는 단계야 부부이기 전에도 필요한 부분이고요. 장점을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믿고 갈 수 있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거죠. 어떤 말을 해도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요.
Q. 최진우 디자이너가 아티스틱하다면 구연주 디자이너는 웨어러블해요.
사실 이 부분에서 조율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려요. 눈에 보기 좋은 길이감이나 디테일이 있지만, 입으면 너무 짧고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펑션만을 추구할 수 없다 보니, 이런 것들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요. 그래서 저희는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고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직원을 꼭 홀수로 둬야 해"라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Q. 작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진행하는 ‘인터내셔널 울마크 프라이즈’ 여성복 부분 결승에 참여해 이슈가 됐어요.
구연주: 저희가 아시아 우승 후 아시아 대표로 뉴욕 파이널에 진출했어요. 아쉽게 결승에서 1등은 못했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행사를 주관했던 울마크 컴퍼니 자체가 울을 다양하게 활성화하고자 만든 비영리단체에요. 상업적인 것을 배제하고, 울의 색다른 비전을 보여달라는 취지로 진행한 대회여서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최진우: 시스템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사실 누구한테 순수하게 어드바이스 듣기가 쉽지 않은데, 높은 위치에 계시는 분들이 우릴 객관적으로 평가해주셔서 너무 설레고 신났어요. 또한 울마크 컴퍼니 한국지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케어해주고 계세요. 원단 회사 매칭도 시켜주고, 모든 울을 울마크 컴퍼니와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줘요.
Q. 국내엔 쇼룸 외에 매장이 없어요. 국내 판매 계획은 없나요?
국내 유통구조가 외국과는 많이 달라요. 외국은 바잉 시스템이 대부분이나 한국은 99% 위탁 시스템이거든요. 위탁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들어야 하니까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예전에 모 백화점에서 판매 시도를 했었어요. 그 당시 판매는 잘 됐지만 해당 제품을 계속 생산 해야했죠. 컬렉션 라인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접게 됐어요.
외국은 신진 디자이너라고 해도 내수와 수출의 비율이 반반 정도는 돼요. 그런 구조가 훨씬 안정적인데, 저희만 해도 국내 비율이 제로니까 신진 디자이너들이 살아남기 더욱 힘들죠. 국내 유통구조가 외국처럼 빨리 변화 됐음 좋겠어요.
Q. 제이쿠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저희의 장점은 테일러, 페미닌, 스트리트에요. 후드를 만들더라도 어떻게 여성스럽게 만들까를 고민하고, 또 레이스가 여성스럽다면 테일러드하고 스트리트한 느낌을 넣으려고 해요. 이 세 단어가 디자인 바운더리에요. 많은 분들이 “여성복인데 남성적인 요소가 있다”, “남성적인 소재인데 여성스럽게 바뀌었다” 등의 언급을 많이 하세요. 정리된 여성스러움이 저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요.
Q. 패션위크를 10회나 진행했어요.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낯선 브랜드는 아닌데, 그렇다고 대중적인 브랜드라고는 할 수 없어요. 앞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먼저 패션위크를 이번 상반기까지 10회를 진행했어요. 말씀하셨다시피 저희가 대중적인 인지도는 없어요. 하지만 컬렉션과 디자인은 서울에서 이뤄지는데, 국내 판매가 없다보니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죠. 저희도 많이 아쉬워요. 이런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금액적인 부분과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해요. 저희는 고민 끝에 제이쿠의 세컨드 브랜드 대신 가방 브랜드 리케리케를 론칭했어요.
Q. 제이쿠가 전개하는 리케리케도 궁금해요.
리케리케(LIKELIKE)는 ‘작은 가방의 모든 것을 담다’라는 브랜드 모토로 현재 엘리 백과 소피 백 라인이 있고, 조만간 신제품 샌디 백이 출시될 예정이에요. 박스 형태의 미니 백인 엘리 백은 핸드폰이 안 들어가는 초미니 사이즈고요. 소피 백은 핸드폰만 딱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예요. 사실 두 디자인 모두 크기가 작은 제품인데도 생각보다 반품이 많지 않아요. 저희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리케리케를 통해 그리는 그림도 궁금해요.
지금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자체 홈페이지와 자체 온라인몰도 기획 단계에 있고요. 오는 9월에는 공식 온라인몰도 오픈 예정이에요. 추후에는 국내 시장을 메인으로 오프라인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제이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확고한 이미지를 갖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브랜드이고 싶어요. 지금도 매 시즌 새로운 고민을 해요. 소재에 대한 고민, 마감과 박음질에 대한 고민,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디테일에 대한 고민도요. 이런 고민 끝에 제이쿠가 매 시즌 한 발짝씩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에요.
사진=제이쿠 제공